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도/쇠바퀴의 노래

하나

이윽고
태풍이 짓밟고 간 깨어진 메트로폴리스에
어린 태양이 병아리처럼
홰를 치며 일어날 게다
하룻밤 그 꿈을 건너다니던
수없는 놀램과 소름을 떨어버리고
이슬에 젖은 날개를 하늘로 펼 게다
탄탄한 대로가 희망처럼
저 머언 지평선에 뻗히면
우리도 사륜마차에 내일을 싣고
유량한 말발굽 소리를 울리면서
처음 맞는 새 길을 떠나갈 게다
밤인 까닭에 더욱 마음 달리는
저 머언 태양의 고향

끝없는 들 언덕 위에서
나는 데모스테네스보다도 더 수다스러울 게다
나는 거기서 채찍을 꺾어 버리고
망아지처럼 사랑하고 망아지처럼 뛰놀 게다

미움에 타는 일이 없을 나의 눈동자는
진주보다도 더 맑은 샛별
나는 내 속에 엎드린 산양(山羊)을 몰아내고
여우와 같이 깨끗하게
누이들과 친할 게다

나의 생활은 나의 장미
어디서 시작한 줄도
언제 끝날 줄도 모르는 나는
꺼질 줄이 없이 불타는 태양
대지의 뿌리에서 지열(地熱)을 마시고
떨치고 일어날 나는 불사조
예지의 날개를 등에 붙인 나의 날음은
태양처럼 우주를 덮을 게다
아름다운 행동에서 빛처럼 스스로
피어나는 법칙에 인도되어
나의 날음은 즐거운 궤도 위에
끝없이 달리는 쇠바퀼 게다

벗아
태양처럼 우리는 사나웁고
태양처럼 제 빛 속에 그늘을 감추고
태양처럼 슬픔을 삼켜 버리자
태양처럼 어둠을 사뤄 버리자

다음날
기상대의 마스트엔
구름조각 같은 흰 기폭이 휘날릴 게다


태풍경보해제(颱風警報解除)

쾌청(快晴)
저기압(低氣壓)은 저 머언
시베리아의 근방에 사라졌고
태평양(太平洋)의 연안(沿岸)서도
고기압은 흩어졌다
흐림도 소낙비도
폭풍도 장마도 지나갔고
내일도 모레도
날씨는 좋을 게다


시(市)의 게시판(揭示板)

시민은
우울과 질투와 분노와
끝없는 탄식과
원한의 장마에 곰팽이 낀
추근한 우비일랑 벗어버리고
날개와 같이 가벼운
태양의 옷을 갈아입어도 좋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