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문화·민속/한국의 연극/한국의 인형극/한국의 인형극〔서설〕

韓國-人形劇〔序說〕 우리나라에 전해오는 민속인형극(民俗人形劇)으로는 꼭두각시놀음(덜미) 하나밖에 없다. 옛 기록을 찾아보면 그림자 인형놀이를 비롯해 만석중놀이(忘釋僧人形劇)나 장난감 인형놀이(玩具人形劇), 풀각시놀이 등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이제는 모두 인멸되어 볼 수 없게 되었다. 우리 민속극 중에서 유일한 인형극인 꼭두각시놀음이란 그 유래나 내용, 그리고 규모면에서 다른 어떤 나라의 민속인형극에 비하여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것이다. 단지 1900년을 전후로 안으론 조선왕조 봉건지배체제(封建支配體制)의 극대화한 모순과 밖으로는 제국주의 외세(外勢)의 침략으로 인하여 그 자생적(自生的)인 전승력(傳承力)을 박탈당한 채 버려져 있었기 때문에 그 모습이 생소해진 것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명칭에 있어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에 의하여 중요무형문화재(重要無形文化財) 제3호로 지정될 때 '꼭두각시놀음'으로 하였으나 실제 연희자들이나 고로(古老)들은 '덜미'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아마도 이것이 토착적인 명칭이 아닌가 한다. 꼭두각시놀음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1964년 12월 7일인 바, 그 이전까지는 유랑연희집단(流浪演戱集團)인 남사당패(男寺黨牌)들에 의하여 주로 그 명맥을 이어온 것이다. 일정한 주거(住居)가 없이 8도(전국)를 떠돌았던 떠돌이패들에 의한 놀이였기 때문에 그 내용에 있어도 지역성(地域性)이나 행사성(行事性)은 희박하고 다분히 민중취향(民衆趣向)의 내용을 짙게 품고 있다는 것이 이 놀이의 특징이기도 하다. 꼭두각시놀음의 연희조종법(演戱操縱法)은 동양 인형극 계통의 특이한 성격으로 보이는 대잡이(主操縱者)와 산받이(받는 소리꾼, 인형과의 대화자)가 서로 재담(臺詞)을 주고 받으며, 잽이(樂士)의 장단을 타고 극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탈놀음(民俗歌劇舞劇)에서 갖는 '마당굿' 형식의 놀이판(舞臺)과 극술(劇術)을, 인형놀이를 위한 것으로 만든 형태이다. 모든 줄거리는 어느 특정한 작가의 작품이 아닌 민중의지(民衆意志)의 표현으로, 시대 전변(時代轉變)에 따라 그 내용을 민중사(民衆史)의 줄기와 같이 하고 있다. 또한 꼭두각시놀음은 유랑연희집단인 남사당패 놀이의 여섯 종목 중 제일 마지막 순서로서 이들 놀이가 서로 연계성을 가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즉 꼭두각시놀음은 풍물놀이(農樂), 버나(대접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보기(탈놀음) 등의 순서 중 그 끝판에 노는 것이다. 꼭두각시놀음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이 남사당패 놀이 6종목을 계속하여 보는 것이 유익하다. 40여 개의 인형과 10여 개의 소도구에 의하여 2시간 내외의 연희시간을 소요하는 이 인형놀이는 음악(풍물)·묘기(妙技:버나)·체기(體技:살판, 어름)·연극(덧보기) 등의 내용과 성격이 다른 다섯 종목 다음으로 가장 차분한 가운데 많은 뜻을 전하고 있다. 이제 이 하나밖에 없는 민속인형극 꼭두각시놀음 역시 자칫 인멸되어 버리거나, 고전극화(古典劇化)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꼭두각시놀음은 민중의지를 통한 자생적인 전승력에 의하여 끝내 민속극의 범주를 벗어남이 없이 전승되어야 할 귀중한 우리들의 재산이기에 결코 인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민속인형극을 감상하고 연구하는 데는 중국·일본 및 동남아 여러 나라의 민속인형극들을 비교·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데, 이는 그 유입과정을 알려주고 또 하나의 문화권을 이해함에도 뜻을 갖는다. 그동안 우리 민속인형극이 대다수 민중과의 관계를 제한받거나 차단된 채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음은 앞에서도 지적한 바 있거니와, 이제라도 이것이 민중의지의 소산으로 다시 승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 놀이의 연희자로서의 수련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서 전공자에 의하여 그 조종법이 전수되어야 할 것이고 또 잽이(樂士)들의 장단에 있어서도 전공자의 출현이 요망된다. 다행히 전 남사당패 출신인 남형우(南亨祐)와 양도일(梁道一) 등 두 노인이 10여명의 전수생을 지도하고 있음은 믿음직한 일이라 하겠다. 1964년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에서는 남형우(南亨祐)·양도일(梁道一)·송창선(宋昌善)을 인간문화재로 지정·위촉하였다. 이 밖에도 인간문화재로 위촉되지 않은 기능보유자로 최은창(崔殷昌)·지수문(池秀文)·이돌천(李乭千) 등이 있어, 이들을 통해 꼭두각시놀음을 전승시켜야 할 일이 우리들의 중요과제라고 하겠다. <沈 雨 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