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留行, 與鄭進士, 周主簿, 卞君, 來源, 趙主簿, 學東, 上房乾粮判事, 賭紙牌以遣閒, 且博飮資也。 諸君以余手劣, 黜之座, 但囑安坐飮酒, 諺所謂, 光但喫餠也。 尤爲忿恨, 亦復柰何。 坐觀成敗, 酒則先酌也, 非惡事。
 
時聞間壁婦人語, 聲嫩囀嬌愬, 燕燕鶯鶯, 意謂主家婆娘, 必是絶代佳人。 及爲歷翫堂室, 一婦人五旬以上年紀, 當戶據牀而坐, 貌極悍醜。 道了「叔叔千福。」 余答道 「托主人洪福。」 余故遲爲, 玩其服飾制度, 滿髻揷花, 金釧寶璫, 略施朱粉, 身着一領黑色長衣, 遍鎖銀紐, 足下穿一對靴子, 繡得草花蜂蝶, 葢滿女不纏脚, 不着弓鞋。
 
簾中轉出一個處女 年貌似是廿歲以上 處女髻髮中分綰上, 以此爲辨, 貌亦傑悍, 而肌肉白淨 把鐵鏇子, 傾綠色瓦盆 滿勺了薥黍飯, 盛得一椀, 和鏇瀝水 坐西壁下交椅, 以箸吸飯, 更拿數尺葱根, 連葉蘸醬, 一飯一佐 項附鷄子大癭瘤, 噉飯喫茶, 略無羞容 葢歲閱東人, 尋常親熟故也
 
庭廣數百間 久雨泥淖, 河邊水磨小石如碁子大黃雀卵者, 本無用之物, 而揀其形色相類者, 當門處錯成九苞飛鳳, 以禦泥淖 其無棄物, 推此可知 鷄皆毛羽脫落. 一如抽鑷, 往往肉鷄蹁跚, 醜惡不忍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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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사, 주주부, 변군, 내원, 조주부, 상방 건량판사인 학동 등과 쉬는 틈에 술값 내기 투전을 했다. 여럿이 내가 투전에 서툴다며 자리에서 밀어내고는 그저 앉아서 술이나 마시라고 한다. 이른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란 소리다. 슬쩍 배알이 뒤틀렸지만 어쩌랴. 앉아서 남이 따는 것을 구경하며 술은 내가 먼저 마시니 나쁘지 않다.
 
이때 벽틈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리따운 목소리로 지저귀듯 연연앵앵하는데 이 집 주인 댁 여성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목소리가 저렇게 고우니) 분명 엄청난 미인일 것이다. 장난삼아 소리가 들리는 집 쪽으로 가 보니 오십 세 가량 되어 보이는 한 부인이 그 집 마루에 걸터앉아 있는데 더 할 수 없이 못생긴 얼굴이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하기에 나는 "주인께서도 안녕하시지요?"하고 대답하였다. 나는 천천히 지나며 옷이며 장신구 모습을 살펴 보았다. 부풀려 올린 머리에 꽃비녀를 꽂았고 금팔찌와 보석 귀고리를 하고 붉은 분으로 가볍게 화장하였는데 검은 색 창파오를 입고 은으로 만든 사슬 허리띠를 두르고 발 아래 신발을 벗어 두고 꽃과 나비를 수놓고 있었다. 만주족 여자들은 전족을 하지 않기 때문에 궁화를 신지 않는다.
 
주렴이 걷히더니 처녀 한 명이 나온다. 얼굴 모습을 보니 스무살은 넘어 보였다. 처녀도 부풀려 올린 머리를 하고 비녀를 꽂았는데 위에서 말한 여자의 모습과 비슷하였고 얼굴 또한 몹시 못생겼지만 살결은 희고 맑았다. 쇠주발을 들고 녹색 질그릇을 기울인다. 기장으로 지은 밥을 한 그릇 가득 담았고 쇠주발엔 물이 담겼다. 서쪽 벽에 있는 의자에 앉아 밥을 먹으며 파뿌리를 몇 개를 비벼 잎을 장에 담구더니 반찬 삼아 먹는다. 목 뒷덜미를 뒤룩뒤룩 거리며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데 부끄러운 기색도 없다. 해마다 동쪽 사람들을 보아와서 대수롭지 않은 익숙한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뜰은 수백 간 넓이다. 오래 내린 비에 진흙이 들이칠 수 있어서, 본래는 작은 것은 바둑알 만하고 큰 것은 되새 알 만한 물에 닳은 강변 돌들을, 본래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을 것이나 색깔과 모양 대로 골라 문 근처에 깔아서 봉황을 그려 놓아 진흙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 놓았다. 무엇도 버리는 물건이 없다는 것을 이런 일을 보아도 알 만 하다. 닭들은 모두 털이며 깃털을 쪽집게로 다 뽑아서 맨살이 드러난 채 이리 저리 돌아다녀 볼썽사납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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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紙牌(지패): 종이로 만든 패를 이용한 놀이. 투전. 중국에서 전해진 놀이가 조선에서 새로운 규칙으로 정리된 것이다. 마치 일본의 화투가 한국에 넘어와 다른 규칙을 가진 놀이가 된 것과 유사하다. 놀이 방법에 여러 가지가 있었다고 하나 전해오는 방법은 다섯 장의 패에서 세 장으로 10의 배수를 만들고 나머지 두 장으로 끗수를 겨루는 오늘날의 "도리짓고땡"과 같은 방법이 있다.
* 長衣(장의): 만주족 전통 의상인 [[:w:창파오|창파오]](長袍).
* 纏脚(전각): 여성의 발을 강제로 옭아매 굽은 모양으로 만드는 [[:w:전족|전족]](纏足). 중국 한족 중상층의 풍속이었다.
* 弓鞋(궁화): 전족한 발에 알맞게 제작된 굽은 신.
* 葱根(총근): 파뿌리.
* 鷄子(계자): 목 뒷덜미.
* 癭瘤(영류): 뒤룩하게 찐 살.
* 尋常(심상): 대수롭지 않고 예사로움.
* 親熟(친숙): 친근하고 익숙함.
* 羞容(수용): 부끄러워 하는 얼굴.
* 碁子(기자): 바둑돌.
* 黃雀(황작): [[:w:되새|되새]]
* 醜惡不忍見(추악불인견): 여기서 추악은 그저 생김새가 못생겼다는 뜻으로 쓰였다. 목불인견(目不忍見), 즉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이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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