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가을
가을은 모든 것을 또렷이 그린다
세상 없어도 수묵[水墨]을 쓰지 않어 !
행여나 퍼질까봐 번—질까봐
가늘게 가늘게 실보다 더 가늘게
군 점 군 혹 군 티 하나 있을사라
맑고 깨끗이만 그린다—그 에췽바늘
로 !
지붕과 추녀끝도 더 상큼히 그리지만
가뜩이 또렷한 산모롱이에 손을 더 대 !
그리곤 뒤하늘과 맞달까 보아
사이를 떼이노라 빛의 선을 두르나니
무릉도[武陵圖] 그린 안견[安堅]이나 그
솜씨 따를까
사람의 손끝으론 그 치밀[緻密] 못 좇으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