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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국 정치 연구동향
편집新生國政治硏究動向
방법론상으로 볼 때 현대 미국정치학의 으뜸가는 경향은 19세기에 지배적이었던 제도적·법적 접근법에서 기능적·행태적(行態的) 접근법에의 이행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정치학의 대상(對象)이 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에까지 확대된 데,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교정치론의 범위가 서구제국뿐 아니라 비서구제국도 포함하게 된 데 연유하는 현상이다.
대상과 범위의 확대로 인한 이와 같은 방법론상의 변화는 한 마디로 미국정치학의 과학화라 특징지을 수 있다. 과학화의 경향은 정치학 전반에 걸쳐 여러 모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중 가장 뚜렷한 경향이 객관화(현실주의적·경험적 경향)·정밀화·이론화·이화수정화(異花受精化:cross fertillization) 또는 제 분과 협동연구화(諸分科協同硏究化:interdisciplinary study)라고 하겠다.
이러한 방법론상의 특성을 가지는 미국 정치학의 압도적인 영향하에 있는 오늘의 신생국 정치연구의 주요 경향들은 경험주의, 기능·체계론적인 접근법, 수량화(數量化),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로 각기 초점을 잡아 검토될 수 있다.
경험주의
편집經驗主義
베버(Max Weber)는 과학과 정책을 준별하였다. 그에 의하면 경험적 실재를 사유(思惟)에 의하여 정서(整序)함으로써 보편타당한 과학적 진리를 얻고자 하는 것이 경험과학인 사회과학이라 한다. 그러므로 사회과학은 오로지 경험과 논리만으로 당부(當否)가 가려지는 판단의 체계이며, 따라서 사회과학적 인식은 객관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적 주장은 일의 시비(是非)를 가리는데, 일의 시비는 단지 경험과 논리만으로는 가릴 수 없고 실천적 평가 내지 가치판단을 필요로 한다. 즉 '사실과 부합되는가 어떤가'(사실적 진리) 또는 '앞뒤가 맞는가 어떤가'(논리적 진리)는 경험과 논리만으로 판별할 수 있으나,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가'(가치적 진리)는 결국 논자(論者)가 어떤 가치이념에 의거한 가치판단에 입각해서 단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러한 가치판단은 특정한 가치이념 밑에서는 타당성을 지니나 결코 모든 가치이념 밑에서 보편타당성을 가질 수는 없으므로 이런 의미에서 정책적 주장은 주관성을 내포한다. 따라서 보편타당한 과학적 진리를 추구하는 사회과학에서는 주관적 가치판단에 의거하는 정책은 배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베버가 사회과학에서의 가치판단 배제를 주장했다고 해서 가치판단 그 자체를 부인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슈몰러(Gustav von Schmoller)를 선봉(先鋒)으로 하는 신역사학파가 '윤리적 진화주의(倫理的進化主義)'에 입각하여 전체의 이익에 기여할 보편적 가치판단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데 반기를 들고 가치이념이나 세계관이 분열되고 있는 현대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가치관은 다양하므로 이러한 모든 가치관은 뚜렷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강력한 국민국가와 국민경제를 독일에 수립하기를 갈망하던 자유주의적 국민주의자였던 베버가 가치판단의 배제를 강조한 것은 당시 독일학계에서 지배적이었던 역사학파가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인 주술(呪術)을 탈피하지 못한 채 과학의 권위를 남용하여 주장한 정책의 보편타당성에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일종의 가치판단이 그의 '가치판단 배제' 주장에 들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가치판단 배제가 인과이론(因果理論) 수립에 있어서 가치가 인간행위와 관련된 사실로서 고려될 여지를 배제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일정 가치에 의해 인간행위가 영향을 받을 때 이 가치는 어떤 의미에서는 행위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사실로 된다.
베버의 이같은 기본입장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대표적인 미국학자는 이스턴(David Easton)이다. 정치학에서 가치문제를 배제하려 한다기보다는 사실과 가치는 논리적으로 이질적(異質的)인 것임을 강조하면서 이스턴은 과거의 정치학이 너무 가치판단에 치우쳐 섣불리 개혁운동에 동원되었던 만큼, 인류사회의 개선을 위한 건전한 가치판단을 하기 위해서도 먼저 정치현상을 바르게 설명할 수 있는 정치이론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가치와 사실을 분리시키려는 이같은 경항이 가치판단 자체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가치판단 문제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행태주의(行態主義) 정치학의 태두(泰斗)인 달(Robert Dahl)까지도 서술적(敍述的) 정치과학자들이 평가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회피해 왔음을 시인하고, 정치체계에 대한 명시적(明示的)이며 체계적인 평가를 정치학자의 정통적 기능 중의 하나로써 받아들이도록 권하고 있다. 각기 표현은 다르나 결국 내용상으로는 사실과 가치를 결부시키려는 이러한 주장을 오늘날에는 비교정치학자들 사이에서 많이 들을 수 있지만, 그들은 요컨대 규범적(規範的) 연구와 경험적 연구를 통합함으로써 종합적인 정치이론을 구성하려고 힘쓰고 있는 것이다.
기능적·체계론적 접근법
편집機能的·體系論的接近法
미국의 정치학은 1950년대 초기에 와서 미·서구 중심의 '편협성'(parochialism)을 벗어나 소련 등 동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1950년대 후기에 접어들자 아·아(亞阿) 신생국연구에 각별히 역점을 두게 되었다. 이러한 연구대상의 범위확대와 더불어 비교정치의 방법론적 반성도 일어났다. 매크리디스(Roy Macridis)는 『비교정치연구에 관한 세미나 보고서』와 『비교정치연구』에서 전통적 접근법이 서구라는 단일문화구조만을 다룬 나머지 비서구지역의 여러 정치체제를 설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정부의 공식적인 제도의 분석만을 강조함으로써 정책결정(政策決定)이나 권력행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회의 비공식적인 요소들을 분석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와 같은 비판은 종래의 유럽 중심적인 전통적 접근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바 컸었고, 그 결과 이들 전문가는 서구·비서구를 포괄하는 정치의 일반적 개념화(槪念化)를 시도하여 궁극적으로는 체계적(體系的) 비교정치론을 전개할 의도에서 방법론상의 재검토를 시작하였다.
이러한 방법론상의 재검토에 있어서 우선 도입된 것이 다름아닌 사회학과 인류학에서 개발된 구조·기능분석의 방법이었고, 그 성과는 앨몬드(Gabriel Almond)와 콜먼(James Coleman)의 편저(編著), 『개발도상지역의 정치』에서 앨몬드의 서론 「비교정치를 위한 기능론적 접근법」에 일단 집대성(集大成)되었다. 그의 기능론적 접근법은 기본적으로 "정치체계는 정치제구조에 의한 정치제기능 수행의 빈도와 양식에 의해 상호 비교 가능하다"는 명제(命題)에 의거한다. 콜먼은 이를 부연하여 "모든 사회에서는 그 구조가 제아무리 이행적(移行的)이라 하더라도 모종의 주요 정치기능이 수행되고 있다고 가정하면, 하나의 체계(system)가 존재하며, 따라서 비교가 가능하다고 정당하게 주장될 수 있다"고 논한다. 그리고 이러한 명제에서 나온 알몬드의 '투입(投入)=산출(産出)' 모델은 많은 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비교정치 방법론상의 유익한 출발점이 되고 있는 것은 부인 못할 사실이다.
비교정치연구에 도입된 구조·기능분석은 자연 정치체계의 존재를 가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정치체계는 정부나 국가와 같은 구체적 조직체가 아니라, 정치기능을 수행하는 사회구조를 의미한다. 이 경우 구조·기능분석은 정치체계의 자기완결적(自己完結的:self-containing) 측면을 강조하는 입장과 정치체계를 보다 큰 사회체계의 하위(下位)체계라는 측면을 중시하는 둘로 나누어진다. 전자의 입장을 취하는 학자는 정치체계를 정치의 보다 큰 활동을 이룰 보조적 제 활동으로 나누고, 후자의 입장을 취하는 학자는 정치체계를 보다 큰 사회체계의 효율적인 운용에 필요한 정치기능의 효과적인 수행을 위해 요구하는 '하위 제활동'과 그런 '하위 제활동'을 수행하는 제 구조로 나눈다.
구조·기능분석을 불가결의 요소로 삼고 있는 체계론적 접근법 내지 정치체계이론은 정치현상을 단지 국부적·고립적으로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들을 상호 관련시켜 전체적 관점에서 통일적인 체계로서 파악하고자 하는 이론적 의욕의 산물이다. 이 분석방법은 '생체(生體:living organism)'를 그 이론적 모델로 삼고 있으므로 자연히 국가를 자율적(自律的) 체계로 보게 되고 근대화과정에 있는 신생국 정치체계의 모든 구조가 그런 체계의 존속능력(存續能力) 유지에 어떻게 이바지하고 있는가를 따져 봄으로써 인간형태의 특징인 복잡한 상호관계를 명백히 하는 데 확실히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이같은 기능·체계론은 신생국 정치체계의 자율성을 전제함으로써 국제적 환경의 작용을 간과하기가 쉽다. 그것은 또한 자칫하면 신생국 정치체계의 자유유지 기능에 관심을 집중함으로써 균형에 치중하는 정태적·보수적 이론으로 되기 쉽다. 그런 접근법은 신생국의 국가형성에 있어서 으뜸가는 문제인 공공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정부의 수립 또는 국가의 권위형성(權威形成)의 문제를 등한시함으로써 격심한 사회변동의 와중(渦中)에 있는 신생국에서의 변동의 다이내믹스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은 정치체계의 투입(投入)이란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산출(産出)의 측면이 강한 신생국의 정치현상을 적절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이러한 비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런 단점들을 시정하고자 한 것이 다름아닌 알몬드의 논문, 「정치체계의 발전론적 접근법」(1965)이었다. 이 논문에서 그는 특정 시점(時點)에서 가로 자른 횡단면(橫斷面)에 있어서의 정치체계 분석에만 주로 적합하던 기능론적 접근법의 초기의 정태적 이론구성을 크게 수정하여 정치체계의 '능력'(capability)이란 개념의 도입을 통해 산출기능도 중시하면서 발전을 다룰 수 있는 동태적(動態的) 이론으로 재구성하였고 이어 파웰 2세(G. B. Powell, Jr.)와의 공저 『비교 정치론』(1966)에서는 정치체계의 능력에다 '국내적 및 국제적 능력'을 새로 첨가함으로써 신생국가의 정치발전에 있어서의 사회적 및 국제적 요인도 적극적으로 고려에 넣게 되었다.
그러나 이같이 알몬드가 신생국가의 정치발전을 다룰 수 있는 변동이론(變動理論)을 발전시켰다고 해서 그가 기능·체계론의 모든 약점을 극복한 것은 아니다. 기능·체계론에 의거하는 투입=산출 모델은 무엇을 위한 능률성이며 유효성이냐 하는 명백한 규범적인 문제는 다룰 수 없다는 비판은 그만 두고라도 검증할 수 있는 명제나 경험적 자료가 궁핍되고 있는 현단계에서는 '일반이론'이 아니라 '중범위이론(中範圍理論)' 형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비판을 계속 받고 있다.
그러한 중범위이론에 관한 주장은 크게 둘로 나누어지는데, 하나는 민주주의형, 공산주의형 및 개발도상형의 모든 주요 정치체계를 전부 포함하려 할 것이 아니라 발전단계나 발전유형이 유사한 나라 내지 지역을 골라 상호 비교하는 '선택적 지역간 비교연구'(selective-cross regional comparison)의 유효성에 대한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전체체계'가 아니라 '부분체계' 즉 투입보다도 산출, 좀더 구체적으로는 정치사회화보다도 결정작성(決定作成)에 더 치중해서 비교
수량화
편집數量化
기능·체계론은 정치학이 사회학·심리학·인류학 등 인접과학의 방법론을 채용하여 정치발전에 대한 폭넓은 이론적 내지 분석적 틀을 마련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산물이다. 수량화는 이런 기능·체계론을 실증적 자료로 뒷받침하기 위해 채용되는 경험과학의 한 수단이다. 이것은 '행태주의혁명(行態主義革命)'의 소산으로, 행태주의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및 심리적 요인과 정치적 형태간의 상관관계를 밝히려는 노력 속에서 새로운 기술(실태조사, 면접, 總體的 資料蒐集)의 도입을 통해서 분석의 용구(用具)를 날카롭게 만들었다. 실로 칭량(稱量)·측정·상관관계 규명은 정치학에 있어서의 행태주의혁명의 가장 적극적인 측면이다. 기술적 견지에서 볼 때 이러한 행태주의혁명은 고성능 컴퓨터의 발전과 동일시될 수 있다. 문자 그대로 수백의 사례(事例)와 변수(變數)를 망라하는 실태조사의 자료는 컴퓨터에 의하여 수량적 통계치(統計値)로 처리되고 상관관계가 규명된다. 이러한 자료처리의 수량화 방법은 크게 둘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연구대상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려는 '총체적 자료분석'이라는 거시적(巨視的)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개개인의 태도나 동기를 밝히려는 표본조사(標本調査)를 중심으로 하는 미시적(微視的) 방법이다.
'총체적 자료분석'은 정치발전에 관한 일반이론을 형성하기 위해서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걸친 갖가지 조사를 실시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얻어지는 대량의 자료를 정리·축적하여 분석하는 방법이다. 총체적 자료사용에 대한 일반적 관심은 비교정치를 위해 중요한 변수를 추출하려고 시도한 도이치(Karl W. Deutsch)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일찍이 도이치는 1960년에 지구상의 13개나 되는 국가들을 비교하기 위하여 무려 95개에 달하는 정치적·통계적 지표의 수집을 제안했고, 이어 1961년에도 19개국을 9개의 지표로 비교함으로써 사회유동성과 정치발전의 관계에 관한 중요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총체적 자료, 예컨대 생태(生態)자료, 인구조사자료, 투표통계자료, 가치지향자료(價値指向資料) 등을 사용하여 엄청난 수의 지표를 가지고 여러 나라들을 비교하는 업적들이 고리를 잇게 되었다.
총체적 자료의 사용에는 어떠한 이점과 단점이 있을까? 첫째로 총체적 자료는 실제 조사자료에 비해 입수하기 쉽고 비용도 적게 든다. 둘째로 그것은 오랜 시일을 두고 사용할 수 있으며 성질상 객관적이다. 셋째로 분석가나 연구자는 전체 국민에 관한 자료에 직접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면접자'의 편견, 표본착오(標本錯誤), 무응답자 편견(無應答者偏見) 등에 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것은 신생국 정치연구에서 여러 단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그것은 연구자로 하여금 국민국가의 현체계를 무비판하게 받아들여 신구(新舊)·대소·강약·안정 불안정을 불문하고 모든 나라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게다가 그런 나라들의 통계가 마찬가지로 정확하거나 의미있는 것으로 가정하도록 강요한다. 다음에 그것이 규명해 낸 일련의 국가들에 있어서의 사회적·경제적 지표와 정치적 지표간의 상관관계(相關關係)는 인과관계(因果關係)의 방향에 대한 아무런 실마리도 던져 주지 못한다. 그러므로 독일은 일찍이 "양적인 자료는 정치분석가의 판단을 도울 수는 있어도 그것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스턴(David Easton)도 경험적 일반이론을 형성하려는 야심에서 엄청나게 수효가 많아질 정치적 변수의 수량화를 위해 질적(質的) 자료는 버리고 양적(量的) 자료의 측정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일이 없도록 경고한 바 있다. 라팔롬비라(Joseph Lapalombara)의 말과 같이 '자료의 분별 없는 수집행각(蒐集行脚)'과 '그런 행각에 수반하는 방법론상의 에스컬레이션'은 공연히 시간과 정력만 낭비할 위험이 없지 않은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총체적 자료분석은 경험론자(즉 광의의 행태론자) 중의 이른바 구조론자들이 주로 취해 온 거시적 방법인데, 그것은 전체국민의 특성을 밝히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나, 개개인이 취한 구체적 행동의 동기는 설명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협의의 행태론자들은 개인의 정치적 태도나 동기부여(動機賦與) 같은 심리적 측면을 해명하려고 미시적 분석방법을 취해 오고 있다. 개인의 태도에 관한 표본조사는 미시적 분석방법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신생국 정치연구에 있어서 표본조사 방법은 여러 가지 난점(難點)을 드러내고 있다. 앱터(David Apter)는 이러한 난점으로 첫째 신생국 정치지도자들이 자국민(自國民)의 정치적 태도를 공개하기를 꺼리는 데서 연유하는 비협조, 둘째 대륙계 학풍에 젖어 있는 신생국 학자들의 경험적 조사에 대한 배타성, 셋째 조사에 부적합한 사회분위기나 조사에 대한 이해부족, 넷째 무작위 표본추출(無作爲標本抽出)이 어렵다는 점, 다섯째 적절한 질문지 작성이 쉽지 않다는 점의 5가지를 들고 있다. 그리하여 미시적 분석가들은 미국정치 전문가들에 많고 거시적 분석가들은 신생국 정치전문가 중에 많다.
행태주의 접근법은 신생국 정치연구에 적용될 경험적 이론을 발전시키려고 하기보다는 조사기술의 향상을 꾀하려고 하는 면이 더 강한 것이 특징으로 되어 있다. 그 결과로 이론과 조사기술간에는 격차가 생겼는데, 이론에 치중하는 학자들이 그들의 명제를 경험적으로 타당화할 조사기술의 고안에 소홀한 면보다는 조사기술에 치중하는 학자들이 경험적 자료를 설명할 이론의 구성에 소홀한 면이 강하다. 이론과 조사는 상호보완적(相互補完的)이다. 이론의 준비없이 조사 자체에만 진력(盡力)하다 보면 사실의 노예가 되어 근시안적 편견을 벗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이론지향적(理論指向的) 감각이 둔화되어 한낱 기술자로 전락하기 쉽다. 그렇다고 사실이 중요치 않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공리공론(空理空論)에 빠지지 않으려면 이론구성에 있어서 사실이 차지하는 큰 비중을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은 어떤 목적을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는 가치중립적(價値中立的)인 것이기 때문에 이론적 규제력(規制力)이 약화되면 사실의 횡포가 자행되기 쉽다는 점이 망각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경험적 분석방법은 자료수집 기술면에서는 총체적 자료와 표본조사 자료의 결합, 이론면에서는 구조적 접근법과 행태적 접근법의 결합에서 금후의 발전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통합적 분석초점으로서의 정치적인 리더십
편집統合的分析焦點-政治的 Leadership
정치학은 어디까지나 '문제해결'을 위한 학문임을 강조하는 매크리디스나 정치학을 실증과학화(實證科學化)하려 하면서도 정치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적 후예(知的 後裔)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라팔롬바라의 말을 빌릴 필요도 없이 정치학은 정책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더구나 선진제국에서 신생국 정치연구에 열을 올리게 된 것도 주로 정책적 차원의 고려에서였다. 정책의 문제는 결국은 따지고 보면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로 귀착된다.
정치적인 리더십의 연구는 비인격적 요소를 날로 더 강조하게 된 경제학, 추상화(抽象化)와 수량화로 내달리게 된 사회학, 사회세력이나 사료(史料)의 양적 분석에 치중하게 된 역사학의 영향으로, 그리고 정치학에서는 지도자의 역할을 소홀히 취급하는 구조·기능분석이나 수량화의 도입으로 최근까지 매우 쇠퇴하는 경향을 나타내었다. 그러던 것이 1950년대에 이르러 정치적인 리더십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는데, 이것은 첫째로 오랫동안 자리를 비켰던 개인지도자가 사회과학의 무대중심에 복귀하게 되었음을 의미하고, 둘째로 여태까지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규정되는 종속변수(從屬變數)의 위치에 있던 정치가 자율성을 지니는, 또한 사회·경제적 요인을 거꾸로 규정하는 독립변수(獨立變數)의 자리를 되찾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정치적 리더십 접근법은 행태론적 연구에서 추구해 왔던, 경합하는 다양한 접근법을 통합시켜 줄지도 모른다는 데 그 강점(强點)이 있다. 낡은 법적·제도적 접근법에 반대하고 행태주의혁명에 가담해 온 세대는 그 후 줄곧 새로운 기본적인 분석단위를 광범하게 찾아 왔다. 어떤 학자는 그런 단위를 경험적 연구에 적용하기에는 너무나 요묘한 기능적이란 용어에서 찾아 왔고, 어떤 학자는 권력이나 세력을 양적으로 측정한다는 포착하기 어려운 방법에서, 어떤 학자는 현실의 흐름에서 따로 떼어 내기가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난 '결정작성(決定作成)'에서, 그리고 어떤 학자는 목록을 작성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수효가 많은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서 찾아 왔다.
그런데 어느 정치과정에도 빼놓지 않고 관여하는 인물로서의 그리고 결정작성자, 메시지의 발신자이자 수신자, 기능의 수행자, 권력의 장악자, 제도의 창설자 내지 운용자(運用者)로서의 지도자는 이러한 서로 종류가 다른 요소들을 하나의 가시적(可視的)인 초점으로 집중시킬 수 있다.
더구나 리더십의 연구는 그 지도자가 창설했거나 변형시킨 사회적·정치적 조직체에 대한 조사로서 또한 지도자와 조직체에게 대중을 지배하는 힘을 주는 심리적 호소와 정치적 역량을 알 수 있게 해준다.예를 들면 리더십의 연구에는 전체로서의 정치과정에 대한 포괄적이며 동태적인 하나의 새로운 종합이론을 성립케 할 가능성이 있을지 모른다. 정치적 리더십 접근법을 신생국 정치연구에 가장 유효한 방법으로 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만 근대화과정에 있는 신생국의 정치적 리더십 연구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정치 내지 정치이론의 자율성에 대한 강조를 정체(政體) 내지 정치체제의 자율성에 대한 강조로 오인(誤認)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신생국 정치체계의 자율성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인만큼, 그것에 대한 국제 정치의 작용을 간과할 수는 없으므로 신생국의 정치적인 리더십 연구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민족적 주체성(民族的主體性) 확립의 문제가 제기되게 된다.
둘째는 그러한 민족적 주체성의 확립은 자민족(自民族)의 역사나 전통과 분리해서는 생각할 수 없으므로, 신생국의 정치적 리더십 연구에 있어서는 역사와 전통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요청된다는 점이다.
셋째는 신생국의 정치적 리더십 연구에 있어서는 독자적(獨自的)인 발전의 방향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독자적인 발전에의 길의 모색은 물론 주체성의 회복과 전통의 재발견을 통해서만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반서구적(反西歐的)인 움직임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서구적인 것을 각국의 전통 속에 순조롭게 받아들여 창조적인 발전을 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는 근대화 과정의 선구자(先驅者)에 속하는 나라들과 그런 나라들을 따라잡아야 하는 지참자(遲參者)에 속하는 나라들과 사정이 판이하다는 사실에 각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 상황의 차이에 대한 이와 같은 자각은 근대화와 서구화를 동일시하던 전후 초기의 소박한 근대화론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오고 있다. 그 결과 신생국의 근대화에는 다양한 길이 있음이 학문적으로도 인정되고 있으므로 정치적인 리더십의 연구도 이러한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車 基 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