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1984년 내한사: 두 판 사이의 차이

내용 삭제됨 내용 추가됨
새 문서: {{제목 |제목 = 대화, 상호신뢰, 사랑으로 한민족의 통일을 |저자 = 요한 바오로 2세 |역자 = |부제 = |이전 = |...
(차이 없음)

2012년 4월 14일 (토) 00:07 판

틀:제목

대통령 각하, 추기경 전하, 친애하는 한국인 여러분,

1. “벗이 있어 먼 데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쁨이 아닌가” 하는 말씀을 우리는 공자의 논어 첫머리에서 듣습니다. 이 말씀을 받아 “벗이 있어 먼 데로 찾아가면 그야말로 큰 기쁨이 아닌가” 하고 싶습니다.

대통령 각하의 후하신 말씀과 한국의 친애하는 벗들인 여러분이 베풀어 주신 따뜻한 환영에 감격하고 있습니다. 실은 한 5년 전에 로마에서 베드로의 후계자 직무를 맡게 된 이래 언젠가는 한국의 아름다운 강산과 정다운 겨레를 찾아 볼 은혜와 기쁨이 본인에게 베풀어지기를 늘 기원해 왔습니다. 또 여러분과는 언제나 마음으로 각별히 가깝게 느껴 온 터입니다. 이제는 여기 왔습니다. 여러분의 벗으로, 그리고 평화의 사도로, 여러분 나라 전체에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는 평화의 사도로 온 것입니다.

2. 여러분의 나라는 유구한 역사에 걸쳐 시련과 풍파를 무릅쓰고 언제나 새로이 일어설 줄 아는, 생명과 젊음에 넘치는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여러분의 겨레는 위대한 문화들과 강대한 이웃들을 상대하면서도 본연의 주체성에 충실하여 예술과 종교와 삶에 있어 두루 훌륭한 열매를 맺을 줄 안 겨레입니다. 여러분의 조상은 유교와 불교 등 압도적인 정신 세계를 받아들이면서도 이를 내 것으로 삼고, 높은 경지에 올라 살아 나가면서 남에게까지 전해 줄 줄 아는 조상이었습니다. 이는 원효와 서산, 퇴계와 율곡 같은 분들이 훌륭히 보여주는 바입니다.

오늘에 이르러 한국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이 놀랍게 꽃피는 것 역시 여러분 자신뿐 아니라 남들까지도 정신적으로 살찌울 것을 기약한다 하겠습니다. 여러분 나라에서 천주교가 맞는 200주년에 즈음하여 본인은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도 과연 한국 민족의 문화와 지혜와 품위에 그같은 넉넉한 보탬을 주리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