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어머니가 빨래를 하다 말고 뛰어온 다음의 일이었읍니다.
영수 어머니는 영수의 차디 찬 몸에 머리를 대고 그냥 소리를 내어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읍니다.
올뿐 아니라, 자꾸만 영수의 이름을 불러가며 울었습니다. 사실 영수 어머니는 그보다 더 큰 슬픈 일이 없었읍니다. 영수의 죽음은 영수 어머니의 죽음과 같았읍니다.
영수 아버지는 영수가 어렸을 때 세상을 떠나 영수와 어머니 이렇게 두 식구였읍니다.
영수는 가난하였지만, 공부도 잘하고 마음 착한 동무였읍니다. 이것이 어머니의 단 하나의 자랑이었고, 또한 영수도 어머니가 있다는 것이 여간 자랑이 아니었읍니다.
그것은 기철이와 똑 같았읍니다. 기철이도 아버지와 단 두식구, 기철이는 아버지가 있다는 것이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자랑이었읍니다. 기철이 어머니도 기철이가 어렸을 때 세상을 떠난 것이었읍니다.
기철이와 영수는 선생님이 칭찬해주실만큼 사이가 좋은 둘도 없는 동무였읍니다.
싸움 좋아 하는 동무들은 기철이와 영수를 쌍둥이라고까지 해서 놀렸읍니다. 그래도 영수와 기철이는 조금도 마음이 상할 것이 없었읍니다.
영수를 "대가리 장구"나 기철이를 " 누깔 딱뿌리”라 해도 싸움을 하지 않았읍니다.
다만 한번 영수가 "아버지 없는 자식”이라고 놀림을 받자, 기철이와 영수는 둘이 덤벼 톡톡이 이긴 일이 있었읍니다.
영수가 연못에 빠진 날도 기철이는 아침부터 영수와 함께 들판으로 헤매이었읍니다.
호랑나비를 잡아 호랑나비의 그림을 그리자고 약속하였던 것입니다.
영수를 잃어버린 기철이는 맥이 없어지고 반가운 것을 모르는 외로운 어린이가 되었읍니다.
동무들의 얼굴이 모두 영수처럼 보일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고, 꿈마다 영수가 보이군 했읍니다.
어느 미는 꿈결에 허정허정 연못 가로 걸어가는 것을 아버지한테 들킨 일도 있었읍니다.
아직도 기철이의 생각에 영수가. 연못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읍니다.
가끔 기철이는 혼자 연못 가에 앉아 물속을 들여다 보군 했읍니다. 그러면 아버지는 기철이의 손을 잡고 서울 가는 자동차를 타는 것이 예사였읍니다.
아버지는 기철이와 번잡한 거리를 헤매이다 만화책과 맛있는 과자를 사 주고 했읍니다.
그래도 기철이는 연못과 영수를 잊을 수가 없었읍니다.
그 연속에는 꽃과 날짐승과 선녀들이 사는 나라며, 금처럼 번쩍이는 큰 집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읍니다.
물 속에도 아름다운 나라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 속에서 영수는 아직 살고 있을 것이라라.
기철이는 연못가에서 눈물을 흘린 일도 있었읍니다. 기철이의 눈물을 보자 아버지도 눈물을 흘리시었읍니다. 그 눈물이 무슨 눈물인지 기철이는 알 리가 없었읍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영수의 어머니를 만날 때,
"기철아—"
"네."
대답하면 눈물을 글성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