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제1장: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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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div class=prose>
<big>'''[[|제목 = 백두산]]'''</big>
|지은이 = [[글쓴이:조기천|조기천]]
 
|역자 =
 
|부제 = 제1장
 
|이전 = [[백두산/머리시|머리시]]
제1장
|다음 = [[백두산/제2장|제2장]]
 
|설명 =
 
}}
 
<poem>
'''1'''
 
고개 뒤에 또 고개-<br />
몇몇이나 있으련고?<br />
넘어넘어 또 넘어도<br />
기다린 듯 다가만 서라!<br />
한 골짜기 지나면<br />
또 다른 골짜기-<br />
이깔로 백화로 뒤엉켜 앞길 막노니<br />
목도군이 고역에 노그라지듯<br />
골짜기는 으슥히 휘늘어져 있어라!<br />
울림으로 빽빽하여 몇백 리<br />
백설로 아득하여 몇천 리-<br />
사나운 짐승도<br />
발길 돌리기 서슴어 하고<br />
날새도 고적에 애태우다<br />
날아날아 떠나고야 마는<br />
장백의 중중심처 홍산골-<br />
절벽 사이 칼바람에 쌓인 눈 우에<br />
뚜렷이 그려진 이 발자국,<br />
어디론지 북으로 북으로 가버린<br />
가없는 외로운 이 발자국-<br />
어느 뉘의 자취인가?<br />
눈보라에 길 잃었던 포수<br />
절망에 운명 맡긴 자취인가?<br />
어느 뉜지 북으론 웨 갔느뇨?<br />
북에선 백두산이 백발을 휘날리며<br />
한설을 안아 뒤뿌려치는데,<br />
서리발로 한숨 쉬고 있는데!
 
 
'''2'''
 
눈 우에 뚜렷한 이 발자국<br />
눈여겨 살피라-<br />
그 속엔 절망의 흔적 없으리,<br />
지난 밤 흰 두루마기 사람들<br />
설피 신고 이곳 꿰어 북으로 갔으니<br />
사람은 몇백이나 되어도<br />
발자국은 하나만 남겨두고-<br />
그런데 오늘은 이 발자국 허물이며<br />
수십의 일제의 무리<br />
허리까지 눈무지에 빠지며<br />
≪토벌≫의 큰 불 밀림에 지르련다<br />
맨 앞엔 군견 두 마리 날뛰고<br />
그 뒤엔 안경이 번뜩이고<br />
또 그 뒤엔 서리어린 총부리와 총부리-<br />
≪대체 한 사람의 발자국뿐-<br />
모두 어디로 갔느냐 말이야!≫<br />
절벽에 안경을 두리번두리번-<br />
맨 앞놈의 중얼거림<br />
≪글쎄요… 신출귀몰은…≫<br />
옆놈의 대답 끝나기도 전에<br />
≪땅≫- 총소리<br />
얼어든 대기를 깨뜨린다.<br />
≪안경≫이 눈에서 다리도 못뺀 채<br />
경례나 하듯이 꺼꾸러진다.
 
 
'''3'''
 
그다음…<br />
그담엔 홍산골이 터졌다-<br />
총소리, 작탄소리, 기관총소리,<br />
놈들의 아우성소리!<br />
그담엔 절벽이 무너졌다<br />
다닥치며 뛰치며 부서지며<br />
바위돌이 골짜기를 쳐부신다,<br />
≪만세!≫ ≪만세!≫- 골안을 떨치며<br />
산비탈에 숨었던 흰 두루마기들<br />
나는 듯이 달려내렸다<br />
여기서도 돌격의 ≪악!≫<br />
저기서도 ≪악!≫ ≪악!≫<br />
설광과 마주치는 날창<br />
번개같이 서리찬 하늘을 찢는다.<br />
≪동무들!<br />
한 놈도 놓치지 말라!≫<br />
이것은 작렬되는 육박의 첫 구령소리,
 
 
'''4'''
 
산비탈 바위 우에<br />
청년 한 분 버쩍 올라선다<br />
후리후리한 키꼴에<br />
흰 두루마기자락이<br />
대공으로 솟아오르려는<br />
거센 나래같이 퍼덕이는데<br />
온몸과 팔과 다리-<br />
모두 다 약진의 서술에 불붙고<br />
서리발 칼날의 시선으로<br />
싸움터를 단번에 쭉- 가르며<br />
≪한 놈도 남기지 말라!≫<br />
그이는 부르짖었다<br />
바른손 싸창을<br />
바위 아래로 번쩍이자<br />
마지막 발악쓰던 원쑤 두 놈이<br />
미끄러지듯 허적여 뒤여진다-<br />
≪한 놈도 남기지 말라!≫<br />
그이는 재쳐 부르짖었다.<br />
이는 이름만 들어도<br />
삼도일제가 치떠는<br />
조선의 빨찌산 김대장!<br />
이는 장백을 쥐락펴락하는,<br />
태산을 주름잡아 한손에 넣고<br />
동서에 번쩍!<br />
천리허의 대령도 단숨에 넘나드니<br />
축지법을 쓴다고-<br />
북천에 새 별 하나이 솟아<br />
압록의 줄기줄기에<br />
그 유독한 채광을 베푸노니<br />
이 나라에 천명의 장수 났다고<br />
백두산두메에서 우러러 떠드는<br />
조선의 빨찌산 김대장!
 
 
'''5'''
 
육박의 불길 멎었을 때<br />
밀림의 주인공 빨찌산들<br />
주섬주섬 원쑤의무기 거둔다<br />
몇 놈이나 복수의 칼 맞았느냐?<br />
몇 놈이나 빨찌산전법에<br />
≪천황폐하≫도 산산 줄달음에 팽개치고<br />
≪무사도≫도 갈 데로 가라-<br />
도망치다 엎드러졌느냐?<br />
≪한 놈도 빼우지 않았습니다≫<br />
철호의 보고<br />
≪놈들은 이번에도<br />
무장 바치러 왔지!≫<br />
김대장의 높은 말소리<br />
그리곤 호탕한 웃음소리-<br />
≪하…하…하≫<br />
함박꽃인 양 그 웃음소리<br />
떨기떨기 내려져 눈 우에 꽂기는 듯!
 
 
'''6'''
 
이날 밤에 눈이 내렸다-<br />
하늘도 땅도 바위츠렁도<br />
홍산골 싸움터도<br />
눈 속에 묻히였다.<br />
이깔밭만 칠월의 꽃피는 삼밭이 되고<br />
대부동 고목에도 때아닌 꽃이 피다<br />
이 밤 빨찌산부대<br />
나흘 만에 천막에 들다!<br />
내굴냄새 웨 그리도 구수하고<br />
모닥불도 불꽃채로 품 속에 껴안을 듯,<br />
이날 밤 대장이 든 천막엔<br />
새벽까지 등불이 가물가물…<br />
허더니 아침엔 눈보라치는데<br />
정치공작원 철호 먼길 떠났다.<br />
전송하는 대장의 말-<br />
≪철호 조심하오! 믿소!≫<br />
덤썩 틀어쥐는 대장의 손길<br />
심장 속에 해발을 일으켜라,<br />
해는 눈보라 속에 숨어 있어도<br />
추위는 박달같이 땅을 얼궈도-
 
 
'''7'''
 
눈보라…눈보라…<br />
겨울이 마지막 악을 쓴다<br />
무엇이나 찾는 듯 골짜기에서<br />
이리저리 헤매다가도<br />
잣솔을 뒤잡아흔들며<br />
잉-잉 통곡치누나…<br />
자작나무 휘여잡고<br />
못살겠다 몸부림치다가도<br />
노한 짐승같이 절벽에 달려드누나…<br />
절벽에 달려들어선<br />
쳐부시고 딩굴고 물어뜯다가는<br />
산등에 올라 미친 듯 아우성치며<br />
하늘도 땅도 휩쓸어가지고<br />
동남으로 줄달음치누나!<br />
눈보라…눈보라…<br />
네야 산 넘고 골 지나 또 지나<br />
압록강까지 이르리라!<br />
너를 동무 삼아<br />
철호 저 산 넘으리!<br />
압록을 건너 조상의 땅 밟으리!<br />
눈보라! 눈보라!<br />
듣느냐?<br />
너는야 철호를 도와주거라-<br />
너도 장백의 눈보라 아니냐!<br />
철호는 멀리도 간단다<br />
국경선 H시도 그의 길에 놓였고<br />
성진 함흥도 가야만 되고,<br />
너 장백의 눈보라야!<br />
불어 또 불어 철호를 감추라-<br />
일제를 기절케 하라.<br />
불어 또 불어 철호를 건네우라<br />
압록강을 건네우라!
</po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