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시집)/맘에 있는 말이라고 다 할까 보냐
하소연하며 한숨을 지으며
세상을 괴로워하는 사람들이어!
말을 나쁘지 않도록 조히 꾸밈은
달아진 이 세상의 버릇이라고, 오오 그대들!
맘에 있는 말이라고 다 할까보냐.
두세 번(番) 생각하라, 위선(爲先) 그것이
저부터 밑지고 들어가는 장사일진댄.
사는 법(法)이 근심은 못 갈은다고,
남의 설움을 남은 몰라라.
말 마라, 세상, 세상 사람은
세상에 좋은 이름 좋은 말로서
한 사람을 속옷마저 벗긴 뒤에는
그를 네길거리에 세워 놓아라, 장승도 마치한가지.
이 무슨 일이냐, 그날로부터,
세상 사람들은 제각금 제 비위(脾胃)의 헐한 값으로
그의 몸값을 매마쟈고 덤벼들어라.
오오 그러면, 그대들은 이후에라도
하늘을 우러르라, 그저 혼자, 섧거나 괴롭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