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화야, 저녁 먹엇니?』

얼골이 동그스럼하고 몸매가 호리호리한 매우 귀엽게 생 처녀 하나이 지화네 집 벆문 밖에까지 와서 소리첫다 명주실 같이 가늘고도 탄력 잇는 그 목소리는 생김생김보다도 더 귀여웟다.

『아이구만이, 벌서 왓구나!』

벆문이 가만이 열리며 밖에 섯는 처녀와 년갑 되여 보이는 소녀가 말햇다 그의 두리두리한 눈과 긴—살 눈섭은 얼른 보아도 그 성격이 퍽 인정 깊을 것 같다.

『저녁 먹엇거든 가자꾸나!』

『글세……………………』

『글세라니………… 오날 저녁에는 꼭 같이 가려고 일부러 왓는데…… 우물쭈물 하지 말고 어서 가자』

이때, 얼골에 잔주름이 잡힌 부인이 지화의 억개 넘어로 밖을 내어다 보며 말햇다. 그는 지화의 어머니다.

『난 거 누군가 햇드니 중일이가 왔구나! 우리 지화도 가겟다고 하기는 하지마는 옷이 잇서야지 입은 것은 이렇게 굴뚝에 드나드는 사람의 옷 모양이 되고…… 이것 말고는 지난 봄에 다 떨어진 저의 오라비의 두루맥이를 뜯어서 다시 지은 검은 저고리 하나밖에 없으니 그래서 몇 날 전붙어 밤마다 너와 같이 단겻으면 좋기는 좋겟지만 그걸 입고는 사람이 많이 모히는 곧에 숭해서 못 가겟다고 걱정이란다 돈 안받고 글 가르처 주신다는데 가고 싶기야 웨 안 가고 싶겟니? 남들은 월사금 내고도 학교에 보내는데………….』

『이이구, 원, 참, 별말슴을 다 하시는구로! 아모런 옷이면 어떠해요 야학은 밥없고 옷없고 불상한 농민과 농민의 아들딸의 지식을 열어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선생님이 말슴하시는데』

이 동리에도 지난 가을에 농민사가 조직되엿고 그 뒤 얼마를 안 지나서 야학을 시작하야 겨울을 지나 일은 봄까지 계속 하엿으며 금년에도 지난 구월 보름에 또 시작햇는데 처음붙어 야학에 단겨서 이제는 대중독본 이 권을 반남아 읽는 중일이는 여남은 촌처녀들보다 아는 것도 많고 활발하기도 하려니와 말도 잘 햇다 지화는 어머니가 동무에게 옷없는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러워서 얼골을 붉히며 고개를 숙으렷다.

『조희는 조금 잇지만 연필도 없고…………』

지화의 어머니는 또 걱정을 한다.

『그것은 념녀 마세요 내 것 좀 나누어 쓰지요 지화야 얼는 가자!』

중일이는 또 재촉햇다.

『설거질 마자 하고……………….』

지화는 모기 소리만하게 대답햇다.

이리 하야 지화는 중일이를 팔아 야학 장소인 ××동 농민사 리사장의 집으로 갓다.

× ×

야학 장소는 상당히 넓은 집이엿다 웃목에는 남자들이 십여 인이 모여 앉고 아릇목에는 녀자들 칠팔인이 뫃어 앉엇다 늙은이 젊은이 어린이 나희로 보아도 가지각색이엿다.

지화는 생후에 처음으로 글을 배우게 되엿다 ㅏㅑㅓㅕ 등 홀소리 열 자엿다 글을 배울 때에도 처음이 되여 어색하기도 하고 머리가 수선하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엇스며 그런 우에 남들의 눈이 모다 제가 입은 검은 저고리 그것도 색이 날라서 부—여케 된 데다가 누덕누덕 깁기까지 한 저고리만 보히고 다들 속으로 비웃는 것 같아서 얼골이 확근확근하야 머리를 들 수가 없고 입이 떨어지지 않앗다 여러 가지 과목을 배훈 뒤에 김선생은 이런 말을 햇다.

『앗가 공문을 보신 이도 잇지만 못보신 이도 잇기에 다시 한 번 읽겟습니다………………. 이런 공문이 왓습니다 여러분이 다— 아시는 바와 같이 돈 없고 권세 없고 지식 없는 농민은 서로서로 굳게 엉키여 약한 힘을 모아 큰 힘을 지여 가지고 경제 운동으로는 공생조합을 맨들어 우리들 농민이 물건을 팔고 살 때에 중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먹던 리익을 빼앗기지 않게 하며 채금 정리 조합을 맨들어 빗을 갚게 하며 교양 운동으로는 농민 세상 농민 잡지 등을 다달이 간행하고 혹은 강연회라든가 농민강좌를 열고 또 농한긔에는 이렇게 야학을 해서 다만 조곰식이라도 지식을 넓히며 나아가서는 농민으로 하여금 알 것을 알게 하고 깨달을 것을 깨닷게 하야 조선 전체의 운동 선상에 나아가게 하는 것이 농민사입니다 과연 조선 농민은 조선 농민사 밖에는 다시 붙잡을 것이 없으며 농민 운동 밖에는 더할 운동이 없습니다 그리고 서울에 잇는 농민사 본부나 또는 군 농민사에서 지시하는 일은 꼭꼭 실행하여야 합니다 지금 이 공문에 잇는 대로…… 을 하며 농민사원은 물론 일반 농민까지 모다 물들인 옷슬 입도록 합시다 조선 사람은 힌옷을 입어 ××을 망첫습니다…… 보십시오 오날 처음 오신 저이(지하를 가르치며)가 검정 치마에 검정 저고리 입은 것이 얼마나 수수하고 젊지 않고 튼튼합니까? 우선 우리들은 모다 물들인 옷을 입고 모히도록 합시다 우리는 빗산 비단을 입지 마는 동시에 힌옷 입은 것을 크게 부끄러워 합시다』

지화는 김선생이 손을 들어 자긔를 갈으치며 『저이의 입은 옷이 얼마나 좋으냐?』고 할 때에 더욱 얼골이 확근거려 고개를 폭 숙이엿스나 그 다음 말을 듣고는 고개를 번적 들엇다. 그리고 속으로 『과연 그 말슴이 옳다! 나는 뜨드개 입은 것을 부끄러워 할 것이 아니라 아는 것 없는 것을 부끄러워 할 것이다 집에 가서는 어머니와 오빠를 권고해서 농민사에 들도록 하겟다』고 결심햇다.

× ×

그 다음 지화의 검은 저고리는 밤마다 야학 장소에 나타낫다 또 그리고 딴 사람도 하나식 둘식 보다 검은 옷을 입게 되엿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