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金剛)! 너는 보고 있도다- 너의 쟁위(箏徫)로운 목숨이 엎디어 있는 가슴- 중향성(衆香城) 품속에서 생각의 용솟음에 끄을려 참회(懺悔)하는 벙어리처럼 침묵(沈黙)의 예배(禮拜)만 하는 나를!

금강(金剛)! 아, 조선(朝鮮)이란 이름과 얼마나 융화(融和)된 네 이름이냐. 이 표현(表現)의 배경 의식(背景 意識)은 오직 마음의 눈으로만 읽을 수 있도다. 모-든 것이 어둠에 질식(窒息)되었다가 웃으며 놀라깨는 서색(曙色)의 영화(榮華)와 여일(麗日)의 신수(新粹)를 묘사(描寫)함에서- 게서 비로소 열정(熱情)과 미(美)의 원천(源泉)인 청춘(靑春)-광명(光明)과 지혜(智慧)의 자모(慈母)인 자유(自由)- 생명(生命)과 영원(永遠)의 고향(故鄕)인 묵동(默動)을 볼 수 있느니 조선(朝鮮)이란 지오의(指奧義)가 여기 숨었고 금강(金剛)이란 너는 이 오의(奧義)의 집중(集中) 통각(統覺)에서 상징화(象徵化)한 존재(存在)이여라.

금강(金剛)! 나는 꿈속에서 몇 번이나 보았노라. 자연(自然)가운데의 한 성전(聖殿)인 너를- 나는 눈으로도 몇 번이나 보았노라. 시인(詩人)의 노래에서 또는 그림에서 너를- 하나, 오늘에야 나의 눈앞에 솟아 있는 것은 조선(朝鮮)의 정령(精靈)이 공간(空間)으론 우주(宇宙) 마음에 촉각(觸角)이 되고 시간(時間)으론 무한(無限)의 마음에 영상(映像)이 되어 경이(驚異)의 창조(創造)로 현현(顯現)된 너의 실체(實體)이어라.

금강(金剛)! 너는 너의 관미(寬美)로운 미소(微笑)로써 나를 보고 있는 듯 나의 가슴엔 말래야 말 수 없는 야릇한 친애(親愛)와 까닭도 모르는 경건(敬虔)한 감사(感謝)로 언젠지 어느덧 채워지고 채워져 넘치도다. 어제까지 어둔 살이에 울음을 우노라- 때아닌 늙음에 쭈그러진 나의 가슴이 너의 자안(慈顔)과 너의 애무(愛撫)로 다리미질한 듯 자그마한 주름조차 볼 수 없도다.

금강(金剛)! 벌거벗은 조선(朝鮮)- 물이 마른 조선(朝鮮)에도 자연(自然)의 은총(恩寵)이 별달리 있음을 보고 애틋한 생각- 보배로운 생각으로 입술이 달거라- 노래 부르노라.

금강(金剛)! 오늘의 역사(歷史)가 보인 바와 같이 조선(朝鮮)이 죽었고 석가(釋迦)가 죽었고 지장미륵(地藏彌勒) 모든 보살(菩薩)이 죽었다. 그러나 우주(宇宙) 생성(生成)의 노정(路程)을 밟노라- 때로 변화(變化)되는 이 과도 현상(過度 現象)을 보고 묵은 그 시절(時節)의 조선(朝鮮) 얼굴을 찾을 수 없어 조선(朝鮮)이란 그 생성(生成) 전체가 죽고 말았다- 어리석은 말을 못하리라. 없어진 것이란 다만 묵은 조선(朝鮮)이 죽었고 묵은 조선(朝鮮)의 사람이 죽었고 묵은 네 목숨에서 곁방살이하던 인도(印度)의 모든 신상(神像)이 죽었을 따름이다. 항구(恒久)한 청춘(靑春)- 무한(無限)의 자유(自由)- 조선(朝鮮)의 생명(生命)이 종합(綜合)된 너의 존재(存在)는 영원(永遠)한 자연(自然)과 미래(未來)의 조선(朝鮮)과 함께 길이 누릴 것이다.

금강(金剛)! 너는 사천여 년(四千餘年)의 오랜 옛적부터 퍼붓는 빗발과 몰아치는 바람에 갖은 위협(威脅)을 받으면서 황량(荒凉)하다. 오는 이조차 없던 강원(江原)의 적막(寂寞)속에서 망각(忘却) 속에 있는 듯한 고독(孤獨)의 설움을 오직 동해(東海)의 푸른 노래와 마주 읊조려 잊어버림으로 서러운 자족(自足)을 하지 않고 도리어 그 고독(孤獨)으로 너의 정열(情熱)을 더욱 가다듬었으며 너의 생명(生命)을 갑절 북돋우었도다.

금강(金剛)! 하루 일찍 너를 찾지 못한 나의 게으름- 나의 둔각(鈍覺)이 얼마만치나 부끄러워, 죄스러워 붉은 얼굴로 너를 바라보지 못하고 벙어리 입으로 너를 바로 읊조리지 못하노라.

금강(金剛)! 너는 완미(頑迷)한 물(物)도 허환(虛幻)한 정(精)도 아닌- 물(物)과 정(精)의 혼융체(混融體) 그것이며, 허수아비의 정(精)도 미쳐 다니는 동(動)도 아닌- 정(靜)과 동(動)의 화해기(和諧氣) 그것이다. 너의 자신(自身)이야말로 천변만화(千變萬化)의 영혜(靈慧)가득 찬 계시(啓示)이여라. 억대조겁(億代兆劫)의 원각(圓覺) 덩어리인 시편(詩篇)이여라. 만물상(萬物相)이 너의 운융(運融)에서난 예지(睿知)가 아니냐 만폭동(萬瀑洞)이 너의 화해(和諧)에서난 선율(旋律)이 아니냐. 하늘을 어루만질 수 있는 곤려(昆廬)- 미륵(彌勒) 네 생명(生命)의 승앙(昇昻)을 쏘이며 바다 밑까지 꿰뚫은 입담(入潭), 구룡(九龍)이 네 생명(生命)의 심삼(深渗)을 말 하도다.

금강(金剛)! 아 너 같은 극치(極致)의 미(美)가 꼭 조선(朝鮮)에 있게 되었음이 야릇한 기적(奇蹟)이고 자그마한 내 생명(生命)이 어찌 네 애훈(愛熏)을 받잡게 되었음이 못 잊을 기적(奇蹟)이다. 너를 예배(禮拜)하려온 이 가운데는 시인(詩人)도 있었으며 도사(道師)도 있었다. 그러나 그 시인(詩人)들은 네 외포미(外包美)의 반쯤도 부르지 못하였고 그 도사(道師)들은 네 내재상(內在想)의 첫 길에 헤매다가 말았다.

금강(金剛)! 조선(朝鮮)이 너를 뫼신 자랑- 네가 조선(朝鮮)에 있는 자랑- 자연(自然)이 너를 낳은 자랑- 이 모든 자랑을 속 깊이 깨치고 그를 깨친 때의 경이(驚異) 속에서 집을 얽매고 노래를 부를 보배로운 한 정령(精靈)이 미래(未來)의 조선(朝鮮)에서 나오리라. 나오리라.

금강(金剛)! 이제 내게는 너를 읊조릴 말씨가 적어졌고 너를 기려줄 가락이 거칠어져 다만 내 가슴속에 있는 눈으로 내 마음의 발자국 소리를 내 귀가 헤아려 듣지 못할 것처럼- 나는 고요로운 황홀(恍惚)속에서- 할아버지의 무릎 위에 앉은 손자와 같이 예절(禮節)과 자중(自重)을 못 차릴 네 웃음의 황홀(恍惚)속에서- 나의 생명(生命) 너의 생명(生命) 조선(朝鮮)의 생명(生命)이 서로 묵계(黙契)되었음을 보았노라 노래를 부르며 가벼우나마 이로써 사례를 아뢰노라. 아 자연(自然)의 성전(聖殿)이여! 조선(朝鮮)의 영대(靈臺)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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