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시사/정치와 생활/정치의 이데올로기


政治-Ideologie〔序說〕 모든 이데올로기는 정치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는 뜻에서는 곧 정치적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가 인간의 의식 및 가치관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데 비하여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정치권력에 관한 규범과 상징을 뜻한다고 일방적으로 이해된다. 어떤 시대에 어떤 사회 안에 존재하는 모든 관념과 의식과 신념과 가치관을 통틀어 이데올로기라고 지칭하는 것은 그 대상이 너무나 광범위하여 무의미한 개념의 사용이 되기 쉽다. 단지 의식구조와 비의식적 구조, 예컨대 경제구조를 대치시켜 생각하기 위하여 의식구조 전체를 이데올로기라고 부르는 것은 그런대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체로 오늘날 논의되고 문제되는 이데올로기란 그러한 넓은 의미보다도 정치적 이데올로기라는 한정된 의미를 갖고 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인위적으로 구축된 규범체계이다. 이 경우에 인위적이란 현실과 유리된 가공적이란 뜻이 아니라,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인간의 창의력에 의하여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사회에 잠재하는 의식·신념·태도가 아니라 그런 것들을 토대로 새로이 조성된 규범과 상징이다. 따라서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첫째 목적하는 바 규범들을 명확히 제시하고, 둘째 그러한 규범들을 일관성 있게 그리고 포괄적으로 제시하는 인위적으로 구축된 규범체계라고 한다. 그러한 규범체계로서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두 개의 큰 기능을 갖고 있다. 첫째는 국가를 비롯한 정치집단 특히 그 결정권자들에게 일관된 권력행사의 방향과 방법을 처방하고 평가하고 정당화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따라서 강력한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지닌 정치집단은 어떤 개인의 일시적 감정이나 임기응변적 정책에 의하여 운영되는 집단보다 훨씬 목적과 방법의 일관성을 지니며 체제의 안정과 존속을 체계적으로 정당화시킨다. 반체제적 집단이 지닌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현존하는 체제의 파괴 또는 변혁을 위한 행동에 일관성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둘째로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대중을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정치참여로 이끄는 데 강력한 촉진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치적 행동이 어떤 가치판단이나 가치에 관한 감정에 의하여 유발되는 것이라면 정치참여의 피동적이고 소극적인 대중의 정치활동에는 그들에게 가치판단을 강요하고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촉진제로서의 대중화된 규범체계가 필요하다.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바로 그런 목적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상징들이 인위적으로 체계화·선전·유포된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두 가지 기능은 근대정치의 성격과 관련시켰을 때에만 그 구체적 의미가 선명해진다. 프랑스 대혁명을 가장 극적인 전환점으로 하는 근대정치는 경제·사회·문화의 모든 면에서의 근대화과정 속에서 두 가지의 새로운 성격을 갖게 되었다. 첫째는 전근대적 사회과정이나 정치과정에서 볼 수 있었던 인물본위의 권력행사방법, 특히 왕이나 귀족 등 소수에 의한 임의적 권력행사가 보다 제도화되고 체계화된 목적과 방법에 의하여 운영되어야 할 필요가 점차 명백해졌다. 그러한 필요를 무시하고서는 정치체제나 사회체제의 존속과 안정에 필요한 효율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되었다. 둘째는 전근대적 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력자원이던 토지의 소유를 근대사회에서는 대중의 지지가 대치하게 되었다. 그러한 대중의 지지를 구현시키기 위하여, 즉 대중의 잠재적 정치능력을 권력의 토대로 양성화하기 위한 동력화의 수단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한 필요가 충족되지 못할 때 정치체제는 정통성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권력행사의 제도화와 대중이 지닌 권력자원의 동력화라는 두 가지 필요에 응하기 위하여 전개된 것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이다. 엄격히 정의한다면 모든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근대정치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중세의 이데올로기나 고대의 이데올로기는 정의상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은 근대정치에서의 권력의 정당화가 지닌 필요조건이 전근대적 상황과 달라진 것을 반영한다. 왕권신수설을 비롯한 신화적 방법이나 봉건신분체제의 관습화나 기만과 폭력의 혼합으로 권력을 정당화하는 것은 근대정치의 성격이 허용하지 않게 되었다. 동시에 정치참여를 극도로 제한하면서 권력의 정통성과 증대를 보장할 수도 없게 되었다. 따라서 근대정치 과정에서 어떤 정치목표를 위한 권력을 획득·유지·증대 및 정당화하기 위하여는 권력지향적(權力志向的)인 엘리트와 대중에게 공동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강력한 규범체제로서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해졌다.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근대정치의 산물이라는 것은 모든 이데올로기가 문화적 특수성을 초월한 일반적 성격만을 지녔다는 것은 아니다. 이데올로기를 구축하는 엘리트의 의식도, 이를 사용하는 권력행사자도 그리고 이의 대상이 되는 대중도, 주어진 문화적 배경을 초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그러한 초월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추상적 관념체계는 될 수 있어도 정치적 이데올로기일 수는 없는 것이다. <金 洪 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