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도강록: 두 판 사이의 차이

내용 삭제됨 내용 추가됨
Jjw (토론 | 기여)
Jjw (토론 | 기여)
1,620번째 줄:
오후가 되어 문을 나섰다. 여유롭게 길을 가니 고민이 사라진다. 기장 밭 가운데서 갑자기 조총 한 발을 쏘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이 황급히 문 밖으로 나와 살피니 어느 밭 가운데서 한 사내가 튀어 나오는데 한 손에 총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맷돼지 뒷 다리를 잡아 끌고 나온다. 점주는 이것을 보더니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오른 목소리로 "어찌하여 사냥감을 끌고 밭 가운데로 들어갔느냐?"하고 소리친다. 점주를 본 사내는 얼굴을 붉히면서 연신 죄송하다고 하더니 피가 철철 나는 돼지를 끌고 갔다. 점주는 우두커니 서서 섭섭하다는 듯 자꾸 탄식을 하였다. 내가 "저 사냥꾼은 어느 집 머슴이오?" 하고 물으니 점주는 "엄가네 머슴이오."한다. 내가 "그렇더라도 어찌 짐승을 쫓아 다른 사람 밭으로 들어간단 말이오. 기장 줄기라도 상하게 될 것을 사냥감을 죽인다고 미친듯 굴 수 있단 말이오. 당신들이 마땅히 돼지 값을 받아내야 하지 않겠소?" 하고 물으니 점주는 "어찌 받아내겠소. 호위해 줄 무리가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소."하고 대답한다.
 
강희제의 곡물 보호 제도는 지극히 엄하여 소나 말이 곡식을 밟으면 그 배를 물어내게 하고 가축의 주인에겐 곤장 60 대를 때리게 하며 양이나 돼지가 밭으로 들어가면 밭 주인은 그것을 잡아 들여 자기 것으로 삼을 수 있고 원래 주인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수레가 진흘진흙 구덩이를 비켜가기 위해 길가에서 밭으로 들어간 경우는 예외이기 때문에 밭 주인은 밭을 보호하려고 항상 도로를 잘 관리하여 놓는다고 한다.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