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풍경
맥풀린 햇살에 번쩍이는 나무는 선명하기 동양화일러라.
흙은 아낙네를 감은 천아융(天鵝絨) 허리띠같이 따스워라.
무거워가는 나비 나래는 드물고도 쇠하여라.
아, 멀리서 부는 피리 소린가? 하늘 바다에서 헤엄질치다.
병들어 힘없이도 섰는 잔디풀 - 나뭇가지로
미풍의 한숨은 가는(細) 목을 매고 껄떡이어라.
참새 소리는 제 소리의 몸짓과 함께 가볍게 놀고
온실 같은 마루 끝에 누운 검은 괴의 등은 부드럽기도 기름져라.
청춘을 잃어버린 낙엽은 미친 듯 나부끼어라.
서럽고도 즐겁게 조을음 오는 적막이 더부렁거리다.
사람은 부질없는 가슴에다 까닭도 모르는 그리움을 안고
마음과 눈으로 지나간 푸름의 인상을 허공에다 그리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