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예술·스포츠·취미/방송극/라디오 드라마/라디오 드라마〔서설〕

radio drama〔序說〕 라디오 드라마란 라디오가 발명된 후에 새로이 태어난 것이며 전파를 매체로 연극적인 표현을 하는 청각예술이다. 이것은 무대극도 아니고 영화도 아니며 또한 문학도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예술이 지닌 어떤 부분과 라디오라는 전파매체가 결합되고 여기에 음악과 음향효과가 가해져서 이루어지고 있는 종합예술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초기의 라디오 드라마는 라디오 이전부터 존재하던 무대예술을 라디오에 적용시킨 것이었으며, 수법에 있어서도 무대연극을 어떻게 청각만으로 이해시키는가에 집중되었다. 세계 최초의 방송이 시작된 지 5년 후인 1925년경에는 라디오를 위한 최초의 드라마가 제작되었고, 이를 계기로 라디오 드라마란 명칭이 탄생하였다. 그러나 라디오 드라마라고 하는 용어(用語)는 현재는 별로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마이크로폰 플레이(microphone play), 브로드캐스트 플레이(broadcast play) 등으로 불리다가, 최근에는 라디오 플레이(radio play)로 불리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드라마틱 프로그램(dramatic program) 혹은 쇼(show)라고도 불리는데 드라마틱한 구성을 가진 프로 전부를 가리킨다. 초기의 라디오 드라마는 무대극을 귀로 듣는 것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도록 약간 수정한 것에 지나지 않았으나 차차 라디오적인 소재를 발견하여 종래의 무대희극과는 다른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 내게 되었다. 즉 리처드 휴즈(Richard Hughes)의 <탄갱(炭坑)>과 같이 시각(視覺)이 없는 세계를 다룬 것에서, 영국의 랜스 시브킹(Lance Sieveking)이나 독일의 루돌프 아른하임(Rudolf Arnheim) 등에 의해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로이 장면을 전환시키는 영화적 수법이 도입되었으며(1930년경), 다시 미국의 노먼 커윈(Norman Corwin)에 의해 청취자의 상상력에 호소하는 공상의 세계를 다룬 것 등이 생겨났다(1940년경). 즉, 라디오 드라마란 무대극의 시각적인 요소를 청각적으로 바꾸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사·음악·음향의 3청각적 요소를 자유로이 구사함으로써 청취자의 심리적 인상이나 상상력에 호소하여 예술적인 감명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독자성을 발견하고 하나의 장르로서의 위치를 확립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초기에 있어서는 '귀를 통해 시각적 상상을 호소하는 것'이었으나 '귀로부터 직접 마음에 호소하는 인상(印象)의 누적에 의한 것'으로 발전하였다. 그 때문에 라디오 드라마의 형식은 대단히 복잡하며, 가장 일반적인 대화 중심의 것에서 시극(詩劇)·합창시극(合唱詩劇)·스케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식의 것을 포함한다. 또한 물리학적인 기계와 연극이라는 종래의 예술적 요소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매체인 기계의 성능이 발달하고 새로운 특질이 발견됨으로써 라디오 드라마의 내용이나 표현 방식도 달라져 왔고, 특히 텔레비전이 출현한 이래 라디오 드라마는 점점 라디오 독특의 세계나 표현 방법을 개척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라디오의 특성을 살린 독특한 예술장르로서의 라디오 드라마가 추구해야 할 당연한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다 큰 원인은 2차대전 후 텔레비전 방송이 본격화되고 텔레비전 드라마가 등장하여 라디오 드라마의 일반적 매력이 상실되었다는 점에 있다. 광고수입으로 운영되는 상업방송에서 청취율의 저하는 치명적인 타격이 아닐수 없다. 이 때문에 외국의 경우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으로서의 라디오 드라마는 사실상 종말을 고한 지 오래이다. 미국이나 영국·일본 등에 비해 3∼4년 늦게 출발한 한국의 라디오 드라마는 일제의 식민지정책 아래 독자적인 발전이나 이론의 개발은 볼 수 없었지만, 그런대로 1930년대 초에서 일제가 태평양전쟁 준비로 광분하기 시작한 30년대 말까지와, 1953년 정부가 환도한 후 1960년대 초 텔레비전 방송이 본격화하기까지의 두 개화기(開花期)를 갖는다. 그 후부터는 상업 방송의 등장으로 인한 막대한 드라마 수요량에 비해 작가·성우 등 드라마 종사자의 부족, 스폰서의 취향에 대한 지나친 영합으로 인한 멜로화 등이 원인이 되어 드라마의 짙은 떨어져 갔다. 한국의 라디오 드라마 청취률은 예전에 비해 낮은편이지만, 비정상적 드라마붐에 편승한 안이한 제작태도를 지양하고 드라마의 질적 향상을 위한 보다 성실한 노력, 텔레비전의 대량 보급으로 인한 라디오인구의 감소 등을 고려한 새로운 활로의 개척 없이는 한국의 라디오 드라마는 머지않아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金 正 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