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자의 유서: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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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째 줄:
:And home has become no home to me……
::-R.Tagore
 
 
나가자! 집을 떠나서 내가 나가자! 내 몸과 내 마음아 빨리 나가자. 오늘까지 나의 존재를 지보(支保)하여준 고마운 은혜만 사례해두고 나의 생존을 비롯하러 집을 떠나고 말자. 자족심으로 많은 죄를 지었고, 미봉성(彌縫性)으로 내 양심을 시들게 한 내 몸을 집이란 격리사(隔離舍) 속에 끼이게 함이야말로 우물에 비치는 별과 달을 보라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를 우물가에다 둠이나 다름이 없다. 이따금 아직은 다죽지 않은 양심의 섬광이 가슴속에서, 머릿속에 번쩍일 때마다 이 파먹은 자취를 오! 나의 생명아! 너는 얼마나 보았느냐! 어서 나가자! 물든 데를 씻고 이즈러진 데를 끊어버리러 내 마음 모두가 고질을 품고 움직일래야 움직일 수 없는 반신불구가 되기 전에 나가자! 나가자! 힘자라는 데까지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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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무를 다하고 이 구권을 가지게 된 그때가 비로서 나이란 한 사람 - 양심을 잃지 않는 한 개인 - 인 사람이 된다. 참으로 사람이 되려면 미봉과 자족으로 개돼지 노릇을 하는 가운데서 모든 기반을 끊고 나와야 한다. 내 몸속에 있는 개돼지의 성격을 무엇보다 먼저 부셔야 한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던 내 자신조차 아까움없이 부셔야 할 그 자리에서 무엇 그리 차마 버릴 수 없는 것이 있으랴.
 
오늘 다시 생각하여도 하늘을 보기 부끄러운 것은 나의 둔각(鈍覺)이었던 것이다. 알게 된 것이 한 자 길이가 되면 그 길이만치는 내가 살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 길이만치 살려면서도 그 앞에 이른바 서러운 장면으 ㅣ뒤에 올 성공을 미리 의아함에서 얻은 나겁으로나겁(懦怯)으로 말미암아 주저를 하다가 드디어 자족과 미봉으로 지나던 둔각 그것이다. 그 생황에서 이미 살게 되었으면 그 생활대로나 충실하게 살아야 할 것이지만 그리도 못하고 헛되게 시절을 저주하였으며 부질없이 생명을 미워하던 그 둔각이다. 말하자면 자연을 감식할 만한 그런 반성이 없었던 것이다. 개념에서 자낸 자각 - 입술에 발린 자각 - 이 넋 잃은 생활에서 무슨 그리 놀랄 만한 소리를 들려줄 수 있을 것인가?
 
 
언제든지 한번 오고는 말 이 기운이 하루 일찍 오늘에라도 오게 된 것을 나는 속마음 깊이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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