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둘니 산을 넘고,
굽어진 물을 건너,
푸른 풀 붉은 꽃에
길 걷기 시름이여.

잎 누른 시닥나무,
철 이른 푸른 버들,
해 벌서 석양인데
불슷는 바람이여.

골짜기 이는 연기
뫼 틈에 잠기는데,
산마루 도는 손의
슬지는 그림자여.

산길가의 외론 주막,
에이그 쓸쓸한데.
먼저 든 짐장사의
곤(困)한 말 한 소리여.

지는 해 그림지니,
오늘은 어데까지,
어둔 뒤 아무데나,
가다가 묵을레라.

풀숲에 물김 뜨고,
달빛에 새 놀래는,
고운 밤 야반(夜半)에도
내 사람 생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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