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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_7 마 르키 드 사드의 연출하에 사랭통 정신병원의 환자가 연출한 장 폴 마라의 박해와 암살

영국영화의 감상〔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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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國映畵-鑑賞〔槪說〕

전전의 영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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戰前-英國映畵

영국에서는 1896년 로버트 S. 폴이 디어트로그래프를 발명함으로써 프랑스·미국·독일과 함께 영화 발명국의 명예를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도 영화의 초창기에서부터 20년대까지 별로 이렇다 할 세계적인 지위를 얻지 못한 것은 미국·프랑스·독일 등 각국의 위세가 너무나 강하여, 그들의 시장화가 된 탓일수도 있다.

1925년에 와서 영국 상원(上院)에서 뉴튼 경(卿)이 영화의 문화적 가치와 사회적 영향을 크게 역설한 뒤 영국영화를 외국의 시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이른바 영화각성운동(映畵覺醒運動)이 일어났다. 유명한 영국 영화법(英國映畵法)이 제정되었고, 그 속에서 쿼터법(法)을 실시하여 할당제(割當制)에 의해 영국영화를 육성하도록 했다. 이후부터 알렉산더 코더가 이끄는 런던 필름에서는 30년대에 접어들면서 명작 <헨리 8세의 사생활(私生活)> <캐서린 여황(女皇)> <돈 환> <유령(幽靈) 서쪽으로 가다> 등의 작품이 나왔고, 고몽 브리티쉬에서도 <39야(夜)> <킹 솔로몬> <싸우는 민족> <사막의 화원> 등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영국영화를 말하려면 아무래도 이들 이후의 현대의 경향을 살펴보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 있다. 30년대 후반에서 40년대로 넘어오면서 영국영화는 세계적인 지위를 굳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서 영화에 나타난 영국인의 기질(氣質) 또는 기호(嗜好)를 살펴두는 것이 유익할 것 같다.

영국인의 기질은 원래 풍토적으로 경험주의적(經驗主義的)인 견실한 면과 기후(氣候)에서 오는 음침하고 신비스러운 면이 있으며, 여기에도 오랜 봉건제도의 잔존으로 계급적인 사회풍습이 흘러내려와 있다. 이것은 영화에도 크게 반영되어 1920년대를 경계로 일어난 영국 다큐멘터리 운동(英國記錄映畵運動)을 들 수 있다.

<유망어선(流網漁船)>을 만든 존 그리어슨을 비롯해 폴 로다, 배질 라이트, 해리 와트, 알베르토 카발칸티, 에드가 앤스티, 알렉산더 코더 등 수많은 다큐멘터리 작가를 배출하여 단연 세계에서 으뜸가는 위용을 갖추었다. 현실적이며 과학적이며 실증적(實證的)인 이들의 기질이 가장 잘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다큐멘터리적인 기풍은 이후 영국 영화의 전통적인 일면을 형성해 온다.

곧잘 음침하고 안개에 싸인 영국의 풍토는 영국의 사회 환경과 관련해서 신비스럽고, 유환(幽幻)스럽고 때로는 모험적인 기질을 형성시켰는데 이것은 영국 문학에 일찍 반영되었고 다시 영국 영화에 재현된다. 샬롯테나 에밀리 브론테(자매작가)의 <폭풍의 언덕>이나 찰스 디킨슨의 세계, 그리고 나아가서는 유령괴기(幽靈怪奇)영화가 가장 잘 만들어지는 것도 영국이다. 유령괴기영화의 대표작으로 지목되는 <드라큘라의 공포(恐佈)>를 비롯한 많은 작품이 영국에서 나왔다.

셰익스피어를 낳은 나라, 영국 낭만주의(浪漫主義)와 자연주의(自然主義)를 일으켰던 이 나라는 문학과 영화속에서도 궁정사극(宮廷史劇)과 귀족사회, 또는 평민계급간의 소재(素材)를 많이 다루었다. 이런 것을 배경으로 해서 다음은 1940년대 이후의 영국영화를 잠시 살펴본다.

전후의 현대 영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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戰後-現代英國映畵

영국은 해외에 진출해서 활약하는 많은 영화인을 배출했다. 찰리 채플린을 필두로 알프레드 히치콕, 로렌스 올리비에, 존 휴스톤, 비비안 리 등의 거물급이 많다. 이들을 영국영화의 해외파(海外派)라고 편리하게 불러도 좋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직전과 직후를 통해서 잘 알려진 영화작가를 든다면 아무래도 데이비드 린이나 캐롤 리드, 그리고 에머릭 프레스버거, 로렌스 올리비에, 존 휴스톤을 들게 된다.

데이비드 린은 전후에 <콰이강의 다리>에서 각광을 받았으나 이미 <밀회(密會)>나 <위대한 유산(遺産)> <올리버 트위스트> 등을 통해서 그의 건실한 연출력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캐롤 리드는 <제3의 사나이> <심야의 탈주> <두 세계의 사나이> <키(열쇠, 鍵)> 등을 통해서 세계적인 대감독으로 인정되었다. 특히 범죄적인 또는 미스터리적인 구성과 연출로 현대사회와 현대인의 내면을 파헤치는 연출력은 비단 영국 영화에서만 다루어질 수준을 넘고 있다. 이들은 역시 영국 기록영화의 영향이 깊이 배어 있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마이켈 파우엘과 에머릭 프레스버거의 합작으로 된 <분홍신>과 <호프만의 전기(傳記)> 같은 발레 뮤지컬의 걸작을 볼 수 있는 것은 영국 영화의 또 다른 일면으로 기록할 만하다. 그것은 토머스 비첨 경(卿)이 지휘한 음악에 환상적인 무대위에 눈부신 발레의 테크닉을 호화찬란하게 펼쳐놓은 명작이었다.

로렌스 올리비에는 독일에서 영화계에 진출한 뒤 미국에 건너가서 활약하다가 영국에 돌아온 뒤에 특히 셰익스피어 극(劇)의 영화화에 독보적인 활약을 보였다. <헨리5세> <햄릿> <리처드 3세> <싸구려 오페라> 등이 모두 올리비에 경(卿)의 작품들이었다. 이것은 영국 본고장에서 나온 셰익스피어극과 영국 고전극으로서 색다른 의미가 있다.

존 휴스톤은 <아프리카의 여왕(女王)>과 <야망의 항로> 같은 이색적인 작품을 내놓아 괴상스러운 현대인의 기호의 한 단면을 보여 주었다. 야릇한 엑조티시즘과 넌센스 코미디는 그의 수수께끼같은 개성을 보여 준다.

한편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영국 영화계에서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일군(一群)의 신인들에 의해서 새로운 영화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른바 '성난 젊은이들(앵그리 영맨)'의 외침이다. 이들은 영화에 있어서 '프리 시네마'를 내세우고 영국 기존(旣存)의 권위와 체제에 힘껏 저항했다.

여기에 포함되는 영화작가들 가운데서 대표적인 사람들을 들면 리처드 크레이튼, 토니 리처드슨, 카렐 라이스, 존 실뢰딩거 같은 이름을 들 수 있다.

리처드 크레이튼의 <산장(山莊)의 밤>이나 존 오즈번의 각본을 연출한 토니 리처드슨의 <경쾌한 군대의 행진>, 카렐 라이스의 <토요일 밤과 일요일 아침>, 존 실레딩거의 <다알링> 등을 비롯해서 많은 작품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앵그리 영맨의 움직임은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이나 문학에도 크게 번졌던 것으로 어느 면에서 보면 전후의 영국사회의 전체적인 변모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익스태블리시먼트라고 불리는 모든 기존의 권위·질서·도덕이 전전(戰前)의 지나간 세대의 것이라면 새로운 젊은이들의 눈과 생각이 새로운 조류를 형성함직한 일이다. 전후 영국의 특징의 하나로 비틀즈의 출현은 가장 단적인 것이지만 영국과 같은 사회에서 이러한 선풍이 일어난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한편 영화에서도 비틀즈의 풍속을 경쾌하게 그린 <로마에서 일어난 기묘한 일들> <패트리아>가 신인 리처드 레슬리에 의해서 스크린에 옮겨지기도 했다.

지금 이러한 성난 젊은이들의 활약은 한층 가라앉은 감이 있고 새로운 젊은이들이 출현하고 있어 앞으로의 영국 영화의 흐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영국의 오락영화의 경향도 결코 만만치가 않아 스릴러 영화의 분야에서 영국인이 좋아하는 기호를 발휘하고 있다. <007……> 시리즈로 유명한 테렌즈 영이나 <위험한 여로>의 피터 그랜빌, <국제첩보국>의 시드니 포리 등이 활약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후의 영국영화의 복잡한 흐름 속에서도 영국영화의 2대 거장인 데이비드 린과 캐롤 리드의 활약은 계속 믿음직했다. 데이비드 린은 <라이안의 처녀>를 발표했고, 캐롤 리드 역시 <올리버>를 만들어 세계적인 관심을 집중시켰다. 건실하고 끈질긴 영국영화의 저력과 전통을 여기에서 여실히 보는 것 같다. <李 英 一>

영국영화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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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영화의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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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國映畵-發展

영국영화의 역사는 오래 되었으며 특히 1930년대에 있었던 다큐멘터리 영화운동은 중요하다. 그러나 영국영화가 세계의 영화 중에서 정말로 중요한 지위를 점하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더불어 그 황금시대가 찾아 온 것이다. 전쟁중과 전후에 걸쳐 주요 작가와 작품을 열거하면 우선 로렌스 올리비에의 감독·주연에 의한 셰익스피어극 <헨리 5세>와 <햄릿> 등이다. 그리고 데이비드 린 감독의 중산 계급의 생활 감정을 생생하게 묘사한 <행복한 종족>과 <밀회(密會)>, 캐롤 리드 감독의 스릴러 <심야의 탈출>과 <제3의 사나이>, 마이켈 파우엘과 에머릭 프레스퍼거의 공동 감독에 의한 환상적인 색채 영화 <천국에의 계단>, <흑수선(黑水仙)>, <분홍신>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작품은 특히 두드러진 것으로서 유명하게 되었으나 사실은 그 당시의 영국영화 중에는 언뜻 보아 평범한 제재(題材)에 의한 소품(小品)가운데서도 버릴 수 없는 가작(佳作)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 작품을 통하여 영국 영화의 특징을 말할 것 같으면, 먼저 세계에서도 뛰어난 연극의 전통을 지닌 데서 오는 배우의 숙련과 깊이이다. 로렌스 올리비에, 제임스 메이슨, 렉스 해리슨, 기네스, 트리버 하워드, 존 밀드 등 깊이 있는 남자 배우진은 천하 일품이라고 할 만하며 그 전통은 현재도 피터 오툴, 앨버트 피니, 리차드 버튼 등의 남우에 의하여 계승되었다.

영화 스타일로는 깊이 있는 사실적(寫實的)인 것에서 깊이 맛볼 수 있는 것을 보이는 한편 의표를 찌르는 색다른 이야기를 흥미 반, 우스개 반 등의 기교를 구사하면서 진행하는 것을 즐겨한다. 그리고 특히 양자의 합체(合體)라고도 볼 수 있는 언뜻 보아 깊이 있는 사실조(寫實調)의 진실성으로 엉뚱한 판타지를 이야기하는 유머 영화에 가장 영국영화다운 특징이 있다. 런던의 한 구역(區域:block)이 독립을 선언하는 <빔리코에의 여권(旅券)>과 같은 희극이 그것이다. 그러나 1950년대에 영국영화는 경제적인 위기에 빠진다. 더욱이 데이비드 린, 캐롤 리드와 같은 거장이 할리우드에 건너감으로써 영국영화는 저조하게 되었다.

프리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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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cinema

이와 같은 상황에 숨통을 터놓은 것이 1959년경부터 활발히 일어난 프리 시네마 운동이다. 그때까지의 영국 영화는 노대국(老大國)답게 대범하고 침착한 태도를 취한 중산 계급적인 취향의 영화만을 만들었는데, 이에 반기를 든 젊은 영화인들은 영국사회의 참 병근(病根)에 눈을 돌리려고 일련의 날카로운 현실 폭로와 사회 개혁을 주장하는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재크 클레이튼 감독의 <연상의 여인>과 토니 리처드슨 감독의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가 도화선이 되었으며 뒤이어 린제이 앤더슨(<고독의 報酬>)과 카렐 라이스(<토요일 밤과 일요일 아침>)가 등장하였다.

그러나 이 활발한 개혁 운동도 1960년대의 후반에 이르러서는 거의 좌절되어 버린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에 대신하여 나온 움직임은 슬랩스틱 코미디 형식에 의한 사회 비판 영화이다. 단순한 유머나 난장판 희극이 아니고 현대의 광기(狂氣)를 해프닝에 가까운 스타일로 표현한 것인데 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는 미국인인 리차드 레스터 감독의 <내크> <전쟁을 사랑한다> 등의 작품이 있고, 크라이브 도너 감독의 <무슨 좋은 일은 없을까, 꼬마 고양이야>, 토니 리처드슨 감독이 미국에서 촬영한 <러브드 원> 따위도 이 계열에 들어가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괴상한 이야기를 재미 반, 우스개 반으로 진행하는 영국 영화의 또 하나의 특징은 1962년 이후 황당무계(荒唐無稽)한 스파이 액션물(物)인 '007'시리즈를 낳아 세계에 액션물의 유행을 초래케 했다는 점이다.

작품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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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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密會

Brief Encounter 감독 데이비드 린. 주연 시리아 존슨, 트레버 하워드. 흑백·스탠더드. 1945년 제작.

<내용> 어떤 시골 도시의 중류 가정의 평범한 중년 주부(존슨)가 매주 목요일에 기차로 가까운 도시에 쇼핑을 가는데 거기서 우연히 알게 된 역시 아내가 있는 어떤 중년의 의사(하워드)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매주 한 번씩의 짧은 밀회를 거듭하며 차차 서로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사려도 분별도 있는 두 사람은 드디어 한 선을 넘지는 못하고 어느 날 깨끗이 헤어진다.

<감상> 연애 심리극 영화의 최고 걸작의 하나일 것이다. 데이비드 린 감독은 노엘 카워드의 원작과 두 명배우를 얻어 어디까지나 섬세한 영상(映像)을 쌓아올려 드물게 보는 진실미가 넘치는 연애를 그렸다.

여주인공의 내심의 나레이션에 의한 심리 분석, 현재로부터 과거로 자유로이 비약하는 커트 백, 그리고 명암(明暗)이 선명한 구도(構圖) 안에 떠오르는 사랑의 환희와 비애, 한가로운 일상적인 기분과 죄의식이나 나이에도 어울리지 않는 사랑의 부끄러움으로 흐트러진 절박한 감정 따위의 콘트라스트는 커팅의 묘미로 정치(精緻)를 다한 것이었다.

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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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let

감독 로렌스 올리비에. 주연 로렌스 올리비에, 진 시몬즈. 흑백·스탠더드. 1948년 제작.

<내용> 덴마크의 왕자 햄릿(올리비에)은 죽은 부친의 망령(亡靈)의 알림으로 숙부인 왕에게 복수하려고 한다. 그러나 과연 그 복수가 옳은지, 아니면 그른지에 대하여 고민하는 중에 연이어 비참한 오해가 생겨 주요 등장 인물은 모두 비명의 최후를 마친다.

<감상> 셰익스피어의 희곡 영화화는 옛날부터 세계 각국에 부지기수이나 로렌스 올리비에의 감독·주연에 의한 <헨리 5세>, <햄릿>, <리처드 3세>의 3작품은 그 격조의 높음과 영화적으로 잘 다루어진 표현과, 특히 주연인 로렌스 올리비에의 훌륭한 연기에 의해서 가장 우수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이 <햄릿>은 원작자의 희곡을 최대한으로 살리면서 카메라를 자유자재로 움직여 유려(流麗)한 영상(映像)의 흐름을 엮어냈다는 점에 특히 대서특필할 만한 것을 가지고 있다. 대사(臺詞)가 호소하는 정념(情念)과 카메라의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정념과의 완전한 일치 때문이다.

제3의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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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hird Man

감독 캐롤 리드. 주연 조셉 코튼, 알리다 바리, 오슨 웰즈. 흑백·스탠더드. 1949년 제작.

<내용> 미국의 소설가(코튼)가 아직 4개국의 관리하에 있는 전후의 빈에 가서 죽었다는 친구(웰즈)의 수수께끼를 풀려고 한다. 그런데 친구는 살아있고 악덕 암거래상(闇去來商)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천재를 위해서는 미련한 대중은 많이 죽어도 괜찮다고 떠들어 댄다. 소설가는 영국군 장교의 설득을 받고 그를 체포하기 위해 협력한다. 하수도에서 추적 끝에 암거래상인 친구는 죽고 소설가는 친구의 연인이었던 여자(바리)와 쓰라린 작별을 한다.

<감상> 기교파의 캐롤 리드 감독이 현란(絢爛)한 기교를 최대한으로 부려 보인 스릴러 영화이다. 패전 직후의 황폐한 빈의 거리를 멋들어진 카메라워크로 보여준다. 정체 불명의 패거리에게 추격당한 소설가가 거리를 도망쳐 다니는 장면의 서스펜스, 지하도에서의 큰 수확, 그 중에서도 조셉 코튼과 알리다 바리가 잠자코 엇갈려 지나가는 라스트신의 앙상한 가로수길의 애절감은 가장 잘 된 부분이다.

장거리 주자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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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距離走者-孤獨

The Loneliness of the Long Distance Runner 감독 토니 리처드슨. 주연 톰 코트네이. 흑백·스탠더드. 1962년 제작.

<내용> 어떤 소년(코트네이)이 도범(盜犯)으로 소년원에 수용되었다. 경관에 쫓겨 도망치는 것밖에 모르는 그는 걸음이 빨랐다. 원장은 그를 마라톤 주자(走者)로 만들어 자랑하려고 매일 특별히 혼자서 뛰게 하였다. 그리고 근처 부잣집 아이들의 사립학교와의 대교(對校) 시합에 출전시켰다. 소년은 톱을 달렸다. 그러나 결승점 직전에서 그는 멈추어 서서 사립학교 선수에게 승리를 양보한다. 원장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한 우승 따위는 정말 질색이었다.

<감상> 영국영화는 오랜 동안 상류 계급이나 중산 계급의 내용밖에 영화화하려고 하지 않았다. 노동자 계급이 영화에 나올 때에는 으례 천덕꾸러기라든가 익살꾸러기들로서 얼렁뚱땅 묘사해 버리는 등 판에 박혀 있었다. 1950년대 후반기에 이르러서 갑자기 하층 계급의 참다운 소리를 스크린에 묘사하는 일련의 작품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같은 감독의 <꿀맛>이나 카렐 라이스 감독의 <토요일 밤과 일요일 아침> 등과 아울러 그 대표작의 하나이다. 가난뱅이의 울분이 날카로운 시정(詩情)으로 읊어지고 있다.

007 위기일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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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危機一髮

From Russia with Love 감독 테렌스 영. 주연 숀 코넬리. 컬러 시네마스코프. 1964년 제작.

<내용> 영국 정보부의 민완(敏腕) 부원 제임스 본드(코넬리)는 사명을 위해서는 살인을 해도 좋다는 허가장을 가지고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 적은 언제나 전세계의 정복을 꾀하는 국제적인 비밀 조직이다. 러시아의 여정보원이 암호 해독기를 가지고 탈출하고 싶어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본드는 터키에서 베네치아로 행동하나 미·러 대립의 틈바구니를 누비면서 어부지리를 얻으려고 하는 비밀 조직원들 때문에 몇 번이나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감상> 세계 영화계에서 시리즈물(物)로서 전후 최대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007> 시리즈의 대표작이다. 이 시리즈는 황당무계한 신무기나 살인 도구를 차례차례 선보여 재미있게 엮는 성인용 만화적 액션물(物)로서 유명해졌다. 이 <위기 일발>은 그 안에서 신기한 무기를 함부로 내놓지 않는 정통적인 활극으로서의 흥미를 가진 것이다.

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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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nack…and how to get it

감독 리차드 레스터. 주연 리타 투싱함, 마이켈 클로포드. 흑백·스탠더드. 1966년 제작.

<내용> 시골 처녀(투싱함)가 런던에 상경하여 젊은 초등학교의 교사(클로포드)와 알게 된다. 교사는 눈치가 없는 내성적이고 멍청한 사나이인데, 여자들한테 전혀 인기가 없는 것을 항상 고민하고 있었으므로 그녀와 알게 되어 크게 기뻐한다. 그런데 인기가 있는 미남이 그녀를 가로채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는 못하리라고 교사는 발분하여 드디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감상>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나 표현이 지극히 꼼꼼한 슬랩스틱 코미디(난장판 희극)의 걸작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너무나 표현이 지나치게 비약하여, 웃음보다는 오히려 어처구니가 없어져버릴 정도이다. 텔레비전의 코머셜 필름 작가 출신인 리차드 레스터 감독은 CM 필름류(流)의 엉뚱하게 비약하는 영상(映像)의 어리석음 가운데 현대적인 시정(詩情)을 엮어 보였다. 인기 있는 남자는 여자를 몇 백명이라도 세워 놓고 한쪽서부터 모조리 키스를 한다. 노이로제의 세계이며 만화의 세계이다. 그리고 최후에 일말(一抹)의 비애(悲哀)가 남는다.

마르키 드 사드의 연출하에 사랭통 정신병원의 환자가 연출한 장 폴 마라의 박해와 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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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演出-精神病院-患者-演出-追害-暗殺

The Persecution and Assassination of Jean­Paul Marat as Performed by the Inmates of the Asylum of Charenton under the Direction of the Marquis De Sade 감독 피타브 룩. 주연 패트릭 매기, 얀 리처드슨. 색채·스탠더드. 1967년 제작.

<내용> 프랑스 혁명 15년 후 프랑스의 정신병원에서 치료와 교육을 위하여 병원 내에서 드라마가 상연되었다. 작자는 역시 환자로서 수용되어 있는 사드 공작이다. 사드는 이 드라마에서 혁명 당시의 급진파의 지도자 마라의 혁명과 폭력에 대한 견해를 전개하여 그것을 비판하려고 한다. 혁명은 민중의 억압된 감정을 해방한다. 그것을 연출하는 환자들도 현재 억압된 상황에 있다. 환자들은 역(役)을 연출하면서 점차 자기 역(役)과 현실을 분간할 수 없게 되고 마침내 원내(院內)는 폭동의 장소로 화(化해) 버린다.

<감상> 페터 와이스의 전위극(前衛劇)의 영화화이다. 정신병원의 환자가 연출하는 드라마의 기발한 형식 아래서 혁명에 있어서의 민중의 광기(狂氣)와 그것을 냉정히 꿰뚫어 볼 수 있는 지도자의 논리가 더듬어진다. 그리고 자기의 본정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폴레옹을 따라 침략전쟁에 출정하여, 혁명의 참 욕구는 울 안에 갇혀 있다고 하는 아이러니컬한 진실을 밝힌다.

오뎃사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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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dessa File

감독 로널드 니임. 주연 존 보이트. 1974년 제작.

<내용> 1963년 11월 하순, 서독 함부르크의 어느 거리. 자동차 안에서 신문기자 밀러(조 보이트)는 미국에서 일어난 중대 뉴스를 듣는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의 소식. 때마침 그 옆을 구급차가 급히 지나가자 밀러는 호기심으로 그 뒤를 미행, 가난한 한 유대 노인이 자살했음을 알게 된다. 노인은 한 권의 일기를 남겼다. 거기에는 전시중 강제 수용소에서 겪은 갖가지 고초, 특히 악마처럼 냉혹 잔인했던 로슈만 대위(맥시밀리언 셸)에 대한 일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밀러는 이 미지의 사나이를 추적해 본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에서였으나 추적하는 동안, 지하철 홈에 떠밀리기도 하고, 3인조인 이스라엘 첩보원에게 납치되어 특별훈련을 받은 뒤, SS기관으로 잠입하게 되는 등, 어느 틈에 불가사의한 수수께끼의 소용돌이에 말려든다. 마침내는 연인 지기(메리어 텀)와의 대화가 경찰을 통해 SS조직 측에 누설되고 그 기관원의 명부인 '오뎃사 파일'을 훔쳐 내려는 밀러와 SS의 처절한 사투가 벌어진다. 이윽고 그의 집요한 추적은, 로슈만 대위가 수많은 유대인뿐만 아니라 자기 부친마저 살해한 원수임을 알아내고 만다. 마침내 호젓한 산장에서 숙적 로슈만과의 대결. 그리고 한방의 총성. 오랜 추적은 끝나고 완성된 복수 뒤에 오는 허탈감. 그러나 구(舊) 나치스의 조직은 여전히 세계의 곳곳에서 준동하고 있는 것이다.

<감상> 제명의 오뎃사란 Organization der Ehemaligen SS­Angehorigen의 머리글자를 하나씩 딴 것으로 SS(나치스 친위대)의 도피를 원조하는 비밀조직. <재콜의 날>을 쓴 프레데릭 포사이스의 원작을 영화한 것으로, 전후 30년이 지난 뒤에도 망령처럼 유럽 곳곳에서 꿈틀거리는 나치 잔당의 조직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게 큰 감명과 교훈을 주고 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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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day in the life of Ivan Denisovich

감독 캐스터 리이드, 주연 톰 코트네이. 1971년 작품.

<내용> 'C854호'. 이것이 시베리아의 수용소에 갇힌 이반 데니소비치(톰 코트네이)의 이름. 영하 40도의 추위에 시베리아의 수림(樹林)은 눈과 얼음만이 반짝일 뿐 눈이 부셔 현기증이 난다. 주어진 하루의 작업을 하기 위하여 이반 일행은 몇 킬로미터나 되는 눈길을 묵묵히 걷기만 한다. 온몸의 감각이 마비될 즈음에야 겨우 작업장에 도착, 이제는 해가 질 때까지 쉴 새 없이 일을 해야 된다. 도대체 나는 무슨 나쁜 짓을 하였기에 이토록 호된 고역을 치러야 하나. 그런 것은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해 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요령껏 몸을 아끼고 멀건 스프에 한 조각의 건더기나마 더 얻는 일이 중요하다.

하루가 끝난다. 빈대투성이의 계단식 침대에 오르면 오늘 하루도 탈없이 보냈다는 안도감이 어쩌면 흐뭇한지도 모른다. 부디 오늘 같은 하루가 내일도 계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여기서는 병에 걸리거나 감독의 미움을 받기라도 하면 그것으로 끝장. 하루가 지난다. 그래도 형기는 아직 3천653일, 시베리아의 눈보라가 어둠을 헤치기라도 하듯 흉폭하게 몰아치고 있다.

<감상> 원작자 솔제니친은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단순히 무저항의 수용소 인간군(人間群)을 그리려고 한 것뿐일까. 너무나 비인간적인 수인(囚人)의 생활에 그는 한마디의 논평도 않는다. 그러나 후르시초프 정권하의 이른바 '해빙기'에 발표된 이 작품이 스탈린 비판의 용기 있는 명작으로서 소련 국내 및 세게 각국에서 크게 인정받았음을 볼 때, 아무 말도 안한 작품의 묵직한 의미를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