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도/세계의 아침

비늘
돋힌
해협(海峽)은
배암의 잔등
처럼 살아났고
아롱진 아라비아의 의상을 둘른 젊은 산맥들.

바람은 바닷가에 사라센의 비단폭처럼 미끄러웁고
오만(傲慢)한 풍경은 바로 오전 칠시(七時)의 절정(絶頂)에 가로 누었다.

헐덕이는 들 우에
늙은 향수(香水)를 뿌리는
교당(敎堂)의 녹쓰른 종(鍾)소리.
송아지들은 들로 돌아가렴으나.
아가씨는 바다에 밀려가는 윤선(輪船)을 오늘도 바래 보냈다.

국경 가까운 정거장(停車場).
차장(車掌)의 신호(信號)를 재촉하며
발을 굴르는 국제열차.
차창마다
'잘 있거라'를 삼키고 느껴서 우는
마님들의 이즈러진 얼골들.
여객기들은 대륙의 공중에서 티끌처럼 흩어졌다.

본국(本國)에서 오는 장거리 라디오의 효과를 실험하기 위하야
쥬네브로 여행하는 신사(紳士)의 가족들.
샴판. 갑판. 안녕히 가세요. 다녀오리다.
선부(船夫)들은 그들의 탄식을 기적(汽笛)에 맡기고
자리로 돌아간다.

부두에 달려 팔락이는 오색의 테잎
그 여자의 머리의 오색의 리본

전서구(傳書鳩)들은
선실의 지붕에서
수도(首都)로 향하여 떠난다.
…… 스마트라의 동쪽. …… 5 킬로의 해상(海上) …… 일행 감기(感氣)도 없다.

적도(赤道) 가까웁다. …… 20일 오전 열 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