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밤
가라앉은 하늘이
꿈꾸듯 어두워라.
나뭇잎마다에서
젖은 속살거림이
끊이지 않을 때일러라.
마음의 막다른
낡은 띠집에선
뉜지 모르나 까닭도 없어라.
눈물 흘리는 적(笛) 소리만
가없는 마음으로
고요히 밤을 지우다.
저-편에 늘어 서 있는
백양(白楊)나무 숲의 살찐 그림자에는
잊어버린 기억(記憶)이 떠돎과 같이
침울(沈鬱)-몽롱(曚朧)한
「캔버스」위에서 흐느끼다.
아! 야릇도 하여라.
야밤의 고요함은
내 가슴에도 깃들이다.
벙어리 입술로
떠도는 침묵(沈默)은
추억(追憶)의 녹 낀 창(窓)을
죽일 숨쉬며 엿보아라.
아! 자취도 없이
나를 껴안는
이 밤의 홑짐이 서러워라.
비 오는 밤
가라앉은 영혼(靈魂)이
죽은 듯 고요도 하여라.
내 생각의
거미줄 끝마다에서도
작은 속살거림은
줄곧 쉬지 않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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