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종교·철학/한국의 종교/민 간 신 앙/민간신앙〔서설〕

民間信仰〔序說〕 민간신앙은 민속(民俗)이라 통칭되는 민간전승(民間傳承)의 한 부분이다. '민중 사이에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종교'가 주가 되기는 하나, 속신(俗信)·주술(呪術)·금기(禁忌) 등도 이에 포괄된다. 전통적인 민간종교는 그 교리(dogma)가 체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행동으로 나타나는 제의(祭儀)를 통해서 윤곽을 잡아야 한다. 행동전승인 종교적 제의(祭儀)는 구술(口述)전승인 신화를 통해 전승되어 가기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간신앙과 신화는 동시에 다루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1) 종교적 제의:동제(洞祭) ―― 한국 민간에 전승되어 온 종교는 동제(洞祭)에서 총체적·구체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동제란 농촌에서 한 마을이 공동으로 치르게 되는 절후제의(節候祭儀)이다. 이것은 마을에 따라서 동제·동구제·산제·산신제·서낭굿·당굿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마을의 수호신에게 바쳐지는 제의이다. 수호신은 나무나 바위에 깃들인다고 생각되고 있다. 가령 어느 나무에 신이 내린다고 할 때 그 나무는 신이 깃들이는 자리가 되는 셈이다. 이 점에서 동제의 수호신은 애니머티즘적인 일면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나무나 돌이 신격화되는 경우가 많음을 보아 마을 수호신 신앙은 애니미즘이라 생각할 수 있다. 산신령이나 특정인의 죽은 영혼 등이 수호신일 때는 애니미즘은 더욱 결정적이 된다. 일부 지방에서는 마을 수호신을 '골맥이'라 부르고 있다. 고을, 곧 마을막이란 뜻이다. 마을을 재난에서부터 막는 신을 의미하고 있다. 제의는 1년에 한 번 또는 3∼5년의 사이를 두고 정기적으로 베풀어진다. 후자를 특히 '별신 굿'이라 한다. 전자에 비해 훨씬 규모가 큰 제의이다. 정월 대보름(음력)에 시행되는 동제가 가장 많고 단오·백중날·추수기 등에도 행하여진다. 시행 날짜를 기준으로 해서 보면 동제는 추수감사절이라는 성격 또는 신년제의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인다. 더욱이 음력 상원(上元)은 일년 중의 첫 만월의 날이다. 달이 기준이 된다면 상원이야말로 새해의 첫날이다. 따라서 대보름에 베풀어지는 이 동제는 신년제의라는 성격을 더욱 뚜렷하게 가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그것은 마을을 위한 계절적인 통과의례(通過儀禮)라는 성격도 갖게 된다. 이 밖에 동제는 풍요(豊饒) 제의라는 성격도 가지고 있다. 동제가 갖는 풍요의 원리는 동제에 수반되어 행하여지는 각종 '편싸움'에 의해 촉진된다. 줄다리기·돌싸움·불싸움 등에서 이긴 쪽의 마을에 풍년이 든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제의가 베풀어지는 절차는 대체로 제주(祭主)·선정·영신(迎神)·걸립(乞粒)·치성(致誠)·음복(飮福) 등의 순서를 따르게 되나 별신굿일 때에는 따로 대규모의 도신(禱神)행위가 행하여진다. 제주(祭主)는 부정이 없고 덕망이 높은 사람을 마을 원로들이 선정하거나 신의 뜻에 맞는 사람이 뽑힌다. 후자의 경우에는 '신(神)내림을 받는다'라고 표현된다. 후보자가 됨직한 사람의 이름이 불릴 때 그 전해의 제주가 들고 있는 서낭대의 떨림이 곧 신내림인 것이다. 또 영신(迎神), 즉 신맞이는 신이 깃들인 성역에서 제주의 집까지 서낭대가 모셔지는 행사이다. 걸립(乞粒)은 풍악을 하는 한 무리의 걸립패가 동네 안의 가가호호를 찾아다니며 비용을 염출하는 행위이다. 이 걸립으로 마을 안은 축제분위기에 들뜨게 된다. 신의 뜻을 즐겁게 하려는 목적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 치성은 정해진 제일(祭日)의 자정을 골라 성역에서 행하여진다. 성역은 대개 묵은 수목이나 바위를 중심으로 하여 나무들이 둘러선 숲인 경우가 많다. 마을 어귀에 자리잡고 있거나 마을 뒤의 산언덕에 자리잡고 있을 때가 많다. 치성은 제수(祭需)의 진설과 신에 대한 축문 낭송과 배례 및 소지(燒紙) 등으로 이루어진다. 한 마을 안의 모든 집의 호주 이름을 쓴 백지를 불사르면서 그 집안이 일년 동안 무탈하기를 비는 것이다. 치성이 끝나면 진설했던 제수를 거두어 다음날 마을 안 집집마다 조금씩 돌라주거나 아니면 제주집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나누어 먹거나 한다. 신이 먹었던 제수를 나누어 먹음으로써 신이 지닌 힘을 나누어 갖게 되는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동제는 그 진행 절차에 있어서 단군신화나 고구려의 '수신제'를 회고하고 있다. 단군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천신이 하늘에서 지상에 강림하되 나무에 의지해서 하고 그 나무를 중심으로 신시(神市)를 형성하였다는 부분은 신목(神木)에 깃들인 신을 서낭대로 모셔서 제의의 주체로 삼는 현재의 동제 구조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동제는 이처럼 신화와 상고대(上古代) 제의와의 관련에 있어 초(超)시대적인 전통성을 보여주고 있다. (2) 속신(俗信) ―― 속신이란 어느 한 현상이나 사물(甲)을 조짐(兆朕)으로 간주하여 어떠한 결과(乙)가 생기리라고 확신하는 믿음과 그로 말미암은 행동을 말한다. 가령 "아침 까치(甲)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믿음 같은 것이다. 이것은 자연현상에 대한 점술행위라 하겠다. 그러나 일정한 결과(乙)를 마음대로 일어나게 하기 위하여 원인(甲)을 인위적으로 마련하는 속신도 있다. 이때에도 "갑(甲)이면(하면) 을(乙)이다(한다)"라는 믿음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대보름 새벽에 단단한 과일을 먹으면(甲) 이가 단단해진다(乙)"와 같은 속신이 그것이다. 이때 속신(俗神)은 주술적이 된다. 때로는 "갑하면 을이다"라는 믿음에서 을(乙)이 나쁜 결과일 때에는 속신은 금기(禁忌)와도 맺어지게 된다. 속신은 가령 "집안에 오래 묵은 뱀은 업"이라고 생각하듯이 어떠한 대상이 특정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단순한 형식의 믿음에서부터 "갑하면(이면) 을한다(이다)"라는 인과원리에 입각한 가언명제로 이루어진 믿음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속신은 세속적인 일상생활, 농경·수렵·상행위 등의 경제활동, 동제 등의 종교행위에 이르기까지 민중생활의 전(全)영역에서 그들의 행동을 제약하고 또 자극한다. 민중은 속신의 그물 속에 살고 있다고도 보여진다. "밤에 손톱을 깎으면 밤길에 귀신이 뒤따른다"고 하는 것은 일상생활 속의 속신이지만 "설익은 수박을 따면 이슬에 수박꼭지가 녹는다"는 것은 경제생활에 관련된 속신이다. "차에 개짐승을 태우면 장사가 안 된다"는 것은 현대에 생긴 속신이다. 속신이 교훈적인 의미 또는 경구적(警句的)인 의미를 강하게 지니게 되면 속담과 구별할 수 없게 된다. 가령 "아침 안개가 중대가리 깬다"는 속담은 속담사전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나 원래는 "아침 안개가 끼면 날씨가 좋아진다"라는 속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간신앙에서 가장 크게 문제되는 것은 바로 이 종교적인 속신이다. "서낭굿을 올릴 때 서낭당에 켠 초롱불을 받아 신방에 불을 켜면 사내아이를 낳는다"는 속신은 동제(洞祭)와 관련된 속신이다. "달집의 불 위를 나이만큼 뛰어 넘으면 일년 신수가 좋다"는 것은 정월 대보름날 행사에 관련된 속신이다. 이 두 속신은 원시적인 불에 대한 신앙을 함축하고 있다. 정월 들어 최초의 십이지(十二支)에 따르는 12일을 두고 형성되어 있는 속신은 농민생활에 있어서 속신이 차지하는 큰 의미를 시사해 주고 있다. 가령 "소날에 콩을 볶아서 소앞에 놓았다가 먹으면 그 해 집안에 잡벌레가 생기지 않는다" 또는 "용날에 콩 열두 알을 볶아 물에 띄워 보아서 열두 알이 모두 잘 뜨면 그해 비가 많이 와 농사가 풍요하게 된다" 등이 그것이다. 이 정초 십이지의 속신은 그 12일에 대응하여 1년 열두달이 무고하고 풍요롭기를 비는 '역운(曆運)제의'의 핵심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이들 속신은 한 해의 운행을 지배할 이법 노릇을 다할 만큼 그 의의가 중대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민간전승에서 차지하는 속신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3) 주술(呪術) ―― 앞에서 본 속신 가운데 일부는 필연적으로 주술과 맺어지게 된다. 가령 불이나 곡식알이 지닌 신비한 힘에 인위적으로 작용하여 그것을 원인으로 함으로써 기대하는 결과를 초래코자 하는 의도가 그 속신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술에는 상대방을 저주하려는 의도의 흑주술과 좋은 결과를 초래하려는 백주술이 있다. 주술은 종교적 제의·신화 등의 핵심을 이루고 있을 때가 많다. 가령 가락국(駕洛國)의 영신제의(迎神祭儀)에서는 귀지가(龜旨歌)가 불려짐으로써 영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귀지가의 내용은 거북의 목의 출현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간접적으로는 신의 출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거북의 목이 나타나듯이 신이 출현하라고 빌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유사법칙'의 주술이다. 주술은 농경·의술·액막이 등에 많이 쓰인다. 기우(祈雨)를 위한 주술, 눈에 생긴 삼을 낫게 하는 주술, 팥죽을 집안팎에 뿌려 액을 막는 주술 등은 우리들에게 아주 친숙한 주술들이다. (4) 금기(禁忌) ―― 금기는 흔히 터부(taboo)라고 한다. 종교적 또는 사회적인 금지의 체계가 곧 금기이다. 금기는 인물·장소·물건 등이 신성하기 때문이라든가 신비한 힘의 소유주이기 때문에, 또는 아주 위험하거나 부정하기 때문에 그것들에 접촉하거나 관계를 갖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을 어겼을 때에는 무섭고 나쁜 결과가 예상되는 것이다. "서낭당 나무를 꺾으면 즉사한다"는 속신은 "서낭당 나무에 손대지 마라"는 금기와 짝지어져 있는 것이다. 이처럼 속신과 금기는 표리일체로 밀착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금기는 그것을 어겼을 경우에 예상되는 나쁜 결과를 회피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소극적인 종교적 제의'라는 성격을 갖게 된다. 종교적 제의, 예컨대 동제(洞祭)가 각종 금기로 얽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동제가 베풀어지는 동안 여자는 서낭당 가까이에나 제주집 근처에 가지 말아야 한다. 만일 그 동안에 초상이 나거나 아이가 태어나게 되면 동제는 중단하거나 연기하여야 한다. 낯선 딴 동네 사람들이 마을 안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 이들은 부정한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금기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에서 보면 죽음과 여자 또는 낯선 것은 금기의 중요한 대상임을 알게 된 것이다. 종교적인 제의 속이 아닌 일상생활 속에도 금기는 깊숙이 침투하여 생활을 지배하는 원리 구실을 다하고 있다. 가령 방위(方位)의 금기가 그것이다. '손'이 있는 방향에는 나들이를 삼가고 그쪽으로 물건을 옮겨 놓거나 그 방향의 벽에다 못질을 하는 것은 금지된다. '대장군'이 든 방향에는 이런 금기가 더욱 엄하게 지켜진다. 날짜에 따라 특정 방향이 특별하게 위험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조항별로 한국 민간신앙의 대강을 극히 단편적으로 보아 왔다. 한국의 민간신앙은, 다른 민족의 민간신앙이 그러한 것처럼 민중들이 살고 있는 생활 공간과 생활하는 시간을 성스럽고 부정을 타지 않게 간직함으로써 그 공간이나 시간이, 나아가서 그들 자신과 그들 자신의 생활이 언제나 풍요롭고 힘과 빛에 넘쳐 있기를 기원하고 있는 것이다. <金 烈 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