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도강록: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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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가 드넓고 평탄한데 비록 농사를 짓지 않았으나 곳곳에 땔나무를 배어 내고 대패질을 한 잔해가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소 발굽 자국과 수레 자국이 거침없이 풀 사이를 지난 것을 보니 이미 책문 근처인 것을 알 수 있었고 주민들이 평소에 책문 밖을 나와 돌아다니는 것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말을 달려 일곱 여덟 리를 가니 책문 밖에 닿았다. 양이며 돼지가 산을 두를 지경이었고 아침밥 짓는 연기가 푸르게 감겨 오르는데 나무를 갈라 울타리를 쳐 경계를 표시하였다. 과연 (《시경》에 나오는 구절인) '절류번포 광부구구'(折柳樊圃, 狂夫瞿瞿 - "버들 가지를 꺽어 울타리로 삼으니 미친 사람도 두려워 하네"라는 구절과 같이 든든한 울타리)라고 할만 하다.
책문은 듬성듬성 나 있는 풀로 덮여 있었는데 널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책문에서 수십 걸음 떨어진 곳에 세 사신을 위한 장막이 세워졌다. 잠시 뒤에 방물이 도착하여 책문 밖 길 위에 쌓았다. 호인 무리가 구경하려고
은자의 무게를 확인하고 인원을 점검하는데 모여든 호인들이 물었다. "당신들 서울에서 몇 일이나 걸렸으며 오는 길에 내린 비는 피하였소? 집안은 두루 평안하오? (무역할 자금인) 포은은 받아 왔소?" 사람 마다 한 마디씩 하는 것이 한 입에서 나오는 것 같았는데 다투어 묻기를 "한 상공과 안 상공은 함께 오지 않았소?" 한다. 이렇게 묻는 몇 사람은 의주 상인들과 함께 하는 자들로 오랜 세월 연경에서 장사하여 모두 몹시 교활하고 연경에서 일어나는 일을 훤히 알았다. (이들이 부르는) 상공이란 것은 상인들이 서로를 높여 부르는 호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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