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무한록: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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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째 줄:
:이 마음도 구름과 함께 그 하늘에 헤매오우리
 
창공은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고 읽을 수 있는 아름다운 시요 그림이다. 그리고 신의 장막이요 영원의 스크린인 것이다. 누가 그 하늘을 바라보고 유연장대의유연장대(悠然壯大)의 느낌을 아니 가질 것이냐?
 
우리는 공연히 단칸방 속에 들어앉아 쓰러져가는 벽과 함께 단단하고 컴컴하고 산란한 고뇌와 우수와 명상에 빠질 것이 아니다.
86번째 줄:
10년 전 내가 백두산에 갔을 때이다. 백두산 절정에 올라 그 웅장한 천지(天池)에 어린 하늘 그림자를 볼 때, 또는 하늘의 구름이 천지에 가로 비침을 볼 때, 나는 비로소 하늘의 웅대를 깨달았다. 그 거룩하고 장대하고 고원한 리듬, 내가 무엇을 한들 이보다 더 엄숙한 감격에 넘칠 것이냐. 천지에 비치는 하늘 그림자는 성자의 얼굴이 아니면 신의 얼굴이었다. 내가 성자의 기도를 몇백번 듣고 또는 설교를 몇천번 듣기로 이보다 더한 감격에 묻힐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천지를 바라보고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창공 만세를 부른 때도 이때이다.
 
내가 고독의 반주자(伴奏者)로서 무장야(武藏野)에 해매일때이다. 길상(吉祥) ‘사정지두’(寺井之頭) 부근에는 10리 20리 새밭이 무성이 얽히어 있다. 나는 세상이 귀챃고 또는 모든 것이 희망이 없어서 날마다 그 새밭에 가 누워 있었다. 어느날은 주머니에 가성소다까지 가져가서 그만 영원히 꿈을 지으려고 하였다. 몇시간이나 새밭에 누웠다가 “에라 그만……”하고 일어났었다. 나는 그 순간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유유무한한유유무한대(悠悠無限大)한 창공 ― 나는 나의 작음을 생각하고 또는 “너는 왜 그리 조급한가?”하고 나의 갈청같이 엷은 마음을 조소하였다. 마침내 그 하늘 밑에 심기일전을 한 셈이다.
 
아! 창공 만세! 너는 나의 사랑이요, 내가 갈 영원의 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