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희야! 너는 갔구나.
엄마가 뉜지 아빠가 뉜지
너는 모르고 어디로 갔구나.

불쌍한 어미를 가졌기 때문에
가난한 아비를 두었기 때문에
오자마자 네가 갔구나.

달보다 잘 났던 우리 웅희야
부처님보다도 착하던 웅희야
너를 언제나 안아나 줄꼬.

그러께 팔월에 네가 간 뒤
그 해 시월에 내가 갇히어
네 어미 간장을 태웠더니라.

지나간 오월에 너를 업고서
네 어미가 정신도 못차린 첫 칠날
네 아비는 또다시 갇히었더니라.

그런 뒤 오온 한 해도 못 되어
갖은 꿈 온갖 힘 다 쓰려던
이 아비를 바리고 너는 갔구나.

불쌍한 속에서 네가 태어나
불쌍한 한숨에 휩쌔고 말 것
어미 아비 두 가슴에 못이 박힌다.

말 못하던 너일망장 잘 웃기 따에
장차는 어려움없이 잘 지내다가
사내답게 한평생을 마칠 줄 알았지.

귀여운 네 발에 흙도 못 묻혀
몹쓸 이런 변이 우리에게 온 것
아, 마른 하늘 벼락에다 어이 견주라.

너를 위해 얽던 꿈 어디 쓰고
네게만 쏟던 사랑 어디 줄꼬.
웅희야, 제발 다시 숨쉬어 다오.

하루 해를 네 곁에서 못 지내 본 것
한 가지도 속시원히 못해 준 것
감옥방 판자벽이 얼마나 울었던지

웅희야! 너는 갔구나
웃지도 울지도 꼼짝도 않고.

불쌍한 선물로 설움을 끼고[1]
가난한 선물로 몹쓸 병 안고
오자마자 네가 갔구나.

하늘보다 더 미덥던 우리 웅희야
이 세상엔 하나밖에 없던 웅희야
너를 언제나 안아나 줄고 ――

주석 편집

  1. 뒤의 2연은 후에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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