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는 곳/절정의 노래

탑이 있다.
누구의 손으로 쌓았는가, 지금은 거칠은 들판
모두 다 까맣게 잊혀진 속에
무거운 입 다물고 한없이 서 있는 탑,
나는 아노라. 뭇 천백 사람,미지와 신비 속에서
보드라운 구름 밟고
별과 별들에게 기울이는 속삭임.

순시(瞬時)라도 아, 젊은 가슴 무여지는
덧없는 바래옴
탑이여,하늘을 지르는 제일 높은 탑이여!
언제부터인가
스사로 나는 무게, 아득한 들판에
흘로 가없는 적막을 누르고……

몇 차례나 가려다는 돌아서는가.
고이 다듬는 끌이며 자자하던 이름들
설운 이는 모두 다 흙으로 갔으나
다만 고요함의 끝 가는 곳에
이제도
한층 또 한층 주소로 애처로운 단념의 지붕 위에로
천년 아니 이천년 발돋움하듯
탑이여,머리 드는 탑신이여, 너 홀로 돌이여!
어느 곳에 두 팔을 젓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