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등산의 정신적 의의


등산이 분명 일종의 ‘스포 ― 쓰’이기는 하나, 이것이 스포 ― 쓰면서도, 스포 ― 쓰 이상의 일면과 의의를 가진 데서, 본시 나의 산에 대한 동경은 시작되였었다.
‘륙색’에 한끼 먹을 것을 지고, 작으마한 언덕을 오르는 것을 비롯해, 몇해 혹은 몇달의 시일을 허비하여 지구의 용마루를 오르는 본격적 탐험에 이르기까지, 먼저 신체의 筋骨[근골]이 싸워지는 것이오 근골이 싸워짐으로 자연 단련의 결과를 나타내는 점에 있어, 등산의 스포 ― 쓰적 성격은 나타난다.
그러나 등산이 단련과 아울러 수도적 한 과정과 같이 어떤 철학적 분위기로 우리의 심령을 정화해 주는데, 스포 ― 쓰 이상의 매력을 우리에게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닐가. 등산가의 한가지 긍지로 다변을 피하는 일벽이 있으니 이는 육안은 산봉과 하늘을 보고 오르되, 이 순간 심령은 조용히 고개를 숙여 안으로 성찰하는 겸허를 지키고 있는 때문이다.

 人跡[인적] 끊인 곳에
 돌을 베고, 하늘을 보오.

 구름이 가고,
 있지도 않은 고향이 그립소.


이것은 혼자서 산골을 걷다가, 돌을 베고 누어 무심히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읊어본 졸한 채 거짓없는 필자의 심경이었다. 動[동] 중에 靜[정]을 누리고 저돌적인 순간, 더욱 세심 주밀하고 怯懦[검나]속에 용감과 불굴을 숨기고 겸손하나마 고고·화려한 향연을 즐기는 경지에 등산의 幽玄味[유현미]와 등산가의 자부가 있다.
‘등산’ 운운의 文[문]을 초하는 자리에서, 굳이 字義[자의] 해석에 拘泥[구니]되려는 바는 아니나 우리가 恒用[항용]하는 등산의 의의와 본격적 등산의 그것과는 그 개념이 크게 다른 점이 있음을 알아둘 필요는 있다.
보통 등산을 우리는 너무 많이 ‘하이킹’에 대용한다. 얕아도 산은 산이오 산에 오르니 등산임에 틀림은 없으나 본격적 등산가의 등산의 개념은 본래 아침에 갔다 저녁에 도라오는 襁褓的[강보적]인 것에 있지 않다.그들의 목적은 적어도 二千米突以上[이천미돌이상]의 標高[표고]를 가진 峰巒[봉만]과, 그 봉만을 덮은 빙설과 암벽, 그리고 ‘로 ― 프’에 서로의 생명을 걸고, 敢鬪[감투]하는 혈전적 登攀[등반]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白雲台[백운태]나 遮日峯[차일봉]은 그들의 눈에 庭隅[정우]에 있는 한개 망대에 불과하다.
하여간 산을 사랑함은 한개의 道[도]를 사랑하는 것이다.

 萬周都城如蟻垤[만주도성여의질]
 千家豪傑等醯鷄[천가호걸등혜계]
 一窓明月淸虛枕[일창명월청허침]
 無限松籟韻不齊[무한송뢰운부제]


이는 西山大師[서산대사]의 妙香山[묘향산] 香爐峯[향로봉]에 올라 읊은 명작이다. 과연 기백이 그럴 듯하니 이것이 곧 산을 오르는 자의 기백이라 하리라.


2. 등산과 절기


보통 수영은 夏節[하절] 滑氷[골빙]은 冬季[동계] 등 특별한 시설이 없는 한, 운동의 종류에 따라선, 소위 ‘씨 ― 즌’이란 것이 없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등산만은 소규모의 것이면 별로 정해진 절기가 없다 할 수 있다.
인력의 모든 것을 기우려도 오히려 정복이 어려운 高山大岳[고산대악]에 이르러서는 가장 가능·용이한 절기를 택하는 것도 부득이한 사정이겠으나, 그렇지 아니한 정도의 산악이면 오르는 절기가 다름에 따라 특유의 풍경이 각각 別趣[별취]로 등산객의 마음을 고여주는 것이다. 꽃과 郭公[곽공] 우는 봄삼도 좋고 구름과 폭포와 深綠[심녹]의 여름 장쾌도 산의 별취다. 가을엔 단풍과 菊香[국향]이 있고 빙설과 삭풍이 겨울의 皆骨[개골]을 꾸미니 가위 자연은 산을 사랑하는 자를 위해 무한한 미와 조화로 그들의 무대를 說[설]했다 할 것이다.


3. 半島[반도]의 산악


白頭山[백두산]은 반도의 鎭山[진산]이나, 만척을 넘지 못하니 여기 우리의 한 가지 한이 있다. 백두산 낙맥으로 이천미 이상의 봉만이 달리 약간 咸鏡道一版[함경도일판]에 점재하나, 하여튼 본격적 등산을 수련하기에 우리의 산악은 좀 들 高峻[고준]한 것이 분하다. 그러나 얕은 채 어디를 가든지 산 없는 곳에 없는 것은 우리의 憤恨[분한]을 贖[속]하기에 족하다 할가.
金剛[금강]의 수려는 새삼스리 운위할 필요조차 없거니와 그 외에 雪岳[설악] 五臺[오대] 妙香[묘향] 九月[구월] 長壽[장수] 智異[지리] 太白[태백] 漢拏[한나] 등 아름다움을 천하에 자랑할 만한 산이 얼마나 많은고. 실로 무수한 山系[산계]와 그 산계를 둘른 무수한 峯壑[봉학]이 있어 우리의 오기를 고대하는 것이다. 우선 京城[경성]을 중심으로 그 주위를 둘러 볼 때 우리는 그 산폭의 큼을 감사해야 한다. 白雲[백운] 萬景[만경] 仁壽[인수]의 三峯[삼봉]이 부용같이 솟은 그 둘레에 동북으로 道峯[도봉]을 올올하고, 도봉의 남에 水落[수락]과 佛岩[불암]이 대좌하고, 漢水[한수]를 隔[격]해 冠岳[관악]이 웅장하지 아니한가.
산이란 바다와 달라 뒤지면 뒤질사록 새 峯[봉]과 새 골과 새 구석이 있는 것이오, 새로운 어느 곳을 찾아들든지 새 맛과 새 景[경]과 새 面[면]이 발견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은 한덩이만을 알랴도, 실로 달이 해가 오히려 부족한 것이다.
金剛山[금강산]을 일일히 보랴면 한 달은 걸리리라 한 某氏[모씨]의 金剛紀行[금강기행]을 읽고, 나는 그의 금강의 폭과 깊이에 대한 인식의 부족을 탄식하였다. 逶迤위이] 수백리의 기기묘묘를 불과 삼십주야로 관파한다는 것은 산에 대한 자부가 過甚[과심]타 아니할 수 없다. 십년의 시일로도, 오히려 그 전보를 볼 수 없다 함이 옳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성을 둘른 봉학만을 다 보랴도 몇십재가 걸릴른지?
생각하면 등산가의 무대는 너무나 크다. 산은 너무 많고, 인생은 너무 짧다 할가. 이러한 도장을 두고도 수련할 줄을 모른다면 그는 궁궐을 두고 구지 초막에 蟄伏[칩복]하는 어리석음과 다름이 없으리라.


4. 준 비


등산을 하랴면 먼저 거기 적당한 행장과 기구를 작만하는 것이 선행조건이다. 일종의 유행추종의 심리에서 실질적 登陟問題[등척문제]보다 화려한 外華[외화]를 꾸미랴는 이를 간혹 보거니와, 이러한 허영은 질박과 견실을 존중하는 등산가로 삼가 맛당하다. 허식을 버리고 필요와 견고를 중심으로 적당·충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소기의 공을 거두는데 불가결한 것은 물론이다.
良工[양공]은 먼저 그 장기를 다스린다는 故諺[고언]도 있거니와 고기를 잡으랴면 먼저 좋은 그물을 작만해야 할 거이다. 아래에 登山諸具[등산제구]를 列記[열기]해 본다.
1. 등산복, 근거리 등산이면 보통 헌 양복으로 족하다. 등산복으로 店頭[점두]에 진열된 것도 있으나 품질이 약한 것은 도로혀 날근 양복에 불급할 적이 많다. 경편하고 튼튼하고 몸을 잘 보호하는 것이 긴요한 조건이다. 좀 너그러운 모직물이 최적하다. 소매짧은 ‘샤쓰’나 무릎이 나오는 짧은 바지는 모기에 경쾌하나 덤불·풀밭·바위를 기어오르는 데는 부적당하다.
2. 등산모, 元[원]등산모를 구하는 것이 좋으나 날근 중절모도 무방하다. 일광의 직사와 우설을 막음으로 족한 것이다. 冬節[동절]엔 방한용이 필요하다.
3. 등산화, 피혁이 귀한 요새 元[원]등산화를 구하기는 어려우니 보통 신는 헌 구두로 족하다. 넓적징을 박으면 달은 후에 岩盤[암반]을 오르리가 어렵게 된다. 암반등반에는 농구화가 좋으나 물 묻은 이끼 위를 조심하라. 모래언덕에서 잘 미끄러지는 페도 있다. 빙설속을 장시간 걸으랴면 튼튼한 방수된 원등산화가 절대 필요하다. 언제나 여유있는 준비를 하라. 등산화는 斤重[근중]이 있어 등산가 특유의 균일한 縮步[축보]의 습성을 길러주는 효가 있다.
4. 양말, 모직품이 최적하니 얇은 것을 속에 두터운 것을 겉에 껴신으라. 발이 부릇기 쉬우니 실밥을 잘 뜯어야 한다. 長襪[장말]도 흔히 신으나 뱀의 염려가 있으면 너그러운 바지에 발목을 매는 것이 안전하다. 각반이 좋으나 졸라매면 혈액순환을 저해하는 폐가 있다. 그 외에 겨울이면, ‘샤쓰’‘스웨터 ―’외투 등 방한구가 필요하고, 장갑은 어느 때나 긴요하다. 雨具[우구]는 ‘륙색’과 머리를 보호할 정도의 것이 좋다. 少雨[소우]쯤 겁낼 것이 없다. 바늘과 실을 잊지 말라.
5. 登山杖[등산장], 行步[행보]를 도읍고 때로 보신구도 되는 만치 견고한 것이 좋다. 빙설을 답파할 때는 본격적 ‘픽켈’이 필요하다. 그러나 잠시 오르는 동절 외의 등산에는 픽켈은 도로혀 짐될 적이 있다.
6. 륙색, 등산을 뜻하는 이론 불가불 마련해야 할 필수품이다. 륙색을 지는 것은 등산가의 의무요 또 자랑이다. 대소는 때에 따라 다르되 품질은 麻製[마제] 혹은 麻綿交織品[마면교직품]이 좋다. 작만할 바엔 좀 튼튼한 방수품을 택하라. 겉에 주머니가 너무 많은 것은 비실용적일 때가 많다. 주머니 둘 정도의 소위 ‘키스링’식이 最好[최호]하다. 물건은 무겁고 단단한 것을 밑으로 가게 하고 부드럽고 부피있는 것을 등닫는 편으로 보내면 자기에 편하고 가뜬하다.
7. 炊飯道具[취반도구], 군대용 반합은 不可無[불가무]요, 알콜용 ‘登山鍋[등산과]’도 한벌 작만 해 둘 것이다. 식기, 수저 공기 등속은 가볍고 탄탄한 것을 가리라.
8. 수통, 절대 필요하다. 七合[칠합] 이상 드는 것이면 더욱 좋다. 도중에 음료수가 있는 곳이라도 미리 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9. 登山刀[등산도], 小斧[소부], 小鉅[소거] 등 이런 것도 아니 써도 휴대하면 그만치 마음이 든든한 법이다.
10. 롭(등산바줄), 獨逸語[독일어]로 ‘자일’이라는 것이니 삼인용 三十米突[삼십미돌]의 것이 보통이다. 등암시 목숨을 의탁하는 생명의 줄인지라 절대 안전한 견고품이 요구된다. 쓸 곳도 없이 메고 다니는 것은 한갓 外華[외화]에 불과하니 피하라. 혹 잠시하도 줄에 의지할지 모를 근심이 있거던 튼튼한 가는 줄 十數米突[십수미돌]을 준비하면 좋다.
11, 지남철, 평시도 그렇거니와, 풍우를 맞난 때, 또 혹 농무 속에 든 때엔 지도와 자석은 절대 필요하다.
12. 회중전등, 일부러 위험을 자취는 아니하나, 사람의 일이라 하루회정이 용이한 곳에서 불의의 변으로 혹 날이 저물게 될지도 모르니 등촉의 준비는 하는 것이 좋다. 방풍식 提燈[제등]도 좋다.
13. 호각. 여럿이 갈 때, 또 혹 조난시 위급을 알리는 데 필요하다.
14. 천막, 인가없는 곳에서 노숙을 하랴면 부득불 攜行[휴행]해야 한다. 대소는 人數[인수]에 따라 다르고 방수와 경편을 겸한 것이 최적하다.
15. 담뇨, 極寒期[극한기]가 아니라도 야영시는 이런 것을 준비해야 한다. 될 수 있는 대로 모직물을 택하라.
16. 지도, 하루회정 정도의 곳이라도 이에 대한 충분한 지리를 아는 것이 좋고, 원거리의 초행로면 지도는 절대 필요하다. 二十五萬分之一[이십오만분지일], 五萬分之一[오만분지일], 등을 겸해 가지면 더 좋다.
17, 약품, 건강한 사람도 혹 풍우에 어떤 불의지변을 당할지 모르니 가급적 구급약제를 완비해 가지고 떠나라. 붕대·옥도정기·下劑[하제]·止瀉劑[지사제]·金鷄蠟[금계랍]·點眼劑[점안제]·胃散[위산] 혹은 靈神丸[영신환] ‘멘소러 ― 텀’·‘크레오소 ― 도’(물이 나뿐 곳엔 더 필요하다)·가위·핀셋트 등, 원거리, 장시일이면, 그만치 더 주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 외에 齒磨道具[치마도구]·수건·비누·기록용제구·사진기·서적 등 거의 한 살림을 차리는 셈이 된다.


5. 隊[대]의 조직과 지도자


등산제구를 준비하고 나면, 그 뒤를 따르는 당연한 次序[차서]로 실행문제가 나선다. 이때 우리의 마음이 산에 대한 동경으로 충만함은 물론이다. 一日行程[일일행정]의 단거리의 것도 장소와 시간 등을 미리 계획한다. 지도를 구해 路順[로순]과 거리와 지형을 조사하고 안내서 문헌 등으로, 혹은 사적을 더듬고, 혹은 명승을 찾는다. 명일의 行樂[행락]을 꿈꾸며 조용히 자료를 섭렵할 때, 그 낙이 얼마나 큰가는 경험자는 알 것이다.
등산은 경기가 아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상대자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獨行[독행]을 원하는 자는 물론 독행도 좋다. 심령의 안위와 시적 혹은 철학적 수양을 얻는 점에 있어, 독행이 더 효과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개는 몇 사람이고 동반자를 구하는 것이오, 여기서 소위 등산군의 파 ―틔가 생기게 된다. 친구란 언제나 귀한 것이나, 인적없는 물과 樹木[수목]과 구름과 바위만의 산중에 들면, 친구에 대한 애정은 더한층 다사로움을 느끼게 되는 법이다. ‘롭’에 몸을 함께 매고 암벽을 기어오르는 순간을 상상해 보라.
이야말로 목숨을 맞매고 생사를 같이 하는 순간이 아닌가. 잘못 드디면, 千仭[천인]의 구렁으로 떠러질 아슬아슬한 곳을 오직 뒷사람이 생명의 줄을 단단히 잡아주는 줄 믿기에 마음을 놓고 오르는 것이다. 이런 중대한 목숨줄을 잡은 사람의 심경은 어떠하겠는가. 전신경을 모아 오르는 사람의 동작을 주시하고 그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異身[이신]이되 동체로, 友誼[우의]의 극치가 이곳에 있다 할 것이다.
소규모의 등산이면 2, 3인 내지 4, 5인 정도가 이상적이다. 그러나 반드시 인수를 제한할 것은 없다. 도로혀 대규모적 등산에는 충분한 인원 조직이 절대적 요구조건이 된다. 하여튼 등산에는 체력과 취미와 성격이 비슷한 인원으로 ‘파 ― 틔’를 조직하는 것이 목적달성에 중대관계를 갖는 것이니 의사가 불합한 중에 통일된 체제를 기대하기 어렵고, 체력의 차등이 있으면 동일한 행동을 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2, 3인의 소대면 별문제나, 다수한 인원이 행동하는 때엔 자연 전체를 지휘하는 ‘리 ― 더’(지도자, 혹은 대장)가 필요하게 된다. 리 ― 더 ― 는 군대의 대장과 같은 全隊[전대] 진토의 권을 잡은 자다. 그러므로 용감·침착하고, 세삼하되 활달하여 대원의 경앙과 심복을 얻고, 산에 익숙하여 기술적으로도 그들을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대장이 경솔하면 위험하고 나약하면 勇進[용진]이 없으며, 통솔의 능이 없으면 一團[일단]이 불화한다. 그러므로 유능한 리 ― 더 ― 는 먼저 대원의 志向[지향]과 기분과 체력을 성찰하여 강자를 지도하고 약자를 보호하여 목적달성의 최량의 방도를 강구하는 것이다. 쾌속과 거리만을 탐하여 먼저 앞서기를 자랑하는 리 ― 더 ―는 혹 체력과 기술에 우월하다 하더라도 정신적으로 지도자의 자질을 구비하지 못한 것이다. 리 ― 더 ― 는 항상 과한 速步[속보]를 경계하며, 쉬지 않고 꾸준히 걷기를 노력한다.
등산가는 모름지기 ‘소거름’을 본받을 것이다. 유난히 빨리 날뛰는 사람일수록 종말에 피곤을 못견디여 하는 예가 많다. 떠날 때나 도라올 때나 똑같은 보조로 침착하게 평화롭게 대원을 인도하랴는 것이 경험있는 리 ― 더― 의 지휘정신이다.


6. 入山[입산]에 관한 주의


㉮ 먼저 건강에 주의하라. 어느 운동에 있어서도 그러하겠으나, 특히 장시일 등산에는, 흔히 無人[무인]의 境[경]을 드러가는 관계상, 충분한 건강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도 風餐露宿[풍찬노숙]으로 별안간 원시생활을 하게 되면 병이 나기 쉽거던 하물며, 이미 허약한 자리오. 섭양 삼아 오르는 근거리의 것이면 약간의 무리도 견델 수 있으나 深山窮谷[심산궁곡]에 들어 몸의 자유를 잃게 되면 당자의 괴롬도 괴롬이려니와 동행자의 노고 또한 어떠할 것인고?
㉯ 지나친 무리를 경계하라. 사람이란 대담할 때는 대담해야 한다. 더욱이 심산에 들어 대자연을 정복하랴는 의기의 士[사]가 懦怯[나겁]해 쓰겠는가. 그러나 필요한 것은 지용이오 저돌적 蠻氣[만기]가 아니다. 有時乎自然[유시호자연]은 가혹하도록 우리에게 냉담하다. 약간의 부주의에 대해 불측의 대변으로 우리를 벌할 적이 없지 않다.
아슬아슬한 무서운 곳에서보다 도로혀 어집잖은 곳에 더 많이 사고가 나는 것은 만용과 경솔때문이다. 체력에 또 시간에 늘 여유를 둬야 한다. 더욱이 다수한 대원을 다린 지도자가 이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은 이미 말한 바와 같다.
㉰ 독사와 落岩[낙암]을 조심하라. 초목이 욱어진 여름산을 거를 땐 특히 독사를 조심해야 한다. 범이나 곰은 말보다 실은 무서워할 것이 없으나, 가공할사, 독사만은 풀이 성한 산이면 거의 없는 법이 없고, 또 물리기만 하면 심하면, 당장에 생명을 잃을 정도로 독한 것이다. 그러기에, 미리 각반 등속으로, 下脚部[하각부]를 보고하고 불행히 물린 때에는 동행자가 곧 예리한 칼로 상처를 절개하고 일변 입으로 독을 빨며, (口內[구내]에 상처가 없는 한, 빨아 뱉는 데는 별 위험이 없다 한다.) 또 일변 상처의 심장편 쪽을 잡아 매어, 혈액순환을 막아버려야 한다. 다음으로 암석을 등반할 때, 보기에 위태한 것은, 삼가 의지하지 말하야 한다. 만일 갑파른 곳에서 낙암을 안고 떠러지면, 그 위험은 가공한 것이다. 등암술 내지 ‘롭’의 사용법에 대해서는, 서적으로나 선험자의 교시 등으로 충분한 지식을 얻도록 하라. 수련도 없이 장쾌만을 욕심내다가 불측의 화를 입으면 그런 억울이 있겠는가.
㉱ 항상 天候[천후]의 변화를 살피라. 산에 들어 약간한 비바람을 만나는 것쯤 도로혀 장쾌한 한 운치도 될 수 있다. 그러나 심하면 의외로 큰 고생을 하는 것이니 늘 천기의 변화를 살필 것이다. 더욱 다수한 부원을 인솔한 ‘리 ― 더 ―’는 가급한 한, 부원을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 경험을 쌓으면 구름모양 바람의 방향 등으로 대강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 적설과 급류에 주의하라. 겨울에는 적설을 조심하고, 여름에는 급류를 업수히 여기지 말 것이다. 물이란 얕아도 흐르는 힘이 무서운 것이라, 함부로 뛰어들었다 큰 변을 당할 염려가 없지 않다.
㉳ 지세를 잘 살피라. 떠나기 전에 이미 지도로 조사한 곳이오, 가면서도 連[연]해 지도를 참고하기는 하나, 有時乎地圖[유시호지도]에도 착오가 있으니 그 지방 지세의 熟知者[숙지자]를 찾아 충분히 묻는 것이 좋다.
㉴ 負荷[부하]는 가벼운 정도로. 여러날 계속되는 행정엔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됨으로, 떠나기전 목록을 적어가며 두고두고 준비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너무 충족만을 탐하다가 체력에 과한 짐을 지고 나서게 되면, 피로에 못이겨 도중에서 물건을 버려야할 경우를 당하기 쉽다. 항상 체력에 여유를 두게 하라.
㉵ 입산도덕을 지키라. 산에 들어 불을 조심하고, 돌을 굴리지 말며 사원, 사적, 표지, 화훼 등을 애호할 것이다. 산은 성지라, 그 존엄을 모독하지 말며, 뒷 사람의 입산을 위해 선입자의 아름다운 덕을 지켜야 한다.
「春秋[춘추]」19호, 1942년 8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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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에서 1977년 사이에 출판되었다면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인 저작에는 {{PD-1996}}를 사용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