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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근대 종교사상〔槪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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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현실의 정치·경제·윤리 등의 규칙에 의해서는 인간관계, 사회제도가 처리되지 않는 긴장과 불안이 사회에 발생했을 때 뚜렷이 전개된다. 그 전개에 두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외래종교가 새로 들어와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종교가치를 주어 방향전환을 시키고, 또 하나는 새로운 종교가 충분히 전개되지 않을 때, 옛 종교가 신앙상 간단하나 행위상으로 강력한 형태에로 탈바꿈하는 방향을 취하는 형태이다. 위의 두 형태 중 하나는 전래된 유·불·선(儒佛仙) 3교와 18세기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그리스도교의 동양전교(東洋傳敎)이고, 다른 하나는 소위 신흥종교(新興宗敎)이다. 1876년 문호개방(門戶開放)시에는 전통적인 유교가 아직 절대적인 세력을 갖고 있었고, 이미 지하포교(地下布敎)로 전파되기 시작한 천주교(天主敎)가 박해 속에서도 번지고 있었으며, 영남지방에서 시작된 최제우(崔濟愚)의 동학이 3남 일대의 하층민 사이에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밖에 불교·선교 등은 일정한 교단을 유지하지 못하고 서민들 속에 생활관념으로 산재해 있을 뿐이었다. 이와 같이 유교·천주교·동학의 세 종교가 병립한 가운데 문호개방에 따라 개신교(改新敎)의 여러 교파(장로교·감리교·침례교·안식교·성결교)가 잇달아 들어왔다. 이들 개신교가 전한 신앙은 미국의 청교주의(淸敎主義, Puritanism)와 근본주의(根本主義, Fundamentalism)인데 사대부층(士大夫層)과의 충돌없이 주로 노동자층과 가정주부층에 전달되었다. 청교사상은 음주(飮酒), 거짓말, 도둑질, 잡기(雜技), 간음(姦淫) 등의 악습제거를 성스러운 것으로 알고 산업에 근면하고 생활개선에 힘쓰되 절약할 것을 권장했다. 한편 근본주의 사상은 천당(天堂)·지옥(地獄)을 가르치고, 사신우상(邪神偶像)숭배와 조상숭배의 폐지와 주일(主日)을 거룩하게 지킬 것을 강조하였다. 이에 대하여 유교는 실학(實學)으로 기울어져 가면서도 서교(西敎)와 더불어 전래한 근대사상 즉 중농(重農), 중상(重商), 자연법(自然法) 등의 사회사상의 논거를 서양학자가 아닌 중국의 상앙·사마천(司馬遷)·묵자(墨子) 등에게서 찾는 방향을 취하였다. 정치는 어디까지나 예(禮)를 기초로 한 것이다. 예는 사회를 규제하는 종합된 힘을 의미하였고, 예에는 종교적 의례(儀禮)와 인륜적 질서로서의 예제(禮制)가 있었다. 유교는 윤리와 정치, 수기(修己)와 치인(治人)을 언제나 불가분리의 관계로 묶어 두었다. 사회질서의 유지는 성심(誠心)에 있었다. 유교는 동학에게는 선천(先天)의 것으로 이미 그 운이 다한 것으로 보였으나 서교가 들어왔을 때는 오히려 중국적인 한민사상(韓民思想)을 고수하는 역할을 하였다. 한편 전통적인 유·불·선 3교를 종합하여 신종교로 출발한 동학은 유교 등 동양의 기성종교를 비판하고, 서교를 배척하면서 혁명적인 종교사상으로 발전해 갔다. 특히 최제우를 계승한 2세 교주 최시형(崔時亨)은 교단조직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면서 사인여천(事人如天), 제폭구민(除暴救民), 척양척왜(斥洋斥倭), 보국안민(輔國安民), 후천개벽(後天開闢) 등을 요체(要諦)로 한 교리의 체계를 세웠고, 마침내는 그의 제자들에 의해 1894년에 혁명이 일어나게 하였지만 외세(外勢)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때를 전후하여 청림교(靑林敎)와 오늘날의 대종교(大倧敎)의 전신(前身)인 천신교(天神敎 혹은 檀君敎)가 새로 생겼다. 전자는 도(道)를 내세워 최제우의 '무극대도(無極大道)'를 인간계에 선포하여 미래의 전도를 광벽(光闢)하는 길이요, 유·불·선의 기초원리이며, 만화귀일(萬化歸一)케 하는 본질이라고 하였다. 이 광벽(光闢)은 동학의 개벽사상과 통하는 것으로 새 시대가 도래한다는 혁명사상이다. 한편 천신교에서는 천조신(天祖神)의 묵계를 받은 교주 홍암대종사(弘巖大宗師) 나철(羅喆)이 천신 혹은 한얼의 큰 도를 폈다고 하는바 그 종지(宗旨)는 (1) 한얼을 존경하여 받들고, (2) 정성으로 성품을 닦으며, (3) 사상으로 겨레를 합쳐, (4) 고요함으로 행복을 구하고, (5) 근면으로 살림에 힘쓰라는 것 등이다. 이 한얼도는 일제치하에서 박해를 받아 만주로 이전하여 교포들 간에 애국적인 민족종교로 신봉되었다. 또 때를 같이 하여 호서인(湖西人) 김항(金恒)은 동학사상이 제창된 지 20년 후에 <정역(正易)>을 저술하고, 1892년부터 6년 동안 정역개벽(正易開闢) 사상을 전하였다. 이 사상은 천지일월(天地日月)이 합덕(合德)·동궁(同宮) 또는 합도(合道)·동도(同度)되어 음과 양이 완전히 조화일치된 이상세계를 직감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이와 같이 한얼 사상은 민족의 국조신앙(國祖信仰)에 기초를 두고 애합민족(愛合民族) 사상을 제창하여 민족단결에 힘을 모았으며, 정역개벽 사상은 새 세계의 전개라는 소망에 중점을 두었다. 국운을 삼킨 한일합방(韓日合邦)을 전후한 시기에서 민족종교 사상의 대표적인 것은 동학사상을 계승한 천도교(天道敎)의 인내천(人乃天)이라는 사상과, 증산교(甑山敎)의 공사(公事) 사상이었다. 전자는 동학사상을 그대로 계승하여 손병희(孫秉熙)가 발전시킨 것이니 인내천(人乃天)은 동학의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 '천심즉인심(天心卽人心)'과 통하는 것이었다. 강일순(姜一淳)이 개교(開敎)한 증산교 혹은 흠치교는 신명계(神明界)와 인간계(人間界)를 구별하고 신명계의 정황(情況)이 그대로 인간계에 반영되니 먼저 신명계의 불안을 해소하는 공사(公事)를 이루어 놓아야 인간계가 평안하다고 한다. 이상이 동학혁명 전후부터 한일합방 전후에 이르는 동안에 흐른 주된 종교사상이다. 이들 민족적 종교는 정치종교적인 창교자(創敎者)에 의해서 인도되었고, 서교(西敎) 문물이 억수같이 밀려들어 전통사상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외세(外勢)에 국세(國勢)가 몰려 나라와 겨레를 잃기 시작할 때에 개인의 인격변환을 요구하고, 대동단결을 호소하였고, 존조(尊祖)에 대한 숭경심(崇敬心)의 부활을 간구하였다. 이에 맞선 것이 지상과 인간과 아주 단절된 초월적·절대적인 유일신(唯一神)을 주장하는 구미의 종교사상이었다.

청교사상의 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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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敎思想-傳來

기독교 신교의 일파인 청교(淸敎, Puritanism)의 사상은 철저한 금욕주의(禁慾主義)로 19세기 말에 미국 선교사들에 의하여 우리나라 서북부에서부터 전파되기 시작하였는데 주로 노동자·가정·주부들 사이에 신앙되었다. 한국에 와서도 그들은 역시 음주·거짓말·도둑질·잡기·간음 등의 악습제거, 산업에의 근면과 생활개선, 절약 등을 강조하였다.

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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羅喆 (1863∼1916)

대종교의 교조. 호는 홍암(弘巖), 아명은 인영(寅永) 을사조약(乙巳條約) 때 대신을 저격한 죄로 지도(智島)에 유배되었다가 돌아와서 1909년 1월 15일(重光節)에 서울에서 포교(布敎)를 시작하고, 1916년 구월산(九月山) 3성사(三聖祠)에서 일본의 폭정을 통분하여 동포에게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였다. 저서에 <삼일신고(三一神誥)> <신단실기(神壇實記)>가 있어 대종교의 경전으로 되어 있다.

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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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恒 (1826∼1898)

정역교(正易敎)의 교주. 1885년 부터 정역개벽사상을 핵심으로 한 일월개벽(日月開闢), 인간개벽(人間開闢)을 주장하여 계룡산 국사봉(國師峯) 밑 정사집단(精舍集團)에서부터 교세를 확장, 호서·호남 일대에 전파시켰다. 그의 정역(正易)사상에 의하면 우주에는 생장기(生長期)와 성수기(成遂期)가 있는데, 생장기는 초초지역(初初之易)에 따라서, 성수기는 내래지역(來來之易)에 따라서 움직인다. 전자의 역(易)은 다만 만물이 성장할 때에 적응되는 원리이고, 후자의 역은 성수할 때에 필요한 원리인데, 전자가 선천기(先天期)의 원리이고, 후자는 후천기(後天期)의 원리이다. 지금까지는 일월이 운행하는 천지도수(天地度數)에 따라 만물이 성장하였는데, 그 도수가 다 되어서 이후부터는 정력도수(正歷度數)에 따라 만물이 결실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서 과거는 지나고 새 세계가 온다는 것이다. 이 새 시대에서는 전단계와 달리 인간이 인간의 본질인 신명성(神明性)을 계발함으로써 인간이 완성되고 신인일여(神人一如)의 세계는 열린다. 이때 천지의 마음과 인간의 마음이 완전히 일여(一如)가 되어 세계는 천국이 된다고 한다.

강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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姜一淳 (1871∼1909)

증산교의 시조. 호는 증산. 전북 정읍 출신. 24세에 동학을 공부, 입교치는 않고 유·불·선을 연구하여 새 종교를 열었다. 그는 스스로 구천상제(九天上帝)에서 인간세상에 내려온 몸으로 개벽하여 지상선계(地上仙界)를 열고 중생을 건지는 천지공사(天地公事)를 한다고 하고, 둔갑술·주문·예언 등을 내세웠다. 그의 '공사'사상은 타인에게 던진 원한을 풀어준다는 민속적 인심을 토대로 하여 선행자(先行者)에 대한 보은(報恩)과 상호부조, 대동단결을 고취한 것으로 생각된다. 선행자와 현유자(現有者) 사이에 막혀 있는 것을 허물어뜨리는 것을 신명공사(神明公事)라고 하고, 다른 하나의 공사는 세운공사(世運公事)라고 한다. 현세계의 혼란은 신명계의 그것에 기인하는데, 현대국가가 서로 싸우는 것은 신명계에 있는 지방신(地方神)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다른 신명의 지역에 침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명들은 제각기 제자리에 재배치하여 각 지방신을 조정·통일시킨다는 것이 세운공사이다. 서구인의 동진(東進)을 일본인에게 맡기고, 한국의 신명을 서양에 보내서 세계대전을 일으켜 서양의 세력을 꺾고, 또 러·일전쟁을 일으켜 한국의 안보를 지켰다는 것이다. 이리하여 한국은 상등국으로 전진한다. 그리고 유·불·선·서도(西道) 등 모든 선천시기의 문화정수(文化精髓)를 뽑아 통일하여 후천시기의 기초로 마련하는 공사를 마련한 자가 바로 강일순 자신이라고 하였으니, 이것을 교운공사(敎運公事)라고 한다. 그는 또 선천시의 윤리도덕을 바로잡고 심신 수련을 통해 사람을 지상선인으로 만드는 인도공사(人道公事)에 착수하였는데, 그 공사의 강령은 신화도통(神化道通)·해원보은(解寃報恩)·인자상생(仁慈相生)·정륜명덕(正倫明德)·일심성경신(一心誠敬信)이고 인간존중이다. 그런데 이 강령의 준수보다는 주축(呪祝)이란 수련과 수련공부를 통해서 신화 도통하는 데 의례의 중점을 둔다. 인간이 신화도통하면 병겁(病劫)도 사라지고 재액도 제거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