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DolphinL/작업실: 두 판 사이의 차이

내용 삭제됨 내용 추가됨
DolphinL (토론 | 기여)
이런
DolphinL (토론 | 기여)
편집 요약 없음
 
48번째 줄:
화정의 칠세손 되는 홍(洪)의 저서인 《산가청사(山家淸事)》에 의하면 당시 그의 생활은,
 
“舍三, 寢一, 讀書一, 治藥一, 後舍二, 一儲酒穀, 列農其山其, 一安僕役庖瘤, 稱是, 童一, 園丁二, 太十二足, 驢四蹄, 牛四角
이었다 하니 이 임처사에 비하면 심처사의 생활은 실로 10대0이다. 내 소유라고는 밭 한뙈기 논 한마지기도 없는 것은천하주지(天下周知)의 사실이다. 舍一, 妻一, 子二 이외에 톡톡 털어도 주머니 속에서는 희연(囍煙) 부스러기밖에 나올 것이 없는데 처자나마 나의 사유 재산이 아닌 바에야 실로 손꼽을 거리도 되지 못한다.
 
나는 생어장(生於長)을 서울서 한지라 외모와 감정까지 ‘서울놈’을 못 면한다. 철두철미 놀고 먹는 도회인의 타입인 것을 나 스스로 인정한다. 그러니 낙오자라고까지 저를 부르고 싶지는 않으나 도회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피천 한닢 없느 놈이 도회에서 명맥을 보전하려면, 첫째 바지런하고 참새굴레를 씌울만치나 약아서 백령백리(百怜百悧)해야 하고, 월급쟁이면 중역이나 간부의 보비위(補脾胃)를 하는 술책과, 무슨사업이라고 해보려면 돈있는 자에게 무조건하고 고두백배(叩頭百拜)하는 심법(心法)과 허리가 곡마단의 계집애처럼 앞으로 착착 휘는 재주를 습득해야만 할 뿐 아니라 겸하여눈뜬 놈 코 베어먹는 천재가 구비되어야만 비로소 입신양명을 할 수 있음은 만고에 변함이 없는 진리이요 철칙이다. 그렇건만 나는 성격상 이 위의 여러가지 조건 중에 하나도 들어맞는 것이 없다. 구렁이 제 몸 추듯이 나자신을 개결(介潔)한 선비요 청렴강직한 인물이라고 생가가느 것은 아니나, 아뭏든 천생으로 게을러 빨랑빠랑하지 못하고 이(利)를 탐하는데 눈이 밝지 못하고, 돈없어 아쉬운 줄은 알면서도 돈 자세(藉勢)하는 놈을 보면 속이 메스꺼워 입에 군침이 돌고, 권세있는 자의 앞에서는 고분고분하기는커녕 산돼지처럼 목덜미가 뻣뻣해진다. 그래서 한 고주(雇主)를 꾸준히 섬기지 못하고 수틀리면 누구 앞에서나 불평을 토하고, 심지어 심술을 불끈불끈 내는 밥 빌어먹을 성미 때문에 이 토박한 시골구석으로 조밥·보리밥을 얻어먹으려고 그야말로 남부여대(男負女戴)하고 기어드 것읻. 그러나 반드시 공명이나 명예감에 담박하기 때문에 도회에서 미끄러진 것도 아니니 내 일이면서도 무가내하(無可奈何)다.
 
도회는 과연 나의 반생에 무엇을 끼쳐주었는가! 술과 실연과 환경에 대한 환멸과 생에 대한 권태와 그릭 회색의 인생관을 주었을 뿐이다. 나 어린 로맨티스트에게 일찌감치 세기말적 기분을 길러주고 의지가 굳지 못한 희똑희똑하는 예술청년으로 하여금 찰나적 향락주의에 침륜(沈倫)케 하고, 활사회(活社會)에 무용(無用)의 장물(長物)이요 실인생(實人生)의 부유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