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에서
- 1922년 가을
오늘이 다 되도록 일본(日本)의
서울을 헤매어도
나의 꿈은 문둥이 살기같은
조선(朝鮮)의 땅을 밟고 돈다.
예쁜 인형(人形)들이 노는
이 도회(都會)의 호사(豪奢)로운
거리에서
나는 안 잊히는 조선의 하늘이
그리워 애달픈 마음에 노래만
무르노라.
「동경(東京)」의 밤이 밝기는
낮이다-그러나 내게 무엇이랴!
나의 기억(記憶)은 자연(自然)이
준 등불 해금강(海金剛)의 달을
새로이 솟친다.
색채(色彩)의 음향(音響)이 생활(生活)의
화려(華麗)로운 아롱사(紗)를 짜는-
예쁜 일본(日本)의 서울에서도 나는
암멸(暗滅)을 서럽게- 달게 꿈꾸노라.
거룩한 단순(單純)의 상징체(象徵體)인
흰옷 그 너머 사는 맑은 네맘에
숯불에 손 데인 어린 아기의 쓰라림이
숨은 줄을 뉘라서 아랴!
벽옥(碧玉)의 하늘은 오직 네게서만
볼 은총(恩寵)받았던 조선(朝鮮)의 하늘아
눈물도 땅속에 묻고 한숨의 구름만이
흐르는 네 얼굴이 보고 싶다.
아 예쁘게 잘 사는 「동경(東京)」의
밝은 웃음 속을 온 데로 헤매나
내 눈은 어둠 속에서 별과 함께
우는 흐린 호롱불을 넋없이 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