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시사/정치와 생활/비교정치/신생국 정치의 특질



신생국 사회의 일반적 특징 편집

新生國社會-一般的特徵

신생국은 각기 역사, 문화 그리고 전통을 달리 하므로 다양한 특성을 지니지만 거기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후진사회는 정치현상과의 연관성에서 본다면 사회적·경제적 과정이 정치과정과 혼합되어 있으며, 통합성(統合性)을 결여(缺如)하며 또 대중과 엘리트 사이에 커다란 갭이 있다는 것을 그 공통적인 특징으로 하고 있다.

① 신생국은 산업화의 도상에 있거나 산업화가 하나의 열망에 불과한 전통사회이기 때문에 언어·종교·인종에 있어 다원적(多元的)인 구조를 가지며 결사(結社)가 이들 전근대적인 요소를 기반으로 하여 조직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조직형태가 종단주의적(宗團主義的:communal) 성격을 띠어 기본적인 정치관계도 종단주의적 성격을 띠게 된다. 이것은 정치적 과정과 사회적 과정이 분화(分化)되지 않고 혼합되어 있음을 말하여 준다. 따라서 사회적 신분이 정치권력·영향력 및 권위의 기반이 되며 정치관계가 사회적·인격적 인간관계에 의하여 지배됨을 의미한다. ② 신생국은 언어·종족·종교·문화적으로 복합성을 지녀 다원적일 뿐만 아니라, 근대화과정이 인간 및 지역에 있어서 불균형적이었으며 또 이해가 종단주의적인 기초집단인 종족이나 종교에 의하여 크게 제한된다. 그러므로 이들 기초집단의 우월성에 국가(정치)보다 교회(종교), 국민보다 부족(部族)의 이해가 앞서므로 국민적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 신생국에 있어 통합이 결여되어 민족 독립을 반(反)식민주의투쟁에 의하여 쟁취한 후에도 국민형성(nation-building)이나 국민통합이 가장 기본과제로 되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③ 대중과 엘리트의 관계를 보면 전자는 전통적인 데 반하여 후자는 서구화되어 이 양자 사이에 갭이 크다. 서구화된 엘리트가 핵심적인 통치구조를 통제하며 전일체(全一體)로서 사회를 대변하여 활동하는 데 반하여 대중은 이들 엘리트와 유리되어 있다.

신생국의 정치적 특징 편집

新生國-政治的特徵

위에 지적한 사회적 특징이 신생국 정치의 기본성격을 규제(規制)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신생국의 정치적 특징을 다음같이 포괄적으로 지적할 수 있다.

① 국가정치는 지역적으로는 도시, 사회계층적으로는 엘리트에 의하여 지배되므로 도시와 엘리트 중심의 정치라고 한다. ② 도시사회와 대규모적인 전체 국민사회를 가교(架橋)하는 데 있어서 도시인과 학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시인과 학생은 대체로 농촌과 유대를 가지므로 근대성을 농촌에 흡수케 하는 매개체의 구실을 하며 따라서 농촌주민을 정치화하여 국가정치에 참여케 하지만 대중의 정치적 참여는 단속적이다. ③ 근대화가 도시와 농촌에 불균형적으로 이루어져서 도시에의 인구집중을 자극하여 부적응현상을 나타내게 함은 물론 사회적·정치적 통합에 참여치 못하고 정치적으로는 책임있는 중산계급(中産階級)의 육성에도 참여치 못했다.

④ 통치구조는 형식상으로는 서구의 근대적인 제도를 도입하였으나 근대적 요소와 전통적인 요소가 혼합되어 정치기능이 수행되기 때문에 권위주의적인 경향을 나타내며 비경쟁적이다. 특히 신생 국정치의 비경쟁성은 여당(與黨)이 과도하게 비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인데 이것을 학자에 따라서는 신생국의 정당제도를 1과 ½제도라고도 한다. 여당을 1로 보면 야당은 0.5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질적인 정치과정이 집단이나 조직의 역할보다도 인간의 역할이 더 중요한 구실을 하게 됨을 의미한다.

정치과정과 그 기능에서 본 신생국의 특징 편집

政治過程-機能-新生國-特徵

신생국의 정치과정은 단일·통합과정으로 되어 있다기보다도 복합적이며 기껏해야 2원적(二元的)이다. 정치력이 지역적으로나 집단적으로 분산되어 서로 이완(弛緩)되고 통합되지 않은 많은 과정으로 되어 있다. 국가수준에 있는 중앙에서는 도시와 중앙기관을 기반으로 하여 서구화된 근대적인 엘리트가 국민국가(國民國家)의 건설을 목표로 한다고 해도 지방수준에서는 촌락과 지방집단으로 분열되어 있으므로 전통적인 대중이 많은 자율적인 정치과정에 의하여 지배된다.

정치적·사회적·경제적 그리고 문화적 여러 과정이 미분화(未分化)상태에서 혼합되어 있어 사적(私的)인 인간관계가 정치관계와 분리되지 않고 그대로 투사(投射)되어 공사(公私)의 무분별 속에 인격적 지배나 복종을 강요받게 된다. 군(軍)에 있어 사병(士兵)이 곧 사병(私兵)으로밖에 보이지 않게 되기 쉬운 것은 이 때문이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앞서게 되어 인간적인 아첨이 공무수행을 위한 전문적인 경험이나 능력을 무색케 만들기 쉽다.

이러한 복합과정 때문에 정치과정과 통치과정, 즉 정치와 행정이 순환과정에서 상호 보완작용을 하기보다는 간격을 이루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과 지방 또는 엘리트와 대중에 있어서 부분사회의 지도자가 매개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듯 정치과정이 기껏해서 중앙과 지방 또는 엘리트와 대중 사이에 2중과정으로 양분되어 있으므로 사회집단간의 이해의 조절이 곤란하다. 사회 자체의 종단주의적인 복합적 구조 때문에 사회적 이해의 조절이나 이것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결정을 위한 국가이익의 형성은 결국 부분사회의 엘리트 상호간의 타협에 의하여 이루어지게 되며, 정치과정에서 집단보다는 그 집단을 지배하며 동원할 수 있는 인간의 역할이 지배적인 것이 된다.

그리고 엘리트의 정치적 참여는 그 동기에 있어 개인적인 권력욕이 지배적이며, 따라서 정치에 있어 그만큼 무책임하기 쉽다. 정치적 엘리트의 충원이 사회 체계가 안정되고 사회적 비난이 불가능한 서구 선진사회와는 달리 복잡한 위계제(位階制)를 원칙상 하나씩 계서적(階序的)으로 밟아 올라가야만 한다. 그러나 신생국은 사회적 후진성에서 사회적 기능이 분화(分化)되지 않았고 역할체계가 확립되어 있지 않으므로 사회적·정치적 비약이 가능하며, 따라서 사람 팔자 시간문제라는 속담대로 정치를 자손만대의 팔자 고치기 게임으로 착각하기가 쉬운 폐습(弊習)이 없지 않다. 이것은 사회인사나 지식층의 정치에의 집중현상을 나타내는 요인이 되며 전형적인 권력인의 탄생의 가능성에 대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들 수 있는 특징은 제도적인 집단이 정치과정이나 그 기능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가 많다는 점이다. 관료집단(官僚集團)이나 군(軍)이 정치적인 안정을 위하여 지배적인 역할을 하며 군의 정치적인 중립은 명분이 되기 쉽다. 따라서 신생국에 있어서 정책이나 그 계획에 제도적인 집단의 역할이 지대하며, 정당이나 이익집단에 의한 다양한 이해의 표현이 집성(集成:aggregation)된 것이라기보다는 계획작성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정부의 의사이기 쉽다. 특히 군은 첫째 사회적 불평등이 극심한 국가에 있어서는 유일한 근대조직으로서 정치적 역할을 대행했으며, 둘째 부패가 극심한 국가에 있어서는 공식상 봉사의 전통을 가짐으로써 사회적인 선(善)의 실현에 책임있는 유일한 조직으로서 역할했으며, 그리고 셋째로 사회적 이해의 대립이 극심하여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경우에는 그 조절의 역할을 시도하려 했다.

신생국 정치체계의 다양성 편집

新生國政治體系-多樣性

제2차대전 후에 있어 통합성을 결여하고 경제적 빈곤에 허덕이고 또 문화적 이질성 속에서 권력의 진공상태를 이루어 온 아시아·아프리카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 등 소위 후진지역은 정치적 불안정과 권력의 악순환으로 특징지어졌다.

1958년은 신생국에 있어서 민주헌정이 붕괴되는 해였다고 할 수 있다. 즉 이때 일부 국가에서는 민주정치를 포기하는 현상마저 일어나는 가운데 군부의 집권과 권위주의적 지배 내지는 독재정치를 강화하게 되고 군부가 집권할 정도로 강력하지 않은 국가에 있어서는 일당제(一黨制)가 수립되게 되었다.

외부에서 수입된 '빌려온 제도'인 민주주의는 토착화되지 못하는 가운데 효과적인 정치기반을 제공하지 못하여 대중에게 혐오감마저 느끼게 했다.

이러한 혐오감에서 군부지배나 강력한 지도자에 의한 1인 권위주의 지배를 가능케 했다. 이것은 정치적 자유의 타개를 의미했다기 보다는 정치적 혼란의 결핍을 위한 강력한 영도력에 대한 요청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 권위가 소멸되지 않는 한 신생 공산독재국가에 있어서도 그들의 정치체계를 '인민민주주의'라 하여 민주주의로 가장했고, 기타 비공산국가에 있어서도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나 파키스탄의 아유브 칸에서 보듯이 민주주의로 분장하여, 전자는 지도민주주의(guided democracy), 후자는 기초민주주의(basic democracy)라고 하였다. 이것은 군부지배 또는 사실상의 일인지배를 민주주의 권위를 빌리지 않고서는 정당화하기 어려울 만큼 민주주의가 시대적인 권위를 지니고 있었음을 시인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선행조건이 사회경제적 발전과정의 산물이라 한다면, 각각 국가적인 발전단계를 달리하는 신생제국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를 양단으로 해서 그 중간에서 다양한 형태의 정치발전으로 나타났다. 브레헤르(M. Brecher)는 정치체계를 지역적으로 분류하였던 바, 아시아를 ① 영·미를 모델로 하는 민주주의, ② 중·소를 모델로 하는 공산체제, ③ 그 밖에 권위주의로서의 군부독재, 민주독재(民主獨裁), 시민·군부독재, 절대군주정(絶對君主政)을 이에 포함시켜 3개의 형태로 분류하였으며, 중동지역을 ① 민주주의, ② 각종 형태의 군사정권으로서 비공산주의적 권위주의, ③ 군주정(君主政)의 3개의 형태로 분류하였고 또 라틴 아메리카를 ① 민주적, ② 공산주의적, ③ 권위주의적 정치체계의 세가지로 분류했다.

이들 분류는 정치기능 및 통치기능에 있어서 군 및 집행부가 과잉참여를 하며 권위주의적 경향을 나타냄을 지적하고 있다.

신생국 정치의 공통경향 편집

新生國政治-共通傾向

정치적 불안정에 따르는 다양한 정치적 발전에 있어서 신생국에 공통되는 지배양식이 권위주의적 정치를 일반적 특징으로 하고 있다. 권위주의 정치는 단일 권력보유자가 정치권력을 독점하여 권력대상자인 국민을 정책결정이나 결정작성에 효과적으로 참여시키지 아니하고 자기의 정책결정을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과정을 말한다.

권위주의 정치는 형식상 입헌민주주의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나, 그 실질적인 운영은 헌법상의 규정과는 아주 딴판임을 의미한다. 제도는 외관을 위한 장식에 불과하다. 제도는 집권자의 조종에 따라서 헌법상의 규정과는 달리 운영되고 집권자에게 권력이 집중하게 된다. 따라서 학자에 따라서는 이러한 의사민주주의로서 정치권력을 정상화하는 권위주의정치를 신대통령제(新大統領制:neopresidentialism)라고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권위주의 정치는 카리스마적(charismatic) 지도자와 결부된다. 카리스마에 적극적 역할을 구하는 학자는 그의 역할을 분산적 에네지의 통합에 구하고 있다. 나세르·엥크루마·수카르노·네루 그리고 과거의 한국 대통령이 이에 속한다.

정치적 사회적 변화과정에 있는 신생독립국에 있어서는 대외적으로는 외국 지배로부터의 해방, 대내적으로는 다원적이며 이질적인 요소를 극복하여 근대성에 전환함과 동시에 국민형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와 같은 대내외적인 목표의 달성을 위하여 거대한 국민대중의 에네지 조직화가 요청되며, 이것의 창출(創出)을 위하여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등장을 자극하게 된다.

<金 永 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