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좀 세워주게 저 약방앞에.」

걸칙한 이말에 교통신호에 걸렸다가 금방 새로운 속력을 내여 앞을 다투든 자동차는 급정거를 하야 찍, 찌직-하고 뒤바퀴를 끌면서 보도우에 우뚝섰다.

덜컥 앞으로 한번 밀렸다가 묵직한 몸집이 다시 씨-트에 파묻히우는 순간

「어데랍시요?」

하고 무른것은 핸들을 쥔채얼골을 돌리는 운전수가 아니고 그의옆에 가방을 들고 앉어있는 윤수(允秀)였다.

「응-저기 저 약약방.」

뚱뚱한 몸집을 인바네스로 둘러싼 최충국(崔忠國)씨는 힌수염이섞인 턱수가리를 창문밖으로 향해서 약간 돌리드니 일시에 창밖을 내다보는 윤수와 운전수의 뒤에서 혼자 음칠음칠하고 내릴준비를 한다. 뒤섰든 자동차들이 옆을 스치며 앞으로 다라난다. 이들이탄 자동처는 두어번 우무적거리다가 이윽고 가등밑으로 가 선다.

한발자국 앞서서 유쾌하게 근엄하게 걸어가는것은 김윤수였다. 그리고 뒤서서 점잔체 둥실둥실 걸어가는것은 물론 만금광업주식회사(萬金鑛業株式會社)의사장 최충국씨이다.

이 황송한 래객을 맞는 유명매약 처방조제의 양약국은 금시에 활길를 띠어 윤수가 유리창문에 손을대기가 무섭게 고구라 잠바를 입은 사환아이는 드르륵 안에서 문을 열어제치면서,

「어서 오십쇼.」

하고 껏듯 인사를 한다.

문이 활작 열니매 윤수는 재치있게 비켜서고 최충국씨의 깍지통같은 몸집이 문턱을 넘서서서 좌장앞으로 나선다. 뒤를 따라 윤수도 들어온다.

「응-음양각인가 음약각정인가 있지?」

「네 있읍니다.」

하고 대답하는것 이택건 화독뒤 책상앞에서 주판을놀니는 약방주인이었다.

그는 힌 까운자락을 푸러헤진채 약장으로 뛰어가드니 나무곽에든 대, 중, 소, 세가지를 두손에 웅켜들고 손님에게로 온다.

「일주일분, 일개월분, 반년분이올시다.」

하고 최충국씨가 그중의 하나를 들어 두루두루 살피는 동안 약방주인은 빤히 처다보며 두손을 삭삭 부비고있다.

「무엇에 약효가 신효하우?」

하고 최충국씨는 안경옆으로 약방주인의 얼골을 바라본다. 주인은 핵-하고 좀 바륵바륵 하다가,

「글세 올시다. 뭐니뭐니 하여도 역시 주효는 보양이겠읍죠.」

하고 쪼루루 일러바치듯한다.

다시 광석에서 금분을 살피는 버릇으로 약곽을 돌리며 정가있는곳을 살피듯하는데,

「칠원이 올시다.」

하고 턱아레 서있든 사완아이놈이 재바르게 말한다.

「확실히 약효는 있을가?」

「글세 모두들 여러분께서 복용허시는데 외려 서양약보다 신기하다고들 하십니다. 이창훈박사나 조경호박사께서도 실험분석해보시구 추장하섰구 기타 여러고명한 의약학 학선생님들께서도.」

「네 네 아럿소이다.」

대개 이???하면 살 의향인데하고 주인이 한번 머리를 껏득하는데 멍하니 서있든 윤수가,

「이것두 매약이니까 활인이 많겠구려.」

한다.

「아이 천만에 말슴이올시다. 공연한 풍성이 십니다. 약재가 올르구 게다가 광고대 뭘 뭘 하면.」

최충국씨는 약을 다시 유리좌장우에 놓고 커다란 백금반지를낀 손을인바네스속으로 움츠리면서,

「일개월분짜리를 하나 싸주. 그리구…」

머리를 한번 끼우뚱하야 좌장옆에 써붙인 「궁중비약구룡충있오」를 보드니,

「응, 이집에두잇군 저 구룡충백마리만.」

「네, 네 고맙습니다. 야 저기 방안에 들어가 구룡충백마리만 빨리.」

사완아이를 시키고 자기는 음양각을 싸면서,

「구룡충은 일정한 습도와온도를 갖어야 잘 번식하는 까닭으로 방안에다 특별히 장치를 해두었읍니다. 그리구 약벌레가먹는 건재들은 준비허섰겠읍지오?」

한다. 최충국씨는 그말에는 달리 대답을 안하고 점잔체 고개를 두어번 꺼뜩한다.

윤수는 산것을 들고 앞서서 다시 자동차 있는데로가고 최충국씨도 곁눈하나 파지않고 그뒤를 따른다.

차에 오르매 운전수는 다시 일르지도 않는데 커다란 삘딩앞에다 차대를 대인다. 그 삘딩층이 최충국씨가 가끔 잡수러오는 양식당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가 음식을 먹는동안 김군은 이걸 사직동집으로 가저다주게. 그리구 웅-오늘은 개가 들르지를 못할테니 그리알라구 말슴올리구 밤이든 낮이든 문을 구지닥고 있으라구. 다른게 아니라 아까 광산에서 전화가 왔는데 광부대표가 진정을 올라온다니 나는 게동집이나 사직동집에 있을수는 없단말이야. 그러니까 그것들이 오면 열을동안 작정으로 동래온천엘 갔다구하구 나는 그들이 도라갈때까지 어떤 호텔에 있을테니 그건 내 다시 군에게알리지.」

윤수는 식당대합실에서 최충국씨의 하는말을 근청하고있다.

「네, 알겠읍니다. 그러면 저는…」

「응, 군은 이제 사직동을 들려서 게동집에 가있게. 오후엔 광부대표가 그리루갈테니까 군이맡어서 물려치구 내 저녁녁헤 다시 전화를 걸것이니.」

「네 알겠읍니다.」

윤수는 산것을들고 그곳을 물러가는데 최충국씨는 뽀-이에게,

하고 점심을 주문한다. 그리고는,

「음」

하고 숨을 한번 짚으며 찐 물수건을들어 목아지를 닦는다.

고급차에 혼자서 상반신을 잠그고,

「에-또 사직동으로.」

하고 버젓이 운전수에게 호령하면서 제법 담배를 한가치 꺼내어 입에물때엔 제자신이 대실업가나 된양으로 마음이 흡족하였다. 그러나 사직동까지불과 십분도 안걸릴것을 생각하니 흡족하는 마음이 흩어지고 허거픈 우슴이 담배를 듬석 물은 입가상에 떠 오른다.

「이왕이면 조선은행앞으로해서 장곡천정으로 태평통으로 휘도라주게.」

윤수의 이말에 운전수는 아니꼽기도하고 한편으론 우습기도 하였으나 시키는대로 아모말도 안하고 종로에서 차를 돌려 남대문통을 다라난다. 사람들이 많은곳을 헤치면서 나즉히 뚜뚜우 소리를 울리고 가마니 바저 나가는때가 가장 윤수를 질겁게 하는순간이다. 크락숀소리에 눈을 히번덕거리며 대체 어느양반이 이런 고급차를 타시고 행차를 하시는가 하야 유리창으로 뚜러지게 들여다보는 굼주린 눈이 휙근휙근 지내가는것을 태연자약하니 앉어서 받아넘기는것이 윤수에게는 더없는 열락인것이다.

황금정네거리, 조선은행앞, 광화문네거리, 적어도 이만한 관문이 한코-스에 세개나 있다는것은 그만큼 열락과향락의 기회가 많은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네거리에 다다랐을때 교통신호가 퍼런색이면 윤수는 점잔치못하게도 실망한다. 그가 붉은색을 조와하는것은 이때문이다. 적어도 교통신호가 붉기만하면, 그것이 누래지고 퍼래지는동안 일이분간은 이자리에서 지체하게된다. 정지선 보도우에 몰려서있는 시민제군, 양쪽안전지대에서 느린전차를 기대리며 등허리를 오므라치고있는 가린한 신사숙녀제위, 트럭, 닷도사, 그러므로 산사중의 신사로 군림한다.

이런때마다 그는 그의외투깃에 수달피가죽이 안달리고 번들번들하는 낙타대신 그의 외투가 사십오원의 최최하고 우글쭈글한 라사인것을 슬프게 생각한다.

그러므로 차는 군중이 그의 외투를 감식할만한 여유가있도록 장구한시간 이곳에 머물러있어서는 아니된다. 앞뿌리가 유난히 길고 뒤가 펑퍼짐한 가만 고급차에 눈이 휘등그래저서 뒤꽁문이를 본 군중들이 차의번호가 구천멫호가 아닌것을 발견하고 두번 다시 놀래어서 대체 이렇게 행복되고 고귀할팔자좋은 주인공은 누구일가 하야 찻속으로 눈을 돌리때 의외에도 그속에서 쾌활하고도 진중한 젊은 청년의얼골을보고 표정에 선망을 그리는순간 번개같이 차는 그들의앞에서 미끄러저 나가기를 윤수는 히망하고 있는것이다.

차는 태평통을 다라난다. 어쩌면 이렇게 빠르게 그리고 이렇게 동요가없이 무슨 솜속에 포근이 담어주듯이 길우를 지치고간다는가-윤수는 눈을 스르르감고 이러한 세상에 태여나게한 하느님에게 약간 감사를 올린다.

그러나, 차가 음칠음칠하고 머뭇거리는것을 느끼고 윤수는 불이낫케 눈을떴다. 네거리다 총독부쪽을 바라보며 차는 우뚝 섰다. 차는 다시 신호대옆을 휘도라 안전지대를 감돌면서 서대문쪽으로 꺽어돈다. 넌짓이 밖을내다보니 안전지대에는 사람이 산같이 몰려있다. 이군중가운데 중학시대나 혹은 전문학교시대의 동창의 얼골이 끼어 있으면한곤 또다시 점잔치못하게 창밖을 내다보나 그럼직한 얼골을 발견할수는없다. 이윽고 차는 서대문일정목에서좁은골목으로 접어들고 다시 한번 교통신호없는 네거리를 지내 사직공원을 마주보며 올라가서 어떤 조그만한 골목어구 싸전가개앞에 선다. 여기서부터는 차가 통하지를 못한다.

「그럼 다시 사장게신데루 차를 대우.」

이렇게 운전수에 부탁하고 그는 병사와같이 뚜벅뚜벅 골목으로 걸어드러간다.

김윤수는 유쾌한 청년이다. 그는 가는곳마다 즐거움을 만들고사는 지혜롭고 재주있는 영리한 청년이다-라고 제 스스로 생각하고있다.

그가 겨울바람에 외투자락을 휘나부끼면서 언덕길을 더듬고 있는것은 결코 그가 불행하여서가 아니다. 만일 경성부가 이곳에 차가드러갈만한 삼미돌통로만 망들어 두었드라면 자기는 이곳에서 발에 흙을 무치며 것지는않을것이다. 대무턱까지 차를부치고 껑충 뛰어내려 떡이라도 떠러지면 주서먹을 큼 말끔하니 쓸어놓은 아름다운 뜰안을 사분사분 거러들어가는것으로 충분하였을것이다. 길이라고 명목이붙는곳엔 어데라도 자동차가 들어가도록 어서 속히 도로가 정비되어야할것인다-하고 김윤수는 새삼스럽게 경성의 문명수준이 옅은것을 한탄한다. 그러나 그는 목적지에 가기전에 새로운 행복하나를 또다시 발견하였다. 그는 마주 오는 전문학교쩍 동무를 그곳에서 맞내였든것이다.

『그래 자네 지금 뭐 하는가?』

이러저러한 인사끝에 오는말이 이말이다.

「이런 제길하놈 보았나? 아무러면 내가 학교를 나와서 여태것 놀구 있을라구. 이놈이 이백만원 콘체룬의 대실업가 최충국씨의 비서인것을 안다면 눈을 뒤솟구 게더품을 물며 기절을할라.」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엿으나 보아하니 별루 신통한데 취직도 못하였을 그의 동창을 이러한 불상한 경지에 떠러트미는것이 가긍하야 그는 짐즛,

「그래 자네는 들으니 좋은곳에 취직이됐다구. 나야 그저 그렇네만.」

하고 한번 선심을썼다. 그랬드니 이친구는 또,

금융조합이라구 단니니 어데박봉에 그걸갖이구 멀-취직이랄게 있냐.」

한다.

(흐흥 이녀석이 또 에라 이녀석 내가 사실대루말한다면 금박이라두 머리를 땅에다밖구 꺽구루설놈이 소견머리없이 지더구는 제길.)

그래서 자기의 영직을 말할가 말가 망사리다 「걸걸한 성격에 선심을 써야지」하야 결국,

「그럼 언제 한잔 빼서먹으러가네.」

하고 갈러지고마렀다.

위선 자기보다는 말할수없는곳에 그의친구가 밥턱을달고 주판알이나 따지며 허구헌날을 보내는것을 알고 제가 얼마나 훌륭한 자리에 있다는것을 다시금 한번 「재인식」한것이 기꺼웠고 제이로는 이러한 박봉에 허덕이는 그의 친구에게 종시 윤수자신의 직업을 실토지 않어서 그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지않게한 자기자신의 너그럽고 관대한마음을 또다시한번 발견하게 되는것이 한없이 유쾌하였다.

그러므로 문패도없는 소슬대문의 쪽문을 밀고 마당안에 들어서면서 윤수는 역시 몸을 찌그뚱 찌그뚱하게 내저으며 의기양양하야 드러가는 판이다.

「아씨. 아씨게십니까?」

이렇게 마당에서서 안방을 향하야 불러본다.

「누구유? 긴상이유?」

말소리가 느리고 말끝에 낑하고 지지개를 하는품이 아마 낮잠을 주므시든모양이다.

「네 저울시다.」

하고 윤수는 토방으로 올라서면서 씽끗이 혼자 우서본다.

「영감은 안오시구 혼자슈? 혼자든말든 들어올게지 늘 출입하는터에.」

이러고 다시 낑 하품을 하드니 안문이 열리고,

「거 들은건 뭐유? 치운데 들어와요. 머뭇거린긴. 식모두 머 사러나간걸.」

윤수는 대똘에 구두를 벗고 닝큼 마루로 올라서드니 의자에 테-블을 놓고 응접실같이 꾸민 대청을 지나서 문을 방싯이 열고 내다보는 아씨에게로 간다. 이는 물론 최충국씨의 제이부인이시다. 전신은 기생 방년 이십사세이시다.

「나졸이 중전밀실에 들어가도 괜찬을까 원.」

롱말을 하는품이 윤수와 아씨의사이가 이만저만하게 아닌가보다. 그러나 윤수는 흩어질려한 머리까락과 벍애진 둥근눈을 힐끔 보았을뿐 노랑저고리와 츤츤히 허리를 감싸고 발뿌리에 휘엉킨 남치마는 눈을 내려갈고 보려고 하지않었다.

「그래 영감은 어데게슈?」

「지금은 끄리루에 게신데 몇일간은 어떤 호텔에서 지내시게 되겠다고요 그렇게 말슴 엿주라고 허십디다.」

「아니 호텔?」

(그러지 않어두 미심해서 이지음 수일간은 눈을 바루뜨구 감시를 허는데.)

「호텔은 무슨호텔. 긴상두 날소기슈? 긴상은 알을테니 바루대우 괜이.」하고 이번에는 입을 감물고 애띠게 위협하는 헤늉을 한다. 마음같애선 냉큼 뛰어가서 뒤귀를 꼭쥐고,

「요게 누구더러 위협인고?」하고 입이래도 쭉 마추어주려만 주인의애첩에게 그런 무례한짓은 헐수도없고 결구,

「저더러 뭘 대시란 말심이십니까. 온 아씨두.」

하고 픽하니 웃는척했다.

「아니 그래 영감이 어린걸하나 또 집었는대 간상이 집이랑 세간이랑 맡어서 차렸다는걸 아는데 이렇게 앙금허니 날 소길테유?」

「온 별말심을 다 하십니다. 만일 사장선생님이 그러신다구 하서두 지가 사직동아씨를두시구 무슨 말심이시냐구 헐텐데 온 참 청천벼락을 맞을라구. 온 그런 말심은 다실랑 마르세요. 기걸보세요. 이걸.

윤수는 종이에 싼것을 벗적 들어 축켜보이고,

「이게 뭔지나 아시우? 사장선생님마음을 상상하는건 외람된일이지만 외려 사장선생님은 아씨께서 변심치나 않으시나허구 여간 마음이 씨이시지 않는가봅니다.」

한다. 그랬드니 아렛목에 한다리를 뻗히고 앉었든 아씨가 냉큼 이러서서 쪼르루 삼간방을 뛰어건너와 윤수의 앞으로 닥어서며 제몸의 배곱이나되는 윤수를 적은 강아지나 주물듯이,

「아이구 요것봐!」

하면서 코를 꼬집어들고 내둘른다.

「아구아구 아씨 왜 이러세요 왜 이러세요.」

두팔은 닭의 색기같이 풍기면서 도라가는데,

「에, 퉤, 손에 콧물이 묻었다.」

하며 아씨는 바른손에 묻은것을 윤수의 외투자락에 슬적 발르고 사나이의 다림짬에서 떠러저서 아렛목으로 간다. 윤수는 아씨의 등을 바라보며 버둥거리노라고 질서없이 내뻗혔든다리를 수습하면서 껄 껄 껄 우서댄다.

「그래 참 사온게 뭐이드라?」

아씨는 윤수의 옆에놓인 종이봉지를 갖이고 다시 아렛목으로 가서 노이를 끌른다.

「머 끌러보실거 있읍니까. 몸보허는 약입죠.」

그러나 아씨는 종시 그럴 골러보고야만다.

「보세요. 제말이 그짓말인가. 그것만봐두 사장선생의 정성은 아실만허시지.」

그래 아씨는 그걸보드니 아까 영감이 호텔에서 몇일을 지내리라는말이 금시에 생각키었든지,

「아니 그런데 영감이 호테루는 웬 호테루요?」

하고 빤히 윤수를 올려다본다.

「왜 그러십니까. 젊은 아가씰 또 하난 집어서 살림을 차르신걸 아신다면서 호텔을 무슨 호텔이시라구 그렇게 안타까워 허십니까.」

제법 말속에 어리광을 섞어서 느런호으니 아씨도 어이가 없다는듯이 샐죽하니 웃는다.

「그런게 아니라요.」하고 이번에는 표정을 정색하고,

「일전에 왜 광산에서 다이나카이트가 터저서 광부 열명이 사상된 사건이 안있읍니까. 그걸 현장사무소 녀석덜이 어떻게 서트르게 처리를 했는지 광부대표가 본사에와서 사장을 즉접 면회하구 담판을 허겟다는구려. 그런데 그것들이 올라오는김에 아마 그밖에두 여러가지 조건을 들구요는 모양입니다. 그래 사장과 전무께서는 당분간 피신을 허실모양입니다.」

「피신을 허시면 허시지 하필 호텔은?」

「거야 누가아십니까? 동래온천엘 가섰다면 그곳까지 딸러오지는 않을테니까 표면으론 그렇게 내세우고 서울서 앉으서서 정보는 받으실모양이 두군요. 사업을 위해서 허시는일이니 아씨께서두 양해허시구 몇일동안 히생되서야지요.」

「아이 망칙해. 마한일로 히생될것까지야 없지만.」

「그런데 참 사장말심이 낮이나 밤이나 문을 구지맏고 두문불출허시랍디다.」

「광부대표 오믄왔지 나꺼지 감금헐게야 뭔구?」

「광부가 습격할가 두려워하서서 허시는말시이지 또 그밖에 아씨께서 바람이 나실가 두려워 그러시는지 그것까지야 지가 알겠읍니까.」

이만큼 말을 듯드니 아씨는 발딱 이러나념서,

「아이 모르겟다. 귀찬어서 이제 볼일 없거들랑 사진구경이나 가치가우.」

한다.

「온 지가 아씨와 사진구경이 뭡니까. 대낮에 또 한참 바뿌기도 하지만.」

「왜 나허군 못가? 내가 늙어서?」

「허 허 참 별말심 다 하십니다.」

「그럼 왜. 여감의 비서면 내비서나 마찬가지지.」

「거야 다 이를 말심입니까. 그래두 남이보면 어데 그렇게 보는가요. 건 그렇다 처두 도 지금부터 제가할일이 태산같은데.」

하구 윤수도 모자를들고 일어선다.

「아니 그래 또 사장게신데루 가우?」

「아뇨. 이제부터 게동집에가서 광부들이 몰려오면 그 응대를 해야 됩니다.」

「응-게동집.」

두눈을 씰죽하면서 아렛입술을 쫑긋한다.

「뭣이 게동집입니까.」

「마리를 후려볼려구. 아유 참 젊은남자란 유들유들허기두. 게다가 도 눈치는 경치게 빠르단말야. 어서그래 가봐. 남 젊은것들 연애 허겠다는걸 방해허믄 죄되게.」

(이건 또 무슨 생트집이냐. 대체 이게 샘이냐 뭣이냐. 나보다 두살 아레가 젊은것들이라니 요것이 뫼자리를 미리 봐두었나.)

「마리아씨가 나같은것에 눈이나 한번 돌리간데. 공연한말심 마르서요. 참 저같은 불상한놈두고 그런 말심허시면 죄루되십니다.」

사장애첩에게 마즈막으로 던진말이 제입으로 나왔다기는 너무 신기하고 입맛에당겨서 윤수는 길을거르며 마치 단사탕을먹고 입을다시듯이 여러번 입속으로 그것을 되푸이해보았다.

-저같은 불상한놈두고 그런 말심허시면 죄루되십니다.


이말을 툭하고 슬쩍 아씨얼골을 처다보았드니 아씨의 낯색이 금시 홍조를 띠우고 눈이 글성글성 해진다. 이곳이 대청마루의 한중복판이 아니고 그리고 이때가 정오를 한시넘은 대낮이아니고 나갔든 식모가 디치지않은문으로 무엇을 사들고 불숙 뜰가운데로 나타나지만 않었드면 아씨의 매츳하고도 포동포동한 명주비단의 말씬한 촉각을 갖이고 나의목을 둘러감으며 거센숨결을 얼골에 내뿜고.

「어저면 요렇게 귀엽게 군담.」

하면서 커다란 대구리통을 가슴에다 부비어 주었을것이라고 생가하며 윤수는 지금 겨울바람이 몬지를 모라지는 초라한 거리를 꿈결같이 거러가고 있다. 만일 그랬드라면 윤수는,

「아씨 이게 무슨일이심니까?」

하고 제법 윤리(倫理)의 한가닥을 펄처보이며 이래보여두 의리는 있는놈이라고 점잔흔 훈게를 내리어 무안을 주되 그것이 더한층 자기를 좋아하게 만들수 있게하엿을것을-

사실 윤수가 이런것을 생각하며 혼자 즐기지않고 맹판으로 사직동서 게동까지 가는길을 더듬고있었다면, 그는 이때이상 더 불상한순간을 갖을수는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이길은 고급차로 금방 한시간전에 서울의 도심지대를 행차하신 김윤수에게는 맛당치않은 괴로운 행로엿다. 적선동으로 나서서 총독부앞을거처 안국동네거리, 그곳서 다시 게동까지, 윤수는 줄곳 이런행복스런상상에취하야 이 초라한길을 기뿌게향락하고 있는것이다.

그러나 윤수아닌 다른사람의 눈으로보건대 이러한 그의 거름거리는 물론 최최하기 짝이없다. 이길이 그를 성스럽고 화려한 하눌로부터 초가집이 올숭졸숭한 땅조각우에 떠러트리는 기맥히는 순간을 주는 계기가 되는것도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바로 게동골목을 굽어 돌려할때 요란스러운 경적이울고 그가 미처 빗서기도전에 자동차한대가 그의옆을 스치고 몬지를 풍기며 지내갔다. 이놈의자동차가 윤수의 환상을 잘기잘기 부서놓은것은 물론이지만 그이상 이 적은사건은 좀처름 비관할줄 모르는 윤수에게 한줄기의 수심 비슷한것을 던지기까지하였다. 그는 그래서 오래간만에 어떻게하면 최충국씨의 비서가아니고 직접 최충국씨같은 큰 실업가가 될수있을건가? 하는 엉뚱한 생각에 손을뻗히게된것이다. 과연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앞이 가마득했다.

사실 비서니 어쩌니 하지만 독독히 말하야 김윤수는 최충국씨의 버젓한 비서라고도 할수 없다. 왜냐하면 최씨가 관계하는 만금광업에는 따로 사장비서가 있고 또 그가 관계하는 개발회사에도 따로히 취체역회장의 비서가 있었다. 그러므로 윤수는 좋게말하면 옛날의 서양식으로 최충국씨가정의 「집사」시골투로 말해서 「서사」, 이지음 유행말로말하면 「요짐보」, 아니 이 마즈막 대명사말로 가장 윤수를 정당히 규정하는 직함이라고 할수있다. 최씨의 본부인은 (언젠가 윤수가아이들 입학용건으로 호적등본을보니까)「박제석녀」(朴帝釋女)라는 이름으로도 알수있는만큼 평안도시굴태생인데 이는 늘 윤수를 부를때 「서사」라는 말을썼다.

「던차타구 빨랑빨랑 댕게오랑구요. 서사어런.」

(온 서울에 십년을 남어살면서 이런 욱실할 사투리를 그대로 던지는것이어데있담 그 모양이게 밤낮 시앗을보지.)

말이 났으니 말이지 출생지로 말하면 최충국씨도 평안도태생인다. 그의전신이 무엇인지는 천착했자 별로 흥미도없지만 덕대(德大)보다 좀 나을가말가한 지위로있으면서 분광(分鑛)에 착수하야 다소간 세상맛을아렀고 산속으로 헤매다가 평안도와 함경도 접경에있는 만금산(萬金山)을 보고 그이름이 그럴뜻하야 출원하였든것이 맞어떠러저서 금일을 이루운사람이다. 그러니 최충국씨의 입지전을 아무리 독습하고 암송해보았자 김윤수에게는 갑자기 졸부가될 신통한묘법은 생겨날리가없다. 「어데 원 이런이름을 갖인산이 이밖에는 또 없는가?」물론있기는있다. 평안북도 귀성(龜城)에 금곡동(金谷洞) 옥천(옥천)에 금제산(金貯山)과 금점촌(金店村) 보은(報恩)에 금적산(金積山) 상주(尙州)에 천금산(千金山) 연백(延白)에 금산봉(金山峰) 영동(永同)에 황금산(黃金山) 성주(星州)에 금수산(金水山), 등등 그러나 김윤수의 지혜가 미치기전에 벌서 그보다 영리한 사람이 모두 그산이름을 이용하야 거둘만한 금부스럭이는 다 거두고 있다. 사람이 모두 그산이름을 이용하야 거둘만한 금부스럭이라는 다 거두고 있다. 김윤수는 새삼스럽게 그의 뒤늦은 탄생을 한탄해보고 다시 학교고 뭐이고 다 집어던지고 중학교물을 먹은둥만둥 할때부터 어째서 산속으로 드러가지 않었을가 하고 후회해본다.

그러나 영리한 김윤수는 이러한 쓸데없는 생각에 이이상 더 머리를 썩일만큼 우매하지는않다. 눈앞에 게동 최충국씨 저택이 보인다. 사직동아씨의 말은 아니지만 저 집안에는 최충국씨의 따님으로 동경에가 학교를 단니다가 방학에 나왔다. 아직은 들어가지않은 최마리(崔瑪利)양이 게시다. (안할말이기는 하지만 이 아가씨의 본명은 최학실이다. 역시 이러한 평안도 시굴이름이 장차 음악가가될 대부호의 영양의 이름으론 적당치않다하야 여자고보를 나오며 「마리」라고 하이칼라이름을 부친것이다. 윤수는 물론 마리보다도 호적등본을 더 자세히 아는만큼 이런것은 빼놓지않고 다 잘안다. 그리고 이런것이 또한 아가씨의 지극히 영리하고 시대적인 일면이 된다고 저옥히 존경의 마음까지를 이르키게 하고있는것이 미상불 사실에 가까웁다.)

김윤수는 몸을찌그뚱거리며 커다란 석조대문을 들어서서 양관을 향하야 걸어간다. 그는 또다시 한없이 유쾌하다.

넓은 응접실에 앉어서 남대문통에있는 사무소에 전화를 거렀드니 마츰, 곳그서도 전화를 걸려든 참이라고 사장이 댁에게시냐 뭇는다. 안 게시다고했더니 지금 막 사무소로 광부대표 다섯이왔다가 시장과 전무가 동래온천에 가섰다니까 믿을수없는 말이라면서 돌아갔는데 미상불 게동댁으로 쪼차올러갈 모양이니 그리알라고 한다.

「미리 준비허구 대기했네.」

하고 제법 기운좋게 대답을 하기는 했으나 전화를 끊고 소파-로와서 어개까지 푹 몸을 잠그니 아닌게 아니라 마음이 좀 켕겨온다. 와락부락한 무지몽매한놈들을 상대해서 무슨 이치를 따질수도 없을것이오. 또 힘으로 쪼차낸대도 중과부적이라고 아무리 유도일단에 전문학교시대는 호걸파의 대장노릇을치른 김윤수이기로니 별수가 없을것같다.

(그러나 설마…)

「아무렴!」

하고 그는 소리를 지르며 후덕떡 이러섰다. 일당백은 좀 과장이지만 일당오, 사나이루써 할만한 쾌사이라고 저윽히 가슴을 두근거리고 있는판인데 똥똥넉크소리가 난다. 정녕 최마리 아가씨라고 낯을 긴장시키고,

「하이!」

했드녀 웬걸 들어온걸보니 식모다.

(식모가 무슨 아니꼽게 똥똥 넉크를 하면서, 누가저더러 차갖어오라나. 제길.)

그래 차를 데-불우에다 놓고 다시문으로 나가려할때,

「마리아가씨 있어?」

하였다.

「네.」

「급헌 용무가 있다구 곧 좀 오시라구.」

자주스커-트에 까만 세-타-만 입고 스립퍼를 끌며 마리양이 들어온다. 짤짤발끄는소리와 뭐라고 코노래를 부르는소리가 가까워오드니 이건 또 문도 안뚜들기고 쑥 들어선다. 그래 문을 뚜들면 「컴인」 할가 그대로 「네」할가 또는 아까모양으로 「하이」할가하고 생각하다가 그대로 「들어오세요」해버리자고 결정하였든 윤수의 노력은 수포로 도라가고 마렀다. 그래서 서로 인사도 하기전에,

「마리아씨 큰일났읍니다.」

해버렸다.

「웨요?」

「아니 웨라니요? 사장선생께서 무슨말을 못 들으섰읍니까?」

「못드렀는데요.」

「광부가 다섯면이나 습격을 온다는구려 이리루.」

「광부가 습격이라니? 건 태고쩍 말슴이아니야요? 광부가 무슨턱에 우리집을 습격합니까?」

이렇게 따지우고보니 제말이 너무 지내친과장같다.

「아니 머 몰려온단말이도 아니 사장선생님을 면회허시러 오신단, 아니 온단말이지오.」

「그럼 그게 무슨 큰일입니까. 안게시다면 그만이지.」

「하하-아가씨는 너무 문제를 경홀하게 보시는구료. 상대자는 광부입니다. 광부. 그 와락부락허구 제꺽하믄 칼부림질허구 행패질일 일수인 광부들이야요. 아니 그래 시굴서 여기까지와서 순순히 안게시다면 물러갈테야요?」

「그럼 경찰서에 전화을 해두죠.」

이렇게 작구 말대꾸를 놓는것을 쪼처갈라니 진땀이 난다. 그래서 이저는 슬쩍말을 돌려가지고,

「머 그러나 염녀없습니다. 제 다 감당허지오. 아가씨는 옆에서 좀 구경하세요.」

하고 호기를 뽑았다.

제가 이래배두 학생시대에는아주 맹장이었다우.

「맹장두 여러가지요. 유행따라 또 사회주의 했었구려.」

「온 천하에 지가 그런사람으로 뵈요? 저를 사장선생님께 직접 소개허신이가 누구신줄아세요. 利전문의 오과장, 법과 과장말입니다. 그이 지도밑에 지가 길러낫거든요. 지가 맹장으로 소문나긴 학생회를 상대루해서 맹활동을 안때일입니다. 호걸파라면 모른이가 없읍니다. 호걸파의 김윤수 이래봐두 유도일단이올시다. 유도일단이래두 이단 삼단을 뻥뻥 지웠구려.」

초인종이 운다. 식모가 나간다. 중얼거리는 소리가난다. 다시 사환아이가 나간다. 도 다시 중얼거리드니 응접실문이 열린다.

사장선생님이 안게시다니까 다른이래도 맞나뵙자는뎁쇼.

「다른사람 맞낼이가 없다구그래.」

나갔다가 또 들어온다.

「맞나기전에는 못간다구 현관에들 모두 걸처앉읍니다.」

마리가 신을 끌여 현관으로 나간다. 마리가 나가는데 그만 둘수가없어,

「여보 마리아가씨! 마리씨!」

하고 나즉히 불렀으나 못드른척하고 나가므로 하는수없이 윤수도 현관으로 나갔다.

「사장선생을 보실려면 동래루가우.」

하고 마리의 입이 떠러지기전에 한번 광부들을 앞찔러 놓았다. 그랬드니 그중의 한사람이 그들앞으로 나서면서 공순히 인사를한뒤,

주인님 딸 되시는 분이신가요?

한다.

「네 내가 이집 딸이외다. 무슨용무입니까?」

마리의 이말을 듯드니 다섯사람은 일시에 허리를 구푸려 인사를한다.

「미처 뵈온적없읍니다.」

이렇게들 공순히 나오고보니 윤수의 대기는 좀 어색해졌고 또 일방으론 여태것 켕기든 생각도 우수워뵈였다. 그러므로 순리를 따저서 이야기를 했드라면 좋았을걸 윤수는 이렇게 나오는 그들을 깔보았든지,

「안게시다면 갈게지. 왜덜 이리우 응?」

하고 제법 큰소리를 질른것이 탈이었다.

「노형이 뭐라는 사람이 웨까.」

하드니 사투리가 쏟아진다.

「내가 사장비서요.」

「사당비서믄 비서디 그렇게 큰소리할게야 뭐였요.」

퉁명스런 사투리와 느리다가는 갑자기 빨러지굿하는 방언이 아닌게 아니라 무슨압력을 갖이고 푹 윤수를 미는것같다.

「아니 그럴게 아니라 머 말할것 있으면 하슈. 내들으께.」

마리의 말이 더러지니 다시 광부의 한사람은 긴장했든 얼골을 푸르며,

「예 고맙수다. 우리네덜이 뭘 좀 사정두하구 진정두할라구 즉접 사당나리를 맞내뵈려온것이 올세다. 광산현당에서는 잘 처결되디않구 또 본사에다 말을 밀구 어데 해결을 잘 짖습떼가. 그래서 우리 다섯사람이 쥔님을 맞날나구 노비를 써가지구 왔댄넌데.」

「네 그러십니까. 수고스럽게 오신것을 제 아부님이 마츰 동래온천을 가섰으니 어쩌면 좋으십니가. 역시 사무소에 가서서 누구 과장이나 맞나뵈시는게 좋지않을까요. 먼데서 오셨든김이니.」

「이재 막 사무소에 갔드랬는데 머 과당들갖이군 말이 됩다랑께요.」

마리뒤에 무색하게 서있기는 쑥스러울뿐더러 뒤에서 이러고들있는 품을보니 젊은 혈기가 뛰어 견딜수가없다.

「그러니 어떻거란말요? 대관질.」

마리아가씨에게 보라는듯이 압동가슴을 불숙 내밀며 앞으로 한발자국 나서서 그중의 한사람과 떡 마주선다.

「아니 우리덜이야 사당 좀 보게 해주섰으면 그만이디오. 머 벨 청이 있수까.」

「사장, 안계신 사장을 어데가 모서오란말요. 거 참 딱하게들 구려두 좀 분수있게 구러요. 어서 여러말말구 물러가우.」

윤수의 이말에 모다 가만있다. 그러나 그의 말에 눌리워서 침묵을 직히는지 다른생각들을 먹노라고 결심을 하는 중인지는 좀처럼 간파할수 없었다. 그러나 불과 일분도 못되어서 수그러졌든 다섯개의 머리중에 하나가 번적소사오르드니 상반신이 출넝하였다고 생각키이는 순간, 떡 소리가 나고 뒤니어 손쓸사이도없이 윤수의 아이쿠 하는소리가난다. 광부의 한사람이 윤수의 압니마를 받어넘긴것이다. 그러나 얼쿠하고 다시 한번 허리를 꼬풀하며 머리를 안고 자질을 하는 윤수도 결코 녹녹지는 않었다. 휙 도리키며 벌서무섭게 변한 낯작을 펄깍 날리드니 어는세에 상대자의 허리를 후려들고 저만큼 들었다 내던진다. 광! 하고 소란스러워 졌으나 다른 네사람의 광부는 윤수를 꽉부뜰고 싸움을 말리려 할뿐으로 다시 가세할 생각은 없는모양이다.

「여보게 손질이 뭔가. 성미 사납게!」

이렇게 그중의 하나는 푸시시하니 뜰가운데서 이러나는 동료를 나무래듯하면서,

「자 서사어른 참으시우. 낼 또 봅세다.」

하고 윤수를 매만저 안으로 딜여보낸다. 윤수는 몇번 더 왹 왹하고 꿈틀거렸으나 머리가 저려오고 아닌게아니라 상반신을 가눌수가 없어서 지는처럼하고 응접실로 식모와 사완아이에게 부등키어서 들어왔다.

「소란스럽게 굴어 미안하웨다. 데놈이 뵌데가 없어 성질이 왈패스러워 이렇게 됐으니 용서 하시오.」

「잔말들말고 어서들 물러가요. 그게 무슨 행사요.」

이렇게 노여움을 핀잔으로 던지고 방안으로 와보니 윤수는 의자에 누어 이마에다 마-큐로크롬을 발르고있다.

「아이 저걸 어째! 어데 머리가 몹시 아프으시죠. 원 그런 부랑무식한 놈들이 어데있담!」

사완아이가 바르든 약붓을 달래서 마리가 밤알만큼 불툭하게 올라온곳에 다시한번 손질을해주니 윤수는 감었든 눈을 뜨며 씽긋이 웃는다. 그때 찌르릉하고 전화가운다.

「네-비서어룬이요?」

사완아이가 전화를 잡어서 갖어오며,

「사장선생님이신가봐.」

하니 윤수는 낑하고 상반신을 이르키며 전화를 잡는다.

「네 저올시다. 네 제가 방금 깜작같이 모라냈읍니다.」

윤수는 다시 흡족한듯이 벌죽이 웃으며 저편쪽의말을 귀기우려듯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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