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구멍 피리며 앉으랑 꽃병
동그란 밥상이며 상을 덮은 흰 보자기
아내가 남기고 간 모든 것이 고냥 고대로
한때의 빛을 머금어 차라리 휘휘로운데
새벽마다 뉘우치며 깨는 것이 때론 외로워
술도 아닌 차도 아닌
뜨거운 백탕을 훌훌 마시며 차마 어질게 살아 보리

아내가 우리의 첫 애길 보듬고
먼 길 돌아오면
내사 고운 꿈 따라 횃불 밝힐까
이 조그마한 방에 푸르른 난초랑 옮겨놓고
나라에 지극히 복된 기별이 있어 찬란한 밤마다
숱한 별 우러러 어찌야 즐거운 백성이 아니리

꽃잎 헤칠수록 깊어만 지는 거울
호올로 차지하기엔 너무나 큰 거울을
언제나 똑바로 앞으로만 대하는 것은
나의 웃음 속에
우리 애기의 길이 틔어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