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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여기서 그 책이 사람을 살해했다는 말은 물론 비유적 의미로, 사람을 살해했다는 말이 아니오 그 책은 실로 스스로 직접 한 사람의 귀중한 생명을 빼았고 만 것이니 그 두 권의 책은 독일의 유명한 천문학자요 또 수학자인 요한 슈테플러(Johann Steffler, 1452-1531)의 살해자이었던 것이다.

요한 슈테플러는 말하자면 그가 살던 시대에 있어 수학과 점성술의 권위자로 성진을 통해서 인간의 운명을 점치는 묘법을 체득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기자신 그의 묘법을 틀림없는 것이라 해서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것은 물론이니 그러므로 그가 성운 점쳐서 자기가 어느 날에 운명할 것까지 예견함을 잊지 않았을 때 점성술에 확신이 있는 그로서 이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드디어 그 날은 왔다. 자기가 운명할 터인 그날──그는 유연히 만권 서적이 사방에 퇴적된 서재 속에 앉아 다만 죽음의 도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기다리고 있는 죽음은 물론 틀림없이 와야 할것이었다。그는 긴장된 마음으로 창문을 언제까지나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과연 무엇인지 회색의 그림자 비슷한 물건이 간혹 어른거리는 것을 보는 듯도 하였지만 죽음은 그러나 곧 소박하게는 날아나는 것이 아니었다.

『더 좀 참아 보자』이와 같이 그는 자기에게 말하면서 조만간 낫과 시계를 차고 눈 앞에 역력히 나타날 터인 죽음을 고대하고 있었다. 아무리 성운을 고쳐 생각해보아도 조금도 틀릴 까닭은 없었다. 확실히 사망은 곧 당도하지 않아서는 안될것이었다. 그러나 와야 할 죽음이 생각한 바와 같이 쉽사리 아니오매 그는 견디다 못해서 앉았던 의자를 뒤로 밀었다. 그때다. 의자는 서가를 부딪혀서 두 권의 무겁고 큰 책이 동시에 밑을 향해서 떨어지자 그것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천문학자의 명철한 머리를 쳤으니 드디어 그의 뇌수는 산산히 파쇄되고 말았다. 과연 천문학자 요한 슈테플러는 그의 예측한 바와 같이 죽을 터인 그 날에 죽고 만 것이다. 그러나 물론 요한 슈테플러 그 사람인들 설마 책중에도 하필이면 성서와 천문학서 이 두 권이 서로 공모해서 자기에서 기약의 죽음을 가져오는 신비로운 형리가 될 줄이야 어찌 꿈엔들 생각했으라!

―(9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