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비상사태 선언에 즈음한 특별 담화문
국가 비상사태 선언에 즈음한 특별 담화문 | ||
제7대 대통령 박정희 | 10·17 대통령 특별 선언 |
유신체제를 위한 국가 비상사태 선언에 대한 담화문 | 1971년 12월 6일 월요일 |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나는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자유를 수호할 대통령의 책임으로서, 최근의 국제 정세와 북괴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 검토, 평가한 결과, 지금 우리 대한 민국의 안전 보장은 중대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판단되어, 오늘 전국민에게 이를 알리는 국가 비상 사태를 선언하였읍니다.
최근 급변하는 국제 정세는 우리의 안전 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읍니다.
국제 사회의 일반적인 조류는 확실히 대결에서 협상으로, 이른바 평화 지향적인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하겠읍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책 전쟁의 교착 상태하에서 강대국들이 주도하려는 현상 유지의 한 양상일 뿐, 우리 한반도의 정세는 결코 이러한 흐름과 병행하여 발전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한반도의 국지적 사정은 핵의 교착 상태로 인해, 강대국들의 행동이 제약받게 되는 일반적 경향을 역이용하여, 침략적인 책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북괴의 적화 통일 야욕 때문에,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똑똑히 인식해야 하겠읍니다.
지구의 한 모퉁이에 있는 이 한반도의 국지적인 긴장은 현상 유지라는 열강 위주의 차원에서 볼 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국지적인 긴장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민족일진대, 이 국지적 긴장은 곧 우리들의 사활을 가름하는 초중대사라고 아니할 수 없읍니다.
우리 민족에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비극의 6.25 동란 때, 북괴를 도와서 남침에 가담하였던 중공, 그 중공이 이제는 유우엔에 들어가서 안보 이사국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앞으로 유우엔에서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지만, 지난 번 중공 대표가 유우엔에서 한 첫 연설에는 우리가 그냥 넘길 수는 없는 여러 가지 대목들이 들어 있었던 것을 알고 있읍니다.
대한 민국 정부가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유우엔 결의나, 북괴와 중공을 침략자로 규정한 유우엔으로부터 수호하기 위하여 결의로써 창설된 유우엔군이나. 국제 연합 한국 통일 위원단도 당장 해체하라는 등, 북괴가 늘 주장하던 것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앞으로 우리의 안보상에는 중대한 시련을 예측해야 할 것입니다.
또, 우리 우방 미국의 사정을 살펴볼 때, 미국도 우리가 언제까지나 우리의 안보를 종전과 같이 의지하거나 부탁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에 있는 것입니다.
미국 의회에서 의원 법안을 둘러싸고 거듭된 논란은 수원 국가들의 자주 안보를 촉구하는 신호라 아니할 수 없으며, 주한 미군의 추가 감군 문제도 이미 논의중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접 우방 일본도 중공 및 북괴와의 접촉을 더욱 잦게 하기 시작했으며, 아시아에서의 공산주의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 하는 것은 경험해 본 우리들이 아니고서는 역시 실감 있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국제 정세의 변동에 더하여 북괴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볼 때, 우리의 국가 안보는 실로 중대한 차원에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북괴는 『김 일성 유일 사상』의 광신적인 독재 체제를 구축하여, 북한 전역을 요새 병영화하고, 전쟁 무기의 양산에 광분하고 있읍니다.
또, 50만의 현역군 외에도 즉각 전쟁에 동원할 수 있는 150만의 노농 적위대와 70만의 붉은 청년 근위대를 만들어, 현역군 못지 않은 장비와 훈련으로써 남침 준비를 끝내고 있으며, 이들의 노농 적위대는 연간 500시간 이상의 군사 훈련을 의무적으로 받고 있읍니다.
또한, 그들은 나어린 중학생과 심지어는 나약한 부녀자 및 노인들에게까지도 사격 훈련을 강요하고 있읍니다.
한편, 북괴는 우리 대한 적십자사가 제의한 『남북 가족 찾기 운동』에 응해 오면서, 한쪽에서는 회담이 진행중인데도 한쪽으로는 무장 간첩의 침투를 더욱 격화하고 있으며, 그 방법도 또한 전에 없이 더 악독해지고 있읍니다.
국민 여러분!
이렇듯 외부로부터의 위협이 절박한 이때, 과연 우리의 내부 사정은 어떠한지 냉엄하게 살펴봅시다.
향토 예비군이나 대학 군사 훈련마저도 그 시비가 분분할 뿐 아니라, 진정으로 국가를 위하는 안보론 보다는 당리 당락이나 선거 전략을 위한 무책임한 안보론으로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으며, 또한 혹세 무민의 일부 지식인들은 언론 자유를 빙자하여 무책임한 안보론을 분별없이 들고 나와, 민심을 더욱 혼란케 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입니다.
이와 같은 무절제하고 무궤도한 안보 논의는 국민의 사기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국민의 단결과 국론의 통일을 저해하고, 나아가서는 국가 안보에도 크게 유해로운 결과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백리 북쪽에 공산 마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태평 무우드에 젖어 있는 오늘의 우리 사회의 단면을 눈여겨 볼 때, 나는 6, 25사변의 전야를 회상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6, 25의 쓰라린 경험을 벌써 잊어버린 국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설마설마 하다가 당한 6, 25의 그날을 되새겨 볼 때, 오늘의 해빙이니 평화 무으드니 하는 이들 유행어는, 다시 우리에게 설마설마 하는 소리의 고개를 쳐들게 하지 않을까 나는 심히 걱정하는 바입니다
국민 여러분!
나는 우리의 자유 민주 체제가 공산 독재 체제보다는 훨씬 우월하고 더 능률적인 제도라는 신념을 갖고 있읍니다.
또, 공산 체제에 대응할 최선의 체제가 바로 민주 체제임을 나는 굳게 믿고 있읍니다.
그러나, 오늘의 이 비상 사태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현 평화 체제에는 적지 않은 취약점을 내포하고 있읍니다.
민주주의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라면, 이 소중한 것을 강탈하거나 말살하려는 자가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입니까,
침략자의 총칼을 『자유』와 『평화』의 구호만으로 막아낼 수 없는 것입니다.
이것을 수호하기 위하여는 응분의 희생과 대가를 지불하여야 합니다.
필요할 때는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자유의 일부마저도 스스로 유보하고, 이에 대처처 나가야겠다는 굳은 결의가 있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러한 급박한 정세를 예의 검토하고 심사 숙고를 거듭한 끝에, 우리의 국가 안보와 우리의 생명인 민주주의의 영구 보전을 위하여, 나는 오늘 국가 비상 사태를 선언하여, 이 비상 사태를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과 정부가 함께 걱정하고 함께 노력하여, 혼연일체의 태세로써 이 시상 사태를 극복해 나가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였읍니다.
대통령이 직책 중에 무엇보다도 우선 해야 할 일이 곧 국가의 안전 보장인 것입니다. 이책임은 누구에게도 위임할 수 없으며, 전가할 수도 없읍니다.
따라서, 국가 안보상 위험도의 측정은 전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의무인 것입니다. 또한, 위험도 측정에 따라 조치를 적시에 강구하여야 할 책임도 바로 나의 안보상의 일차적 책임인 것입니다.
우리가 사태를 정확히 직시할 줄 알고, 또 이를 인식한 줄 안다면, 우리는 능히 뭉쳐서 어떠한 난국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국민임을 나는 자부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로써 우리의 안보 태세 확립 촉진에 다 같이 이바지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하며, 우리 다 간이 이 율곡 선생의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그때 우리 조상들의 과오나 다시 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합시다.
그리하여, 우리 다 함께 뭉쳐, 이 비상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갑시다.
1971년 12월 6일 대통령 박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