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한국사/고대사회의 발전/삼국의 성립과 발전/삼국 초기의 정치와 사회
삼국 초기의 정치와 사회〔槪說〕
편집고구려·백제·신라의 사회 발전은 각각 그 시기와 양상을 달리한다. 삼국은 아직 국가로서의 체제를 완비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점차 부족연맹체적인 사회를 넘어서 고대국가의 체제로 변모해 갔다. 부족 연맹체의 사회에서 각 부족은 어느 정도 독립성을 유지하였으나, 지배층이 형성되고 왕권이 점차 세습화되자 부족 세력은 왕권에 흡수되었다.또한 대륙과의 빈번한 접촉과 충돌을 통해서 한(漢)의 정치 조직 형태를 받아들여 족적(族的) 기반 위에서 새로운 지배 체제를 구축해 갔다.특히 대륙과 직접 접촉할 수 있었던 고구려는 일찍이 그 사회 체제를 갖추어 갔다. 즉, 1세기 초 고구려는 왕호(王號)를 칭할 정도로 발전하고, 부족을 일종의 전사단적(戰士團的) 조직으로 개편하였다. 또 태조왕 때쯤에는 연맹 세력의 확대에 따라 계루부(桂婁部)의 족장이 지배권을 장악하였다. 그러나 아직 부족 세력은 잔존하면서 왕권을 견제, 제한하였다.고구려의 사회구조는 수차의 대외적인 정복전쟁 과정에서 점차 중앙집권 체제로 개편되었고, 그 후 4세기에 이르러서는 고대 국가로서의 관료 체제와 신분 체제를 갖추었다. 이러한 추이(趨移)는 사회·경제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여서 194년에는 진대법(賑貸法)이 실시되어, 일종의 구휼기관 성격을 띠기도 한다. 한편 백제의 사회는 원래 마한의 여러 부족의 족제조직(族制組織)이 통합된 기반을 갖추지 못한 채 남하한 부여족에 의하여 지배권이 확립되고 왕권이 세습 강화되어 가서, 그 전통적인 사회의 유대가 견고하지 못하였다. 백제는 도리어 북부의 한의 군현이나 고구려의 압력과 영향을 받는 가운데 지배 기구도 갖추어졌으며, 그 영역의 편제에 있어서 토착 사회적인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따라서 백제의 왕실은 원래 이 지역의 부족 세력과는 관계없는 유이민(流移民)의 세력에서 유래되었으며, 왕권을 유지하는 세력은 흔히 8대 성씨(沙氏·解氏·燕氏·?氏·眞氏·國氏·木氏·?氏)로 대표되는 귀족들이었다. 그러나 고이왕 때부터는 6좌평(六佐平)을 두어 직무를 분장케 하였으며, 관등은 16등급으로 분화·발전되었던 것이다. 신라는 경주를 중심으로 한 여섯 씨족의 기반에서 점차 부족연맹을 형성하였다.그 시조 설화가 복잡하고 박·석·김 3성(姓) 시조로 나타나는 것과 같이, 신라 사회는 다원적(多元的)인 사회였으며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였다. 씨족 기반인
6촌이 부족연맹체를 형성해 가는 과정에서 6부로 개편되고, 세력의 확대에 따라 족장의 칭호도 점차 변하였으며 그 세력도 강화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변화는 원시사회의 유풍을 존속시키면서 이에 새로운 형태를 가미해 간 듯하다.한편 가야 사회에 대해서는 사료가 거의 없어서 가야가 어떠한 사회 형태를 유지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다른 부족연맹체 사회와 거의 흡사한 것이었으리라 짐작된다.다른 한편 한국 고대사회의 여명이라 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사회에는 원시 공동체적인 요소가 점차 해체되고 족장 세력을 중심으로 토지의 사유화가 나타났으며, 신분 체제도 점차 정비되기 시작하였고, 또한 수취 체제는 고대사회로의 전이(轉移) 과정 속에서 강조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진대법
편집賑貸法
농민에 대하여 양곡(糧穀)을 대여하는 것. 진(賑)은 흉년에 기아민(飢餓民)에게 곡식을 주는 것을 말하고 대(貸)는 봄에 미곡을 대여하고 가을 추수 후에 회수하는 것을 뜻한다. 이와 같은 제도는 기록상으로는 고구려 고국천왕 16년(194)에 3월부터 7월까지 관곡을 풀어서 진대하였다가 10월에 환납하도록 한 것이 최초의 것이다.
6좌평
편집六佐平
백제 초기의 중앙 관제. 고이왕 27년(260)에 마련되었다고 하나 확실성은 없고, 그 후 근초고왕 때 대략 완성된 듯하다. 제1품 대신급인 좌평에는 수상격인 내신좌평(內臣佐平)을 비롯하여 내두좌평(內頭佐平, 財務分掌)·내법좌평(內法佐平, 禮式)·위사좌평(衛士佐平, 宿衛)·조정좌평(朝廷佐平, 司法)·병관좌평(兵官佐平, 國防) 등을 두어 6개 부문의 정무를 분장케 하였다. 이는 중국의 6전조직(六典組織)을 모방한 것으로 후세의 6조(六曹)와 비슷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