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낸 물결의 넋두리냐?

숨막힐 듯 잠자다가도
바람이 은근히 꾀이기만 하면, 금시에
흰 이빨로 虛空[허공]을 물어뜯는,
주검아, 너는 성낸 물결의 넋두리냐?

── 고기에 미친 독수리냐?
죽은 듯 고요한 양지쪽에
둥주리에서 갓 풍긴 병아리를
한숨에 덥석! 채어가는,
주검아, 너는 독수리의 넋을 닮었느냐?

그가 삶을 탐내어
목숨을 놓지 않고 몸부림쳤건만
울부짖고 발버둥이치며 앙탈도 했건만,

주검아, 너에겐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느냐?
물도, 불도, 원통한 목숨까지도……
무엇 하나 너에겐 거칠 것이 없느냐?

사람의 그 누가 살기를 원할 때,
목놓아 목숨을 불러도 불러봐도
너에겐 한방울 눈물도 아까웁고,

사람의 그 누가 죽기를 원할 때,
죽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기다려도
너는 그것마저 선뜻 내어주기를 꺼리느냐?

주검아, 네가 한번 성내어
피에 주린 주둥아리를 벌리고貪慾[탐욕]에 불타는 발톱을 휘저으면,
閃光[섬광]의 刹那[찰나], 刹那[찰나]가 줄달음질치고

도막난 時間[시간], 時間[시간]이 끊기고 이어지는 동안
살고 죽는 수수께끼는 번뇌처럼 매암도는 것이냐?
어제(새벽 네時[시])

기여코 너는 그의 목숨을 앗어갔고,

오늘(낮 한時[시])
遺族[유족]들의 鳴咽[명열]하는 소리와 함께
그를 태운 靈柩車[영구차]는 바퀴를 굴렸다,
바둑판 같은 墓地[묘지] 우에 點[점] 하나를 보태기 위하야 ──
오호, 주검아!

한마디 남김의 말도, 그가 나에게
주고갈 時間[시간]까지 너는 알뜰히도 앗어갔느냐?
바람불고 구름낀 대낮이면
陰[음]달진 그의 墓地[묘지] 우에 가마귀가 떠돌고,
달도 별도 없는 검은 밤이면
그의 墓碑[묘비] 밑엔 능구리가 목놓아 울고,

밤기운을 타고 亡靈[망령]이 일어날 수 있다면
원통히 쓰러진 넋두리들이
히히! 하하! 코웃음치며 시시덕거리는 隊伍[대오] 속에
그의 亡靈[망령]도 한 자리를 차지하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