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도강록: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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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렴이 걷히더니 처녀 한 명이 나온다. 얼굴 모습을 보니 스무살은 넘어 보였다. 처녀도 부풀려 올린 머리를 하고 비녀를 꽂았는데 위에서 말한 여자의 모습과 비슷하였고 얼굴 또한 몹시 못생겼지만 살결은 희고 맑았다. 쇠주발을 들고 녹색 질그릇을 기울인다. 기장으로 지은 밥을 한 그릇 가득 담았고 쇠주발엔 물이 담겼다. 서쪽 벽에 있는 의자에 앉아 밥을 먹으며 파뿌리를 몇 개를 비벼 잎을 장에 담구더니 반찬 삼아 먹는다. 목 뒷덜미를 뒤룩뒤룩 거리며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데 부끄러운 기색도 없다. 해마다 동쪽 사람들을 보아와서 대수롭지 않은 익숙한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뜰은 수백 간 넓이다. 오래 내린 비에 진흙이 들이칠 수 있어서, 본래는 작은아무 것은짝에도 바둑알쓸모 만하고 큰 것은 되새 알 만한없을 물에 닳은 강변 돌들을, 본래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을 것이나돌들로 색깔과 모양 대로 골라 문 근처에 깔아서 봉황을 그려 놓아장식도 겸하면서 진흙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 놓았다. 작은 것은 바둑알 만하고 큰 것은 되새 알 만하다. 무엇도 버리는 물건이 없다는 것을 이런 일을 보아도 알 만 하다. 닭들은 모두 털이며 깃털을 쪽집게로 다 뽑아서 맨살이 드러난 채 이리 저리 돌아다녀 볼썽사납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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