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원시조/비로봉


단발령(斷髮嶺) 넘어들 제 하늘 닿던 높은 봉들
발아래 떨어트려 웃고 굽어 보단말이
웃가슴 늦추기전에 서늘 가득하고녀

목 넘어 올라오자 급히 도는 천봉만봉(千峰萬峰)
잉어 등 지르레미 펄펄할사 중향성(衆香城)을
산(山)굼틀 모두 산 것을 이제 본줄 아노라

하늘 참 넓은지고 상하사방(上下四方) 훤츨하다
일월출(日月出) 충충 걸어 오다 마저 숙는고야
반공(半空)에 긴 바람만이 돌아 휘휘하더라

저기 저 열푸른 것 구름아냐 동해(東海)로다
솟은 듯 삐죽삐죽 있다 없다 그 무엇고
어렴풋 열린 너머에 괴불 예뻐하노라

안산은 희끗희끗 검푸른 건 밖산이라
발 밑에 바윗구비 팔담구룡(八潭九龍) 제 있다네
올로듯 예제 드디어 온 금강(金剛)을 돌과저

쪽깔린 측백(側柏)나무 그런대로 태고색(太古色)이
꿀 같은 거자물을 봄에 오면 먹는다네
가즈레 풀 자란 저기 콩밧등가 하노라

골 속에 자던 구름 게으른양 나오더니
어느덧 구름바다 만산(萬山)거기 나락들락
해금강(海金剛) 또 있다함을 내 안 믿어하노라

삼천수(三千首) 영랑풍월(永郞風月) 이어름서 불럿던가
구름야 있다없다 산야아니 옛산(山)이리
저산아 말물어보자 어이 놀고 가더니

열구름 검어지며 측백밭에 비 뿌린다
여기도 인간(人間)이라 거 갈 주막 있다하네
옆으로 볕 지나가며 푸른 하늘 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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