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생물I·동물·인체/동물의 몸과 계통/동물 분포의 성립/동물의 구계
15세기에 항해기술이 진보됨에 따라 이른바 지리상의 '발견 시대'가 시작되었다. 1492년에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달했고 1498년 바스코 다 가마는 희망봉을 돌아 인도에 도달했다. 계속해서 신천지의 탐험도 이루어졌는데, 1768년부터 1771년 사이에 영국의 제임스 쿡은 배를 타고 세계일주를 했고 1801년부터 1803년 사이에는 프린데르츠가 오스트레일리아를 탐험했다.
이렇게 해서 근대과학의 추진자였던 유럽 사람들 사이에 세계 각지의 생물에 대한 지식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들 지식은 1735년 린네의 <자연의 체계>라는 책으로 출간되어 결실을 보게 되는데, 여기서 분류학이 시작되었다.
한편 다윈은 1831∼1836년의 5년에 걸친 오랜 시일에 걸쳐, 비글 호를 타고 남아메리카를 비롯하여 갈라파고스섬·뉴질랜드·오스트레일리아·태스메이니아에 이르는 지구 남반부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진기한 생물을 세밀히 관찰했다.
특히 남아메리카 대륙의 태평양 연안에 있는 갈라파고스 군도의 생물상이 대륙과 다른 점을 관찰하고 생물 진화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다윈은 또 여러 가지 연구와 체험을 통해 생존경쟁에 의해 자연선택된 개체가 살아남아 자손을 번식시킨다는 '진화설(자연선택설)'을 1859년에 발표된 <종(種)의 기원(起源)>을 통해 주장했다.
또 이 책의 제2장에서는 진화와 관련지어 생물의 '지리적 분포'에 대해 논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세계 각지의 생물에 대한 지식은 진화론과 생물지리학도 발전시키게 된 것이다.
생물지리학이 발전함에 따라, 슬레이터는 새의 분포자료를 토대로 하여 세계를 6개의 구계로 나누었다. 그는 세계에서 생물이 창조되는 중심지가 여러 곳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종의 기원>이 발간되기 2년전인 1857년의 일이었다.
한편 다윈과는 별도로 독립적으로 '생존경쟁설'을 창시한 월리스는, 남아메리카와 말레이 제도를 탐험하고는 포유류의 분포를 토대로 하여 슬레이터의 업적을 더욱 발전시켰다. 그의 저서 <동물의 지리적 분포>가 출간된 것은 1876년이었다. 그 후 구계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으나 그 대부분은 월리스가 제창한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구계의 의의
편집區系-意義
동물의 지리적인 분포가 몇 개의 구계로 나눠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가령 지금 야생동물을 찾아 탐험길에 오른다고 하자. 몇날 며칠이 지나는 동안에 만나는 동물은 별로 다른 것이 없다. 물론 숲을 지나 초원에 이르고 혹은 강이나 호수에 이르면 눈에 띄는 동물의 종류도 달라진다. 그러나 그 중에는 지금까지의 여행 중에 흔히 볼 수 있었던 동물이 섞여 있지만 여행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지역을 벗어났을 때 눈에 띄는 동물의 다수가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월리스는 1856년 여름의 어느 날, 발리섬에서 이웃 섬인 롬보크 섬에 건너갔을 때 만나는 새들의 종류가 다른 것을 보고 놀란 나머지 그 때의 일을 감동적으로 기록하였다.
이것은 같은 구계내에 서식하고 있는 동물상(動物相)의 상대적인 동일성과 구계간의 동물상의 차이점이 세계를 몇 개의 동물구계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었다.
세계의 동물구계
편집世界-動物區系
구계간의 동물상의 차이는 어떤 구계와 구계간에는 큰 차이가 없고, 또 어떤 구계간에는 차이가 현저하다. 이러한 차이의 대소에 따라 동물구를 먼저 북계·신계·남계의 셋으로 나누고 그 각각의 계(界)를 다시 몇 개의 구로 나누는데 이 구를 필요에 따라 아구(亞區)로 세분하기도 한다. 보통 세계는 6개의 동물구로 나눠진다.
북계
편집(1) 구북구(舊北區) ― 구북구는 유라시아 대륙의 히말리야 이북 지역을 가리킨다. 기후는 남쪽 대부분이 온대이며, 식물은 스텝(온대초원)·온대 낙엽수림·침엽수림이 펼쳐져 있고, 그 북쪽은 툰드라로 이어져 있다. 구북구에는 박쥐 외에 28과(科)의 육생 포유류가 분포하고 있다. 이 중 쥐·개 등은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고, 뾰죽뒤쥐·다람쥐·명주쥐·족제비·고양이과는 마다가스카르와 오스트레일리아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구북구의 특징적인 동물은 그 분포지역이 한정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자이안트팬더와 레서팬더를 포함한 미국너구리과의 동물은 주로 이 구북구에 분포한다. 다른 지역으로는 남북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에 미국너구리 등이 있을 뿐이다. 그 밖에 겨울잠쥐·날쥐·바위너구리·말과의 동물은 이디오피아구에만 같은 종류가 있다. 또 두더지·비버·긴꼬리쥐과의 동물은 신북구에 일부 분포하며, 낙타는 근연인 비쿠나와 라마가 남아메리카에 불연속으로 분포해 있다. 소경쥐와 사막겨울잠쥐의 2과(科)는 이 구북구의 특산종이다.
(2) 신북구(新北區) ― 신북구는 북아메리카를 가리킨다. 기후와 식생(植生)은 구북구와 비슷하며, 이곳에는 22과의 육생 포유류가 분포하고 있다. 신북구에는 분포지가 넓은 과의 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고, 많은 과의 동물들이 구북구에도 살고 있어 신북구와 구북구를 합쳐서 전북구(全北區)라 부르기도 한다.
주머니쥐·아르마딜로·나무타기호저·페커리의 종류는 신열대구와 공통인데, 주머니쥐·아르마딜로·나무타기호저는 최근에 남아메리카에서 북상해 온 것이다. 주머니쥐·산비버·가지뿔영양과의 동물이 신북구 고유의 동물이다.
(3) 에티오피아구 ― 에티오피아구는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를 가리킨다. 이 구의 한가운데를 적도가 지나가고 거의가 남북 두 회귀선 안에 들어간다. 박쥐를 제외한 38과의 포유류가 분포되어 있는데 이 중 9과의 동물은 분포지역이 넓고 12과는 이 구에만 있는 동물이다. 기린·하마는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종류이고 관치목(管齒目)에 속하는 10종뿐인 땅돼지류와 식충류인 수달붙이·금두더지·날땃쥐도 이 구의 특산종이다. 설치류에는 비늘꼬리청서 등 6개 과의 동물이 이 구역 고유의 동물이다.
(4) 동양구 ― 동양구는 히말리야 이남의 인도, 동남아시아를 가리킨다. 기후는 거의가 열대이고 박쥐를 제외한 30과의 포유류 중 이 구 고유의 것은 4개과에 불과하다. 즉 가죽날개원숭이·투바이·안경원숭이·가시겨울잠쥐과의 동물이 동양구 고유의 동물이다.
신계
편집(1) 신열대구(新熱帶區) ― 신열대구는 남아메리카와 멕시코의 대부분, 그리고 서인도 제도를 가리킨다. 북부는 열대에 위치하며, 좁고 길다란 남부는 온대까지 걸쳐져 있다. 박쥐류를 제외한 23과의 포유류가 있다. 이 중 7과는 분포지역이 넓은데 비해 16과는 이 구역 고유의 동물이다. 빈치목(貧齒目)인 개미귀신·나무늘보·아르마딜로 등 3과의 분포는 거의 이 구에 한정되어 있다. 유대류인 케노레스테스과는 이 구의 특산종이다. 꼬리말기원숭이·비단털원숭이의 2과도 이 구에서 분화한 것이다. 견치류인 천축쥐류도 이 구에서 다양하게 특수화했는데, 천축쥐를 비롯하여 카피바라·파카라나·파카·친칠라 카프로미스 등이 그것이다. 박쥐류에도 피먹이박쥐를 비롯한 5과는 이 구에만 서식한다.
남계
편집(1) 오스트레일리아구 ― 오스트레일리아·태즈메이나·뉴기니, 여기에다 말레이 제도의 2∼3개 섬을 포함해서 오스트레일리아구가 된다. 이 구는 섬대륙과 섬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구로서, 북부는 열대지만 남으로 내려가면 온대가 된다. 오스트레일리아구에는 박쥐를 제외하고 포유류는 9과뿐이다.
그러나 그 중 8과가 이 구 고유의 과로서, 이러한 특이한 과가 많다는 것이 오스트레일리아구의 특징이다. 유대류인 주머니고양이·주머니두더지·원뱃캥거루붙이·캥거루과의 4과는 모두 고유의 동물이다. 이 밖에 반디쿠트·쿠스쿠스과의 동물 대부분과 단공류인 오리너구리와 가시두더지도 이 구의 고유동물이다.
이들 오스트레일리아구의 동물들은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분포되어 있다.
구계의 경계와 이행대
편집區系―境界―移行帶
이상의 각구는 지역을 경계짓는 하나의 선으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2개의 구가 인접한 지역에는 동물의 군생하는 모습이 조금씩 변해가는 중간지대인 '이행대'가 있어, 한쪽의 동물상(相)의 요소가 차츰 줄어들고 반면 다른 한쪽의 요소가 증가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하라에서는 에티오피아구의 동물상이 구북구의 동물상으로 이행한다. 동아시아에서는 동양구에서 구북구로의 이행을 볼 수 있다. 신북구와 신열대구 사이에는 광범위한 중앙아메리카-멕시코 이행대가 있는데, 여기에는 신북구 요소와 신열대구 요소가 중복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