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잉어
임서하
김의환 그림
어느 때나 되었는지 힝힝 소리를 내며 불던 바람도 소리가 없어지고 밖은 고요했읍니다.
등잔불도 꺼진 어두운 방에서 기철이는 유리창으로 넓은 앞뜰을 내다 보았읍니다.
초저녁까지 나리던 눈은 넓은 뜰을 은세계로 만들어 놓았고, 둥실둥실 맴도는 듯한 구름 사이로는 쟁반 같은 달이 밤을 밝고 아름답게 했읍니다.
기철이는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읍니다. 호수 둘레에 우뚝우뚝 서 있는 소나무가 암만 보아도 맴돌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연못은 그렇게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또한 작은 연못도 아니었읍니다.
물은 푸르고 깊은 연못이었읍니다.
이 연못에 기철이의 동무 영수가 호랑나비를 잡으려고 쫓아 다니다가 물 속에 빠져 죽은 것입니다. 지난 여름의 일이었읍니다.
영수는 기철이와 똑 같은 열살이고 삼학년이었읍니다.
영수와 기철이는 여름 방학이 되자 여러 동무들과 떼를 지어 산으로 들로 강으로 놀러다닌 것이었읍니다.
반 시간도 못해서 서울을 가게 되는 곳이건만 가까이 강물이 흐르고 마을은 산속 두메처럼 다닥다닥 몇 집 있을 뿐입니다.
뒤로 산이 솟아 있고 앞으로 강물이 흐르고 여러 백년 된 나무가 있어 공기가 맑을 뿐 아니라 경치도 참 아름다운 곳이지요.
그래서 옛날 이야기 속에 나오는 궁전 같은 이층 양옥이 이 마을에 하나 오래전부터 서 있게 되었읍니다.
이 양옥 집을 마을 사람은 흔히 별장이라고도 하고 혹은 강 기만네 집이라고 부르는 것임니다.
말하자면 강 기만이라는 사람의 별장인 것입니다.
강 기만이네 여러 가족은 찌는 듯한 여름 한동안 이 별장에서 지내고 가을 겨울 봄 더웁지 않은 동안은 별장을 비어두는 것이었읍니다.
기철이네는 그 별장을 지키는 별장적이였읍니다.
기철이 아버지는 아침 일찍 일어나 별장을 살피고, 꿈나라처럼 아름다운 뜰을 비로 깨끗하게 쓸고, 둘레의 나무를 꺾어 가지나 않나 돌아 다니며 보는 것이 일이었읍니다.
그리고 부지런히 밭을 가꾸어 주는 것입니다.
연못은 별장에서 온 길로 마지는 꽃밭과 숲 사이에 있읍니다.
연못 둘레는 나무 잎과 폴로 가리워 물이 안 보이는 곳도 있었읍니다.
이 연못에 날아 달아나는 호랑나비를 쫓아 가다 영수가 물 속으로 뛰어 들어갔으니 얼마나 딱한 일이겠읍니까.
그 때 뒤쫓아 가던 기철이와 그리고 딴 동무들은 큰 소리도 못하고 무서운 생각에 서로 눈만 둥그래져서 잠시동안은 어리둥절했읍니다.
이윽고 기철이는 허덕거리는 영수의 뒤를 따라 물속으로 뛰어 들었읍니다.
다행히 기철이는 수영을 잘 하였던 것입니다.
얼마 후 기철이는 정신을 차리고 눈을 부시시 떠 보니 물 속이 아니라 해가 쨍쨍 내려 쪼이는 잔디 위였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