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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계유 아침에 안개가 끼었다 저녁에 갬.
 
구련성을 출발하여 30 리를 가니 금석산점심 밑의무렵 금석산 중화에밑에 다달았다다다랐다. 30리를 더 가 총유에서 노숙하였다.
 
새벽이 되어 안개를 무릅쓰고 출발하였다. 상판사의 마두 득룡이 다른 말 모는 사람 무리들에게 강세작 이야기를 하였다. 안개 속에서 멀리 금석산을 가리키며 "저 곳이 형주 사람 강세작이 숨어 살던 곳이오" 한다. 그 이야기가 자못 흥미진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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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숨김|제목 = 낱말풀이}}
* 中火(중화): 점심.
* 癸酉(계유): 60 간지 가운데 10 번째.
* 金石山(금석산), 중화(中火), 총유(葱莠): 현재는 지명이 달라져 정확한 위치가 어딘지 알기 어렵다.
* 上判事(상판사): 왕실의 종친을 담당하던 돈녕부의 판사인 판돈녕부사를 말한다. 종1품의 관직이었다.
* 康世爵(강세작): 명나라의 유민으로 조선에 들어와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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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background-color: #FAFAFA; border: 1px solid #808080; padding: 5px; ">
중화에점심에 강영태의 집이 있다. 영태는 23 세로 스스로를 민가라 부르는 한인이다. 민가라 불리는 사람들을 만주족은 기하라고 하였다. 희고 밝은 피부에 잘 생겼고 양금 연주를 잘했다. "글은 읽었는가?"하고 물으니 "사서를 독송하였지만 아직 '강의'는 배우지 않았습니다." 한다. 그가 말하는 책을 독송하고 강의를 배우는 두 가지 방법은 우리 나라에서 초급 학습자가 배울 때 음과 뜻을 함께 익히는 것과 다르다. 중원의 초급 학습자는 먼저 사서의 구절들을 통째로 암송하고 암송이 익숙해 지면 스승에게 그 뜻을 배우는데 이를 "강의"라고 한다. 설령 평생 동안 강의를 배우지 못하더라도 구절들은 암송하고 있기 때문에 매일 매일 관용어로 사용한다. 세계 각지의 외국어 가운데 한어가 가장 쉬우니 이 또한 유리하다.
 
영태의 집은 물을 뿌려 청소하여 두었고 다채롭게 치장하여 가지가지 물건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마루 위의 깔개는 모두 용과 봉황을 그린 모직 담요로 의자며 걸상을 덮었고 이불은 모두 비단이었다. 뜰 가운데 대나무를 잘게 쪼개어 만든 차일을 치고 사방으로 누르스름한 발을 걸어 내렸고, 그 앞으로 석류 대여섯 그루가 늘어서 있었다. 그 가운데 흰색 석류가 만개하였다. 또 다른 나무 한 그루는 잎이 동백처럼 생겼는데 열매는 탱자와 닮았다. 이름을 물으니 무화과라고 한다. 쌍쌍이 꼭지를 나란하게 하여 열매가 달리는데, 꽃 없이 열매를 맺어 그렇게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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舟渡三家河。 舟如馬槽, 全木刳成, 無櫓槳。 兩岸立丫木, 橫截大繩, 緣繩而行, 則舟自來往。 馬皆浮渡。 又舟渡劉家河, 中火黃河庄 午極熱 馬渡金家河, 所謂八渡河也 林家臺, 范家臺, 大小方身 五里十里之間 村閭相望, 桑麻菀然 時方早黍黃熟, 薥黍發穗, 而皆刈去其葉以飼馬騾, 亦所以爲黍柄, 養其全氣也 到處有關廟 數家相聚, 必有一座大窰以燒甎 范印晒曝, 新舊燔燒, 處處山積 葢甓爲日用先務也
 
少憩典當舖 主人引至中堂, 勸一椀熱茶 位置多異玩, 設架齊梁, 整置所典之物, 皆衣服也 褓裹付紙籤, 書物主姓名別號, 相標, 居住, 再書某年月日典當某件子, 某字號舖親手交付云云 其利殖之法, 無過什二, 過期一朔, 許賣 典當題著金字柱聯曰, 洪範九疇先言富, 大學十章半論財。」 以薥黍柄, 巧搆樓閣, 置艸蟲一枚, 以聽鳴聲 簷端懸彫籠, 養一異鳥 是日行五十里 宿通遠堡 卽鎭夷堡也
 
是日行五十里, 宿通遠堡, 卽鎭夷堡也。
 
少憩典當舖 主人引至中堂 勸一椀熱茶 位置多異玩 設架齊梁 整置所典之物 皆衣服也 褓裹付紙籤 書物主姓名別號 相標居住 再書某年月日典當某件子 某字號舖親手交付云云 其利殖之法 無過什二 過期一朔 許賣 典當題著金字柱聯曰 ‘洪範九疇先言富 大學十章半論財’ 以薥黍柄 巧搆樓閣 置艸蟲一枚 以聽鳴聲 簷端懸彫籠 養一異鳥 是日行五十里 宿通遠堡 卽鎭夷堡也
</big>
 
<div style="background-color: #FAFAFA; border: 1px solid #808080; padding: 5px; ">
배로 삼가하를 건넜다. 배는 말구유처럼 생겼는데 모두 나무를 파서 만든 것으로 배를 저을 노나 삿대가 없었다. 아(丫)자 모양의 나무를 양 강가에 세우고 밧줄 하나를 가로 질러 놓고는 줄을 잡아 당기며 가는데 마치 배가 스스로 오가는 것 같았다. 말은 모두 헤엄쳐 건너게 하였다. 다시 배로 유가하를 건너고 점심에 황하장에 도착하였다. 오후가 되자 몹시 더웠다. 말로 금가하를 건넜는데 팔도하라고도 하였다. 임가대니 범가대니 크고 작은 마을이 5 리 또는 10 리 마다 놓여 있었다. 마을 길에는 뽕나무며 삼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져 마주보고 있다. 한창 기장이 누렇게 말라가며 이삭이 패어 가는데 잎은 모두 배어다가 말과 노새의 먹이를 삼고 이삭 자루는 수확하여 양식을 삼으니 (버리는 것 없이) 모두 이용하였다. 여기 저기에 관제묘가 있다. 몇 집이라도 모여 마을을 이루면 반드시 커다란 벽돌을 굽는 가마 하나가 놓여 있다. 한 켠에는 진흙으로 갖 찍어낸 것을 볕에 쬐어 말리고 새로 구운 것과 예전에 구운 것을 곳곳에 산처럼 쌓아두었다. 벽돌을 만드는 것이 매일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이다.
 
전당포에서 잠시 쉬었다. 주인은 (자신이 일을 보고 있는) 중당으로 불러 뜨거운 차 한 사발을 권한다. 다채로운 볼거리가 놓여 있고 들보에 사다리가 있는 시렁을 만들어 전당 잡은 물건들을 가지런히 정돈하여 두었는데 모두 의복이었다. 보자기로 싸고 종이쪽을 달아 전당 잡은 물건 주인의 이름과 별호, 생김새, 주소를 쓰고 다시 몇 년 몇 월 몇 일에 이러이러한 물건을 전당 잡았다는 기록과 물건 주인이 어느 전당포에 손수 이를 전당하였다 등등을 기록하였다. 이자는 10 분의 2를 넘기지 못하고 한 달이 지나도 갚지 못하면 판매가 허용되었다. 전당포 입구의 기둥에 금 글씨로 "홍범구주도 재물을 먼저 말하였고 《대학》 열 개의 장도 절반은 재물을 논한다."는 주련이 붙어 있다. 기장 줄기를 교묘하게 꼬아 누각 모양을 만들고 풀벌레 한 마리를 넣어 우는 소리를 들었다. 처마 끝에 조롱을 매달아 이상하게 생긴 새 한 마리도 길렀다.
 
이날 50 리를 행차하여 통원보에서 머물렀다. 진이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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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숨김|제목 = 낱말풀이}}
* 櫓槳(노상): 배 젓는 노와 삿대.
* 黍(서): [[:w:기장|기장 (식물)]]. 쌀, 보리, 콩, 조와 함께 오곡의 하나이다. 기장의 낱알은 무게를 재는 가장 작은 단위로도 쓰였다.
* 到處(도처): 여러 곳.
* 關廟(관묘):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의 사당. 관우는 중국 민간에서 액운을 막고 재물을 모으게 해 주는 신으로 추앙되었다. 명나라 시대에 관우를 모시는 사당을 짓기 시작하여 청나라 시대에도 계속되었다. [[:w:관제묘|관제묘]]라고도 한다.
* 中堂(중당): 가게나 관공서에서 사무를 보는 집.
* 架(가): 시렁. 물건을 놓기 위해 만든 선반.
* 紙籤(지첨): 내용물을 나타낸 종이 조각. 태그.
* 別號(별호): 본래의 이름 대신 쓰기 위해 지어 부르는 이름. 예를 들어 박지원의 별호는 연암이다. 중국과 조선은 부모가 지어준 이름은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에 서로를 별호로 불렀다.
* 利殖之法(이식지법):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를 붙이는 방법.
* 柱聯(주련): 기둥이나 벽을 장식하기 위해 쓴 글.
* 洪範九疇(홍범구주): [[:w:홍범구주|홍범구주]]는 중국 하나라 [[:w:우 (하나라)|우왕]]이 남겼다는 정치 도덕의 아홉 가지 원칙이다.
* 大學十章(대학십장): 《[[대학]]》은 유교의 경전인 사서오경의 하나이다. 전당포의 주련은 고리대금업이라고 손가락질 받기 일쑤인 전당포의 주인이 자신의 사업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낸 것이다.
* 通遠堡(통원보): 중국 요동 지역의 군사 요충지인 동팔참의 하나. 동팔참은 진강성(鎭江城)-탕참(湯站)-책문(柵門)-봉황성(鳳凰城)-진동보(鎭東堡)-통원보(通遠堡)-연산관(連山關)-첨수참(甛水站)-요동(遼東)-십리보(十里堡)-심양(瀋陽)으로 이어지는 사신 행차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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