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문화·민속/세계의 연극/서양의 고전극/서양의 고전극〔서설〕
西洋-古典劇〔序說〕 대체로 고전의 일반요소는 '영원한 것', '보편적 인간성', '지속적 가치', '절도(節度)와 조화', '고귀한 정신의 미(美)' 등에서 발견하는 것이 통례이다. 즉 변천하는 역사 속에서도 불변의 가치를 지속하는 작품이 고전인 것이며, 시대의 흐름에 여과(濾過)되고도 그 가치를 잃지 않는 이끼 낀 재보(財寶)가 고전이다. 서양연극사의 시대구분을 보면, 고대극·중세극·근세극·근대극·현대극으로 세분하기도 하고, 고전극·근대극·현대극으로 대별(大別)하기도 한다. 후자는 고전극과 근대극을 뚜렷이 대구별하는 구분법이다. 근대극의 '근대'는 'moderne'의 역어(譯語)로서, 'moderne'이라는 말에는 '신시대'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연극사를 고전극·현대극으로 2분하는 경우 근대극은 현대극에 포괄되어야 할 것 같지만, 19세기 후반으로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자연주의를 핵(核)으로 하였던 근대극도 이제는 이미 이끼가 끼었음에 틀림이 없다. 그리고 그것은 반(反)리얼·실존·부조리·반(反)연극의 현대극과는 뚜렷이 구별되어야 하겠기에 여기서는 근대극도 고전극으로 본다. 연극을 인간활동과의 관계에서 보면 비극의 형(型)에는 운명비극·성격비극·환경비극의 세 가지가 있다. 운명비극은 주인공인 신(神)과, 성격비극의 주인공인 자신과, 환경비극은 주인공이 환경과 대결하는 비극이다. 운명비극은 그리스극이 대표하고, 성격비극은 근대극이 개발하였으며, 환경비극은 근대극의 특징이다. 그리스의 비극은 거의 모두 주인공이 신과 대결하는 운명비극이지만, 극시인에 따라 각각 특색이 나타나 있다. 아이스킬로스는 신을 그렸고, 소포클레스는 인간의 형체를 가진 이상(理想)을 그렸고, 에우리피데스는 진실의 인간을 그렸다. 그리스극이 비극 우위(優位)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로마극은 희극 우위였다. 그러므로 세네카의 비극작품은 상연할 기회도 못가졌고, 플라우투스나 테렌티우스의 희극이 판을 쳤다. 그러나 이 두 희극작가의 작품도 대개가 그리스의 희극시인 아리스토파네스나 메난드로스의 작품의 번역 내지 번안에 불과한 것이어서 높이 평가할 것이 못된다. 다만 로마극은 그리스의 고전을 르네상스기에 되살려주는 교량적(橋梁的)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근세 최대의 희극 작가 몰리에르가 로마희극에 힘입은 바 많았음도 사실이다. 중세에 들어서면서 그리스·로마의 전통연극은 일단 중지되고 이른바 암흑시대를 이루지만, 여기에 세 가지의 새로운 연극형태, 즉 성사극(聖史劇)·소극(笑劇)·도덕극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것들은 르네상스기에 이르러 그 전통이 끊어지고, 소극만이 오늘날에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중세의 암흑을 뚫고 근세의 여명(黎明)을 재촉하는 르네상스운동이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프랑스·스페인 등 로망계(Roman系)는 물론이요 인접한 여러 나라에도 파급되어 15세기 후반에서 17세기 말에 이르는 2세기 반 동안은 유럽 전체에 문예부흥·종교개혁·인문주의의 풍조로 인한 변혁과 격동의 시기를 초래하였다. 이것이 유럽의 역사상 유례없는 전환기인 르네상스시대이다. 연극사로 보면 영국의 엘리자베스 왕조 연극의 현란한 폭발과 셰익스피어의 출현, 베가·몰리나·칼데론 등으로 '황금세기'를 이룩한 에스파냐의 연극, 코르네유·라신·몰리에르를 배출한 17세기 프랑스의 연극이 거의 때를 같이하여 성관(盛觀)을 이룬 시기이다. 30년전쟁의 후유(後遺)로 다른 나라에 비하여 약 1세기 늦어진 독일에 있어서 진정한 인문주의운동은 괴테와 실러에 의해 전개되었다. 유럽에 있어서 18세기는 영국의 명예혁명에 이어 프랑스의 대혁명이 성공하여, 신흥 시민계급이 귀족계급에 대체하여 정치·경제의 전면에 진출한 세기이다. 시민계급이 경제사회와 정치분야에서 점차 중요성을 띠게 됨에 따라서, 의식·무의식간에 연극의 주인공으로 시민이 등장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리하여 18세기의 연극사에 있어서 주되는 사건은 시민극의 탄생이다. 시민극의 특징은 종래의 운문(韻文)에 대신하여 산문으로 쓰여진 것, 그리고 주인공은 언제나 중산계급의 소시민인 것 등이다. 19세기 초에 대두한 낭만주의 연극은 고전주의 연극에 대한 일종의 반동이라고 하겠다. 그들의 특징은 형식과 질서에 구애되지 않은 자유로운 삶의 무한한 유동에 맡겨 분방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있을 수 있는 가능의 세계에까지 상상력을 확대해 가는 것이다. 그러나 낭만주의 연극은 19세기 후반에 들어와서는 현실적·사실적인 자연주의의 기치를 들고 대두한 근대극운동에 의하여 자연 쇠퇴하고 말았다. 근대극은 한마디로 말하면 인간이 환경과 대결한 비극이다. 19세기 후반 유럽의 사회환경은 자본주의의 성숙에 따라 세기말적(世紀末的)인 경향이 짙어가고, 사회의 불안과 인간의 불행이 오로지 이 환경의 부조리에서 온다는 점에 착안하여 거기 숨은 문제점들을 파헤쳐내자는 것이 근대극의 초점이었다. 돌이켜 보면 서양의 고전연극은 시대를 따라 내용과 형식에 다름은 있으나, 한결같이 인간성의 영원한 체계를 추출(抽出)하려는 작업에 이바지한 문화재들이다. <徐 恒 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