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갈아먹는 사람
밤이 들어가나 보다. 들창 밖 골목길에 빠드득빠드득하며 다 젖은 눈을 밟고 오고 가던 사람들의 발자국소리조차 뜨-하여진다. 삐걱 털컥하고 주인집 안대문 닫는 소리가 몰아쳐 부는 바람소리를 가로질러 때려 누르고 요란스러히 울린다.
이 문 닫는 소리에 신경이 갑자기 더 날카러워진 삼득이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고개와 귀를 잠간 그쪽으로 기울이고 나서는 까막어리는 석유 등잔불로 눈이 가다가 다시 누덕이로 둘둘 싸안은 어린 딸의 얼굴로 향하여오며
"네기―거진 올 때가 되었겠는데……"
하고 중얼거리며 다시 앉은 몸을 굽혀 걸레쪽으로 틀어막았던 문구녁으로 외짝눈을 대고 바깥을 내다보다가 문구녁을 다시 막고는 몸을 돌이켜 앉으며
"사람이 죽지 이 노릇을……"
또 중얼거린다. 앞 벽을 바라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 그의 눈은 노기가 띠어있다. 자기의 안해가 그 어떤 놈하고 서로 ○○○○이 떠오른다. 안해의 살을 그놈이 마음대로 주무르겠다? 질투의 불길이 혈관마다 사모침을 깨닫겠다. 미친 듯싶다 정신이 끔벅하며 몸이 부르르 떨린다. 그 어느 곳인지 모르지마는 당장에 쫓아가 그놈을 자기 안해의 몸으로부터 떼어놓고 멱살을 쳐들고
"네가 이놈 돈푼 가진 탓으로 내 안해를 가지고 이 짓을 하다니!"하며 한차례 들고 치고 싶다. 쓸데없이 이는 괴로운 생각을 피하려고 아무 생각도 마자하고 눈을 딱 감고 중의 참선하듯이 애를 쓰고 앉아있다.
그 언제인가 이 집 행랑으로 들어온 뒤에 이 집 젊은 주인이 제 안해를 보고 꾀이는 수작으로 턱없이 정답게 굴고 눈ㅅ짓을 살살 하더라고 제 안해가 전하는 말을 듣고는 까닭없이 강짜를 부리고 눈을 부리고 하였더니 안해가 보기에 해롭지 않은 흘게눈을 보내며
"아따 네미……걱정말아 걱정!……남의 집 행랑방으로 끌고 다니지 아니하면 그런 창피한 꼴을 안보지……"하고 말할 때 말끝은 흐리고 목메었다.
아무 말 없이 입을 꽉 다물이고 앉았던 삼득이는
"별 수 없다 다시 쫓겨나면 시골로 가자! 굶어 죽더라도 고향에 가서 굶어 죽지."
하던 생각이 다시금 지나쳐간다.
실상 이 말을 한 때도 겨우 두어 달 전 일이다. 그 안해가 그 주인의 수욕(獸慾)을 채우자 하는 요구에 응할 리는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 뒤로는 주인나리의 미움이 더 하여지고 주인아씨의 까닭 없는 질투까지 생기고 하여 행랑을 나가라는 명령을 받은 지도 십여 일 전이요 안에 가서 드난일을 하며 밥그릇이나 얻어다가 주린 배를 채워가며 그날그날 때워 보내던 일도 오래전이다. 이틀사흘에 한두 끼 얻어먹기도 여간 요행이 아니다. 행랑방을 얻으러 다녀도 얻을 수가 없고, 일자리를 붙잡으러 헤매어도 일을 얻을 수 없다.
산김숭이 여러 날을 굶고 눈을 멀뚱멀뚱하고 앉았다. 눈앞에 아무것도 없다. 오직 밥이다! 밥 밥 밥.
게다가 네 살 먹은 어린것이 백일해에 걸려 지금은 숨이 깔딱깔딱 한다. 약 한 푼어치도 못 사 먹였다. 오직 눈에는 돈이 보힌다, 돈! 돈!
오늘 아침에 안해가 무엇이나 얻어 걸릴까 하고 이웃집 노파의 집에 놀러갔다가 찬밥 한 그릇 얻어가지고 와서 하는 말이 "그 집에 갔더니 웬 쏙쏙 뺀 젊은 여편네들이 그리 많이 오는지. 이야기 들으니까 모두 노는 여편네들이래여. 그 짓을 하면 모두 돈이 그렇게 잘 생기는지."
이 말을 들은 삼득이는 미운 마음이 불쑥 나서 비꼬는 말로
"너도 그러한 짓이나 하려무나"하고는 싸서 안고 앉았든 어린 아이를 내밀으니까 안해는 원망스러운 눈을 힐끗 한 번 보내고서는 아모 소리 없이 어린아이만 받아들고 숨이 그렁그렁하고 얼굴이 죽은 것같이 핼쓱한 어린 딸을 들여다보는 눈에는 눈물이 텀벙텀벙 떨어진다.
배고픈 끝에 식은 밥이나마 달게 먹고 난 삼득이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어나가며 이런 말을 집어던졌다.
"네-미를 할, 참말이지 지금 당하여서는 아무 짓이라도 할 것 같다."
이날도 또한 윈-날을 돌아다니며 행랑방이나 일자리를 얻으려 했으나 또한 헛걸음이다. 저녁에 돌아오니까 난데없는 밥과 찌개가 밥상에 올려있다. 물론 이웃 노파집에서 가져온 것이다.
어린 아이 옆에 쪼그리고 앉았던 안해가 갑자기 이런 말을 툭 내놓는다.
"나 오늘 저녁에 나가 자고 올 터이야……"
이 말에 웬 셈인지 모르나 반은 짐작이 난 듯이 눈을 후둥그렇게 뜬 삼득이는 그 안해를 얼결에 쳐다보고 말은 아니나왔다.
그 안해의 얼굴에는 어떤 처창한 결심의 빛이 나타났다.
"까딱하면 이애 죽이게……" 무거운 말을 거듭내는 안해의 두 눈, 내려감은 그 눈 밑에는 두 줄기 눈물이 비쳤다.
밥을 반쯤이나 먹었던 터에 이밥 숟갈에는 목이 꽉 미어 내려가지를 않는다. 밥상을 물리고 나서는 무서운 눈치로 방바닥만 바라다보고 앉았을 따름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이러니 저러니 통히 말이 없었다. 까딱하면 번쩍 뒤집혀질 검은 눈빛 같은 침묵이 위태위태하게 계속하여 갈 뿐이다.
한참동안이나 죽은 듯이 앉았던 안해가 손 싸게 밥상을 치고 나서는 놀란 듯이 벌떡 일어나며
"자정 안으로 와요……"하고 문밖으로 나가버렸다. 들창문 밖에서 이웃집 노파의 말소리가 나며 수군수군 하더니 발자욱소리도 사러지고 말았었다.
그렁그렁하며 숨을 쉬고 자던 어린 아이가 잠을 깨어 눈도 채 뜨기 전에
"엄마―. 으애―."하더니 '쿨룩'하고 기침소리를 한 번 내고는 격렬적으로 '흐 흐 흐'하는 목구녁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를 쉴 새 없이 잇달아 낸다. 그것은 실낱같이 붙은 목숨이 죽기 전 악을 써보는 것 같았다.
애석한 듯이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는 삼득이는 그 '흐흐'하는 소리의 마디마디가 자기의 신경을 바늘 끝으로 대단히 아프지는 아니하나마 쉴 새 없이 찌르는 것 같았다.
'흐흐'소리는 점점 더 잦아진다. 시계가 없어 시간을 꼭 따질 수는 없어도 오 분 팔 분 십 분 이 모양으로 끌어나가는 셈이다. 무릎 우에 올려놓고 앉은 삼득의 등에는 이 추운 방에서도 진땀이 날 지경이다. 머리털 구녁마다 또는 얼굴까지 따끔따끔하여짐을 깨닫겠다.
"아 이게 왜 그저 아니오나?" 침이 마른 입에 말을 굴리며
"어서 약이라도 사가지고 들어와서 그 약을 먹여서 당장에 병이 낫게 하여주었으면 좋겠다"……"그 지경은 못 가더래도 제발 우선 급한 불이나 좀 꺼주었으면 좋겠다."하고 생각하며 그 안해가 약과 먹을 것을 한데 싸가지고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꼴이 눈에 떠오른다. 그러는 동안에 어린 아이는 기침할 기운도 없어서 까부러진 셈인지 기침이 끝난 셈인지 입만 들썩하다가 죽는 듯이 그대로 늘어져 있다.
아가 아버지도 인제 숨을 좀 들린 듯이 고개를 번쩍 쳐들어 가지고 벽을 바라다보고만 있다.
"이런 네미 사람 놈이 이렇게도 지질히 칫들어질 수가 있나. 똥에가 자빠져 죽은 놈보다 더 더러운 놈이다. 제 계집을 시켜서……?"이렇게 생각을 하며
"세상에 나 같은 놈은 둘도 없다. 더러운 놈! 못난 놈!"하고 잇대어 생각할 때에 옆에서 누가 자기를 보고 외치기를
"이놈아! 이 못난 놈아! 네가 차라리 ○○○○ ○○○○○○사람답게. 사내답게……. 이 지질한 놈아!" 하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옳다 그렇다. 차라리 그 짓을 하는 것이 떳떳하지!"
"인제 알았다! 진작 깨닫지 못한 것이 병이다. 이 고비를 닥쳐서 무엇이 겁날게 있단 말이냐. ○○○○ ○ ○○ ○○○ ○○○○, 그렇지."
한참ㅅ동안 무의식.
"그러나 내가 제 속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마는 저도 글렀어. ……여북해서 그런 생각을 냈을고마는 그런 속에도 딴 속이 좀 있는 게지."하고 의심하는 생각이 뒤섞여가며 미운증이 펄쩍 난다. 들어만 오면 죽어라 하고 때리고 싶은 생각까지 난다.
"만일에 마음이 딴 데 들떠서 그렇다 하면 경을 칠 년 저 죽고 나 죽지!
"그러나 그것이 딴 놈에게 몸을 더럽히고 오다니……"
그 안해의 ○○○칼로 ○○낸대도 시언ㅎ지 못할 왼몸을 불로 태워도 더럽힌 것을 씻지 못할 원통함과 어따가 대고 하소연하여야 옳을지 모를 어굴함이 가슴에서 미어져 나온다. 그 연놈을 한자리에서 그만 모두 꺼 엎어 죽이고 싶었다.
한참 무의식.
이웃집 시계가 한점을 "땅"치는 소리가 들인다.
"허어-이거 왠 일야? 한 시인데……. 열 두 시 안에 온다더니……. 무슨 딴 일이나 생기지 않었나?……"
그 언제인가 밤에 종로를 지나다가 순사 파출소 앞에 사람이 삑-둘러선 것을 보고 자기도 그 틈에 끼어서 구경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에 어떤 젊은 여자를 붙들어다 놓고 매음을 하였느니 어쩌니하며 순사가 데리고 시달리는데 그 여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가지고 말 대답도 잘 못하고 벌벌 떨고만 있다가 나종에는 경찰서로 끌려가는 뒤ㅅ모양을 우두커니 바라보고는 잘잘못 없이 걸리기만 하던 생각이 문뜩 나며 그 안해가 또한 그 망신을 당하는 모양, 새파랗게 질린 얼굴 발발 떠는 꼴이 눈에 번쩍 떠오른다. 인제는 무엇보다 불상한 생각이 났다.
"설마 그럴라구?……"
괴로운 생각을 툭 끊어 던지려고 애를 썼다. 어린 아이 옆에 주그리고 누었다.
눈을 감았다. 모든 공상을 없새려고 이를 꽉 다물었다. '나를 잡아 먹어라!'하고 괴로움 앞에 몸을 던진 듯이 기진한 몸과 마음을 되는 대로 집어 던지고 만 셈이다. 그러나 괴로운 생각을 잊으려는 내가 괴로움을 생각하는 것보다 못지지 않게 괴로웠다.
억지잠을 자려고 버둥질을 하여보았다.
그러나 안해의 얼굴이 훅-지나가고, 그 어떤 놈의 얼굴이 훅- 지나가고, 순사의 얼굴이 훅- 지나간다.
이 모든 그림자가 어서 생각에서 달아나고 말라는 듯이 격렬적으로 손짓을 까닥까닥 하여보았다. 고개를 부르르 떨어 보기도 하였다.
또 이것저것이 뒤바뀌어 지나간다. 그럴 때마다 손짓 곤대짓 곤대짓 손짓……억지 잠을 자려고 버둥질을 친다.
괴로운 정신이 얇은 꿈ㅅ길로 끌려들어가면서도 이 얼굴, 저 얼굴, 곤데짓―
……
"아! 이년이 왜 그저 않와? 한 시가 지났는대두……그예 무슨 일이 있나 보다……무슨 일이……에끼 어떤 연놈이 죽든지……"하고는 밖으로 튀어 나가는 길어 부엌에 있는 식칼을 집어 들고 나섰다.
다자고자로 이웃집 노파의 집을 찾아가서 대문을 발길로 냅다 걷어차니 문짝이 뚝 떨어지며 자빠진다. 문을 발로 디디매 썩은 나무쪽같이 밟히는 발끝마다 바싹바싹하고 부스러져 버린다. 그것도 또한 마음에 시원하였다.
방문을 열고 쫓아 들어가 이불을 폭 뒤집어쓰고 누은 노파의 손목을 냅다 잡아끌며
"이년! 내 계집 갖다가 어떤 놈에게 주었니! 당장 가르켜라! 어서 일어나 앞서라. 가자! 말 안 들으면 이 칼로 대번에 찔러 죽일 터이야"하며 ○○○○○○, 노파가 다 죽은 양으로 벌벌 떨며
"여봅시요 제발 살려줍시요. 제 잘못한 죄는 없읍니다."
잡아끌어도 앉은 대로 대롱대롱 매어달리며
"저는 이 모양으로 다리도 펴지 못하는 앉은방이외다. 걷지도 못하는 앉은방이외다. 제발 살려줍시요."
"이런 망한 년! 초저녁에도 펄펄 뛰어 다니더니 암살을 해도 분수가 있지……"
"아니올시다. 그럴 리가 있읍니까."
"그럼 어디냐? 가 있는 곳이? 어서 말해라."
"예, 예, 저 베전병문……청인의 집입니다. 요리집 옆 수통박이 막달은 골목 대문집……."
그 길로 줄달음질을 처 나온다. 눈인지 달빛인지 해ㅅ빛인지 큰 길 바닥이 훤-하여졌다. 캄캄하여졌다……발이 바퀴같이 싸다. 베전병문으로! 베전병문으로!
주린 승냥이 같은 뭇 청인놈들이 자기 안해를 ○○○○ ○○○○○○ ○○, 야종에는 그만 쭉찌 부러진 새모양으로 ○○○○ ○○○○ 눈에 떠오른다.
"이놈들을 어서가서○○○지. 어서가서○○○○."
아니나 다를까! 베전병문 어구를 닥치자마자 자기 안해가 발가벗은 알몸으로 머리를 풀어 흐리고는
"사람 살리유!"하며 달음박질을 하여 나온다.
그 뒤에는 못 청년 놈이 쏼거리며 무엇이라고 싯걸덩덩하며 안해를 붙들러 쫓아온다.
닥치며 대번에 앞에놈을 ○○○○○. 고꾸러졌다. 그 뒤에 따르던 뭇 놈들은 빈대떼 달아나듯 우-몰려 뿔뿔이 달아나고 만다.
옆 골목에서 난데없는 ○○○○○○○, 자기는 본체만체 하고, 발발 떨고 섰는 안해만 가서 붙들고 발○○○○○○○○○○○○ ○○○○ ○○○○.안해가 마치 발버티며 목이 컹기어 늘어지며 억지로 끌려가는 목 매인 염소새끼모양으로 애처로이 끌려가며
"○○○○○……"
"○○○○○……"
쫓아가 ○○○ ○○○○
"여봅시요, 그 계집은 아무 죄도 없읍니다. 아무 죄도…… 이놈을 잡아가시요. 이놈을 이놈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으니 이놈이 죄진 놈이오. 이놈을 잡아가시요. 사람까지 죽인 놈이요."
"○○○○○○○○○○○○○○○○○○○○○○"
"○○○○○○○○○○○○○○○○○○○○○○○○○○○○○○○○" "○○○○○○○○○○○○○하고 마지막 ○○○○○○"
"여보, ○○○○○○○○○○○○○○○○○○○○○○○○○○○○○○○○○"
"○○○○○○○○○○○○○○○○○○○○○○○○○○○○○○○○○"
"○○○○○○○○○○○○○○○○○○○○○○○○○○○○○○○○○○"
"○○○○○○○○○○○○○○○○○○"
"○○○○○○○○○○○○○○○○○○○○○○○○○○○○○○○"
"○○○○○○○○○○○○○○○○○○○○○"
"응. 응. …… 아이구!……" 하며 야종에는 '엉엉' 울었다.
……
울다가 펄쩍 잠을 깨었다.
이것보아, 어느 결에 안해가 들어와, 어린 딸 옆에 엎드러져 있다. 그것이 눈에 번쩍 떼이자 속이 찌르르 하도록 걸린 마음이 난다. 고 순간을 넘기고 나서는 갑자기 미운 마음이 펄쩍 난다. 주먹으로 냅다 따리고 싶다. 다만 우두커니 그 쓰러진 꼴을 들여다보고만 있었다.
야종에는 주먹으로 직신직신하며 "여봐, 언제와?"하며 내부치는 말로 말을 던졌다.
죽은 듯이 정신없이 쓰러져 있을 따름이다. 다시 주먹으로 허리를 지끈 누르며 "언제와?" 또한 볼메인 소리다.
고개를 푸수수하고 쳐들며 쳐다보는 그 눈에는 아무 표정이 없다. 맥이 풀린 눈이다. 다만 눈같이 부숙부숙 할 따름이다. 얼굴을 대었던 어린 아이 포다기 위에는 침일이 만무하겠는데 눈물인지 흠뻑 젖어있다.
무표정한 눈으로 바라다보며 그는 "날 죽여주―" 하듯이 다시 고개를 푹 파묻고 쓰러진다. "대체 이게 무슨 괴물이야!"하고 바라다보며 생각하던 삼득이는 무거운 입을 떼어 "죽어야 옳으냐? 살아야 옳으냐?……" "죽읍시다! 죽어…… 죽어도 다시 그 노릇은……"하고 안해는 힘없는 소리로 말끝을 흐리고 나서는 길게 떨여 내쉬는 한숨소리도 들을 수가 있었다.
이러고 나서 몇 달이 된 뒤이다. 사글세나마 조촐한 기와집에서 살게 되었다. 그 안해의 몸에는 향수뿌린 비단옷이 감기고, 삼득이는 평생에 처음인 명주안 넌 두루마기를 걸치게 되었었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 이듬해 되던 가을이다. 한강철교 수선공사 모군군 가운데 중대가리로 남루한 옷을 입은 삼득이도 끼어있음을 볼 수 있었다. 동무들은 그를 '계집 잃은 사람'이라는 별명을 지었다. 그 소리가 귀결에 스칠 때마다 삼득이의 눈에는 세상을 미워하는 또는○○하는○○○○○이 번쩍 어린다. ○○ 빛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