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비오 9세가 조선 교우들에게 보낸 친서


나의 사랑하는 아들들에게 강복하노라.

새해가 복되게 시작되어 전교의 자유가 있게 되기를 바랐으나 뜻밖에 박해가 소나기처럼 닥쳐와 마치 산돼지가 우리의 포도나무 덩굴을 밟고 뒤집어 열매를 다시 맺지 못하게 함과 같게 되었도다.

이 일을 짐이 들으니 눈물이 흐르며 마음이 슬퍼지는 도다.

주교와 신부들의 순교함과 목숨을 잃은 아들들의 순교함과 온갖 고난을 받으면서 목숨을 내걸고 의지할 곳 없이 숨어 다니며 감옥에 갇혀 죽은 피로 물들임을 생각하니 천주께서 주신 거룩한 신덕으로써만이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이겨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노라.

조선 교우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굳센 마음으로 헛된 세상을 버리고 목숨까지 바친다는 소리를 듣고 진심으로 그 정신을 찬양하노라.

이 성교회 속에서 순교의 영광이 일어나고, 순교자의 피에서 더욱 많은 열매가 맺어지기를 바라노라.

교우들아!

너희들은 우리 주 예수님과 그분의 제자들의 동지가 되고 싶지 않느냐?

우리는 십자가로서 세상을 이기신 천주의 아들이 아니냐!

모든 나라에서 성교회를 피로써 증명한 이의 아들이 아니냐!

저들과 같이 고난을 참아 받고 우리 주 예수님을 위하여 이러한 고통을 참고 받아야 천국의 복락을 바랄 수 있노라.

사랑하는 제자들아!

걱정하지 말고 눈물을 거두어라.

우리 주 예수님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사 먼저 생명을 주시고 또 너희와 결합하여 계시며 너희도 같이 생명을 바쳤으니 기쁜 일이 아니냐!

세상을 위함이 아니요, 천국을 위해서 우리는 이 세상에 났음을 잊지 말고, 순교자들을 위해서 예비된 천국의 높은 자리를 바라볼지니라.

세상에서 받는 작은 고통이 영원한 영광을 가져다 주노라.

짐은 조선과 멀리 떨어져 있으나 기도로서 도와줄 것이다.

우리의 기도가 부족할지라도 우리 모두의 기도가 합쳐지면 효과를 낼 것이다.

목자가 없으면 마치 흩어진 양과 같을 것이니 많은 위험을 면하기 위하여 아무쪼록 이전에 순교한 주교와 신부들처럼 열심과 덕이 있는 신부를 보내겠노라.

천주님께서 너희를 어여삐 보사 이와 같이 시험하셨느니 이 시험을 잘 참고 받아 조선의 평안과 이후에 더 많은 공로를 주시기를 날마다 기구하며 짐이 너희를 사랑하는 증거로 모든 조선 교우들에게 천주님의 강복을 보내노라.


교황 즉위 21년 1866년 12월 19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 비오 9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