만흥 (윤선도)/현대 한국어

산수간 바위 아래 띠집을 짓노라하니
그 모르는 남들은 웃는다 한다마는
어리석고 향암의 뜻에는 내 분인가 하노라
 
보리밥 풋나물을 알맞게 먹은 후에
바위끝 물가에서 실컷 노니노라
그 밖에 남은 일이야 부러워할 줄이 있으랴
 
잔들고 혼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니
그리던 님이 온다고 반가움이 이러하랴
말씀도 웃음도 아니하여도 못내 좋아하노라
 
누가 삼공보다 낫다하더니 만승이 이만하랴
이제로 헤어든 소부 허유가 약았더라
아마도 임천한흥을 비길 곳이 없세라

내 성품이 게으르더니 하늘이 아셔서
인간만사를 한 일도 아니 맡겨
다만 다툴 이 없는 강산을 지키라 하시도다
 
강산이 좋다한들 내 분으로 얻었느냐
임금 은혜를 이제 더욱 알겠노라
아무리 갚고자 하여도 해드릴 일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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