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37대 국무총리 취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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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37대 국무총리 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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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서울청사 별관 2006년 4월 20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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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먼저, 저를 국무총리로 지명하신 대통령님께, 그리고 임명동의를 해주신 국회의원님들께,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에게 성원과 사랑을 아끼지 않으신 국민 여러분께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국민은 이제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총리를 갖게 됐습니다. 저는 첫 여성총리가 된 저를 바라보시는 우리 국민의 시선을 가슴 속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것은 한쪽으로는 많은 기대를,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다소의 걱정이 교차하는 시선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꼭 우리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마음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드리는 그러한 총리가 돼야 되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는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공직자들께서 나와 계신데 우리 공직자님들께서도 ‘아, 여성총리랑 어떻게 일을 해야 될까?’ 이런 불안감 내지는 서먹함, 이런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 저와 같이 일을 해본 사람들은 저를 ‘외유내강이다’ 이렇게 평하기도 하고, 또 별명이 부드러운 카리스마입니다. 지금 ‘외유’와 ‘부드러움’에 대해서는 여러분께서 엊그제 인사청문회를 통해서나 오늘 이 방의 분위기를 통해서나 느끼시는 바가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의 ‘내강’과 ‘카리스마’에 대해서는 아마 잘 모르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시겠죠. 이 점에 대해서는 여러분께서 아주 머지않아 곧 아시게 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을 합니다.

어느 신문은, “첫 여성 총리 한명숙, 부처를 장악할 수 있을까” 부처 장악력에 대한 불안감을 많이 표시했습니다. 혹시 얼굴마담이 되지 않을까, 또는 실세총리일까, 대독총리일까, 이런 기사가 많이 실려 있습니다. 아마 국민도 좀 의아해 할거라고 봅니다. 저는 이러한 말들이 저에 대한 폄하라기 보다는 제가 일 잘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주기 위한 국민의 목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장악력이 뭡니까. ‘掌握’, 한문으로 “손아귀에 꽉 거머쥔다”는 겁니다. 여성인 저에게는 여기 계시는 많은 남성들보다 손에 힘이 좀 약하다는 것을 전 솔직히 인정합니다. 그러나 ‘리더십’과 ‘장악력’ 사이에는 어떠한 필연적 등식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21세기는 패러다임의 쉬프트가 있어야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덧붙여서 리더십의 쉬프트도 봐야 됩니다. 장악의 의미는 낡은 리더십의 표현입니다. 저는 거꾸로 오히려 여러분에게 ‘장악’이라는 컨셉을 이제 극복하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동의하십니까?

공무원들이 나의 이익, 나의 출세, 나의 승진, 또 우리 부처의 이익을 손안에 움켜쥐고 놓지 않으면, 그런 ‘장악’, ‘부처 이기주의’를 놓아버리지 않으면, 그 이익만을 챙기면, 거기에 얽매인다면, ‘국민의 평안과 행복’은 보이지 않습니다. 안중에 없습니다.

이제 많은 언론이 한명숙 첫 여성총리가 총리로 들어가서 공무원들에게 휘둘리지 않을까, 또 잘할 수 있을까, 이것이 관심사입니다. 이것은 총리와 공직자를 대칭관계에 놓고 하는 얘기입니다. 그런 전제조건이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저는 우리 둘 사이에 대칭관계가 아니라, 저는 하나가 되겠습니다. 한 호흡으로 나가겠습니다. 그러나 만약 여러분이 국민의 이익과 평화, 평안과 행복을 중심에 두지 않고 정책이 다른 곳으로 흐른다면 단호하게 원칙을 가지고 지적하고 협의하고 바로잡겠습니다. 여기에는 한치의 양보도 없습니다.

그러나 공직자들이 진실로 국민의 평안과 행복을 위해 어떤 자세로 일해야 할까 한번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공직자들이 “어려운 처지의 국민의 체험을 직접 해보는 것이 참 좋겠다” 이런 제안을 드립니다. 말로만 하는 행정, 책상에서만 하는 궁리가 아니고, 각 부처마다 직접 관계되는 영역에서 현장으로 내려가서 국민이 겪는 어려움을 실제로 체험해 보자는 겁니다.

저는 엊그제 인사청문회의 모두발언에서, ‘여성적인 리더십’에 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여성적 리더십은 이해와 소통, 부드러움과 강인함, 배려와 섬김이 조화를 이룬 지도력”이라고 말씀을 했습니다.

그런데 상식적인 얘기지만, ‘이해한다’는 말이 영어로 under-stand입니다. “아래에 선다”는 뜻입니다. 이해한다, 국민을 이해한다, 국민과 소통한다는 것은 아래에 선다는 뜻입니다. 아래로, 낮은 자리로 내려가서 몸을 낮출 때, 비로소 진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귀를 기울이면 비로소 들리는 소리, 이것이 소통의 출발이라고 봅니다.

각 부처마다 직접 관계되는 현장으로 내려가 몸을 낮추고, 국민 아래에 서서, 국민이 겪는 어려움을 몸으로 체험해 보는 것, 참으로 공직자로서 꼭 한번 그런 방향으로 일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때, 보이고 들리는 진실의 소리를 정책으로 만들고 시스템화하여 시행하고 실천하는 것, 이것이 '공직'이고 ‘공무’(public service)가 아닐까 싶습니다. public service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두 번째로 우리 공직자들을 국민이 많이 신뢰를 안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왜 그럴까요? 가르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배우려 하고, 지시하고 명령하기보다는 겸허하게 귀 기울여서 경청하는데 힘쓰고, 때로는 국민이 처한 현실의 상황 속에서 자신을 던져서 국민의 어려움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어떤 유명한 분이 ‘리더십’에 대해서 아주 적절한 경구를 전해준 적이 있습니다. “진정한 리더십은 자기가 모든 것을 다 알아서 실행하는 능력이 아니라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리더십입니다. 저는 이 말에 참으로 깊이 공감했습니다.


우리 친애하는 공직자 여러분!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잘 모르는 분야가 있으면 기꺼이 여러분의 지도를 받겠습니다. 저를 가르쳐 주십시오.

저는 또한 ‘강력한 정책 추진력’도 여러분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국무총리 후보자로서 총리실의 여러분과 첫 만남의 자리에서 드렸던 말씀이 “우리는 국민의 평안과 행복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항해를 하는 배의 항해사들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총리인 제가 키를 잡는 역할을 한다면 여러분은 노를 젓고, 돛을 올려 바람을 받게 하고, 엔진을 돌려 추진력을 내는 것입니다. 즉 추진력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저는 이것을 「어울림의 항해」라는 말로 표현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또한 청문회에서, “여러 가지 부족하지만 한명숙에게도 자타가 공인하는 잘하는 것이 있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우선 균형 가치입니다. 총리는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정 능력입니다. 건강한 상식과 균형감각, 그리고 공정함입니다. 이러한 원칙을 떠나면 배가 흔들립니다. 저는 이러한 원칙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저의 이러한 장점이라면 장점이 국무총리직을 수행하는 데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감히 말씀드려 봅니다. 저보다 많은 능력을 가지신 각자가 가진 능력을 소신껏, 마음껏 발휘하실 수 있도록 저는 여러분을 돕고 고무하고 격려하겠습니다.


친애하는 전국의 공직자 여러분!

참여정부가 이제 4년차에 들어섰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수많은 개혁 과제들과 힘겹게 씨름해 왔습니다. 이러한 많은 과제들이 기득권과 부딪쳐서 파열음을 냈습니다. 그 파편이 많은 시민에게 돌아가 이제는 국민이 많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쳐있습니다. 성과도 있었지만, 우리가 한 일에 미흡한 점도 많았습니다. 좀 더 겸손하고 좀 더 친절하고 좀 더 따뜻했어야 합니다. 반성하면서 이제부터 우리는 국민 안으로 들어갈 것을 여러분과 약속하고 싶습니다.

국민소득 2만 불 시대를 대비하는 사회안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경제 활성화 노력도 해야 합니다. 또 계층간의 갈등 요인, 양극화 문제, 이런 걸 해결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합니다. 서민생활이 안정돼야 하고, 비정규직 처우향상, 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이런 것들이 다 우리 앞에 놓여있는 과제입니다. 우리의 고민중에 고민인 교육문제, 저출산·고령화 문제, 부동산 안정대책, 국민연금개혁은 발등의 불입니다. 노사관계의 선진화라든지 한·미 FTA 협상 등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다음달부터 실시되는 5·31 지방선거는 반드시 엄정하고 공정한 선거가 돼야 될 것입니다.

이 모든 문제 하나하나가 정말 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어려운 과제이지만, 그러나 우리가 모두 희망을 갖고 함께 손잡고 신명나게 땀 흘린다면,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우리가 가는 길에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의 경험 속에서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월드컵 때 보여주었던 것처럼, 그때 정부가 시민을 동원했습니까? 그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우리가 나오라고 돈을 줬습니까? 정부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신명이 나니까 우리 국민은 그렇게 월드컵에 모여서 모든 국민의 기를 우리 태극전사들에게 보냈습니다. 4강을 달성했습니다. 이렇게 국민에게 신명나는 일을 우리 공무원들이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힘과 에너지는 오직 우리 국민 속에 있습니다. 문제는 신명을 일으켜 그 힘들을 불러내어 하나 된 큰 힘으로 묶어 세우는 일입니다. 사회통합,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나가는데 여기 계시는 공무원들, 그리고 전국의 공무원들 모두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할 때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신명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이해와 소통입니다.


친애하는 전국의 공직자 여러분!

저는 우리 공직자 사회가 수평적 우정의 관계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합니다. 경쟁이 없는 곳에는 발전이 없습니다. 경쟁이 없으면 썩습니다. 경쟁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경쟁하되, 서로 칭찬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우애로운 공직문화가 뿌리내리게 하고 싶습니다.

우정을 이야기하자니 오늘 신문에 나온 박지성과 이영표, 두 젊은 축구선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외국에 나가 서로 다른 팀에 속한 그 선수들은 한치의 물러섬이 없이 승부를 겨루었습니다. 승부는 가려지고 한 사람은 승리, 한 사람은 패자의 자리에 섰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어떻게 했습니까? 옆구리에 손을 찔러놓고 우정의 손을 마주 잡을 줄 알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네티즌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국민 모두는 그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했고 더러는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습니다.

이것은 스포츠의 세계에서만이 아닙니다. 우리 공직자들이 같은 부처 안에서나 부처 상호간에 서로 경쟁하면서도 아낌없이 협력하고 화합하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이 젊은이들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믿음을 갖고 일하겠습니다. 우리 국민은 우수합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저력 있는 국민입니다. 우리 국민은 무진장의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믿음직한 재산, 보배로운 자산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우리 국민 속에 잠재해 있는 무궁무진한 지하수와 같은 에너지, 저력, 잠재력을 살려내야 합니다. 지하수가 솟듯 콸콸 솟아나게 우리 스스로가 해야 합니다. 우리 국정의 수준을 국민의 수준만큼 끌어올려야 합니다.


사랑하는 공직자 여러분!

지금은 어느 때보다 우리 공직자의 열정과 땀과 눈물이 필요한 때입니다. 저는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공직자 여러분의 저력과 헌신성을 체험했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우수한 능력과 사명감을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대한민국을 일류국가의 문턱 가까이까지 이끌어 오신 주역들이십니다. 여러분의 의지력과 자부심은 이 나라의 미래를 밝힐 에너지라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 손을 잡고 힘을 모읍시다. 여러분의 그 능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저는 여와 야를 막론하고 올곧은 생각과 좋은 의견, 바른 방법과 바른 원칙을 가진 분들이 있으면 스스로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여와 야,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그런 분들에게 따스한 손을 내밀겠습니다. 그분들의 손을 부여잡고, “나라를 위하여, 국민의 평안과 행복을 위하여” 우리 지혜를 모으고 힘을 모으자고 호소하겠습니다.

이제 패어진 골을 메울 때입니다. 상처 난 곳을 어루만져 상처를 아물게 해야 합니다. 등지고 돌아선 사람들의 손을 맞잡게 해야 할 때입니다.


공직자 여러분!

책임총리제는 책임장관제입니다. 책임장관제는 책임국장제입니다. 책임국장제는 책임과장제입니다. 우리가 서있는 자리에서 자기의 책임을 다할 때 우리는 이 사회를 책임있게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갈등과 충돌이 심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공직자 생활을 하면서 일의 성과에 갈등과 충돌을 피하고 남에게 떠맡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는 공직자를 높이 평가할 것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제가 검토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공직자 여러분!

이제 우리 손에 손을 잡고 자랑스러운 우리 국민과 함께 ‘선진 한국’이라는 항해에 나섭니다. 저는 어제 「어울림의 항해」를 말했습니다. 오늘 여러분에게는 어울림의 항해와 더불어 신명나는 항해를 하자는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질서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경직되고 피동적인 질서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아름다운 질서를 공직사회에 만들어 내도록 노력합시다.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