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강경애)
매해 가을마다 울었더니만
뒷창문 옆에서 울었더니만
떨어지는 낙엽 좇아 울었더니만
지금은 그 가을이 또 왔어요
바람에 떨어진 벽에 의하여
겨울 의복을 꼬매이려고
힘없는 광선을 바라보면서
바눌은 번개같이 번쩍이었다
뒷문으로 가만히
누런빛 사이로 나무꾼 아해
곰방대를 찬 나무꾼 아해
가을에 벗님을 찾으펴 해
매해 가을마다 울었더니만
뒷창문 옆에서 울었더니만
떨어지는 낙엽 좇아 울었더니만
지금은 그 가을이 또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