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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히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유구한 역사를 가진 대우주(大宇宙)의 정체와 그 변화에 대한 신비성은 예부터 인류에게 크나큰 호기심과 경이감을 주어 왔다. 특히 행성(行星)의 운행, 신성(新星)과 혜성(彗星)의 발견 등은 그 진상을 규명하지 못하여, 고대인들은 미신과 점괘(占卦)에 결부시켜서 예언에 이용하였다.

그러나 인류의 탐구심은 이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고, 과학적 고찰이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고대 그리스 문명이나 중세의 문예부흥에서 모든 다른 학문보다 가장 먼저 우주체계(宇宙體系)가 논의되었다는 사실로 보더라도, 인류는 우주의 신비성에 대하여 가장 깊이 느꼈던 까닭일 것이다. 시대가 지남에 따라서 사람의 지혜도 발달되고, 자연현상을 관념론에서 떠나 사실의 관측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리하여 천문현상을 자세히 관측하고 과학적으로 연구함으로써 천문학(天文學)이라는 학문을 건설해 온 것이다.

즉 천문학은 천체를 연구대상으로 하여 이에 관한 일체의 지식에 체계를 세운 학문이다. 우주를 통틀어서 연구하는 자연과학은 천문학밖에 없다.

천문현상은 인공에 의하여 마음대로 일으키거나 변화시킬 수는 없으므로, 천문학은 실험과학(實驗科學)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관측과학(觀測科學)이다.

천체의 관측에는 우수한 광학망원경, 정밀한 사진시설 및 전파망원경들의 관측기구가 필요하게 되고, 그 이론적 규명에는 광학·역학 등의 고전물리학과 수학 및 현대 물리학들의 학문이 동원되어야 한다.

천문학은 물리학·수학·화학 및 사진술에 여러 가지 문제를 제공함으로써 자극시켜 주었다. 반대로 이들의 학문은 천문현상을 이론적으로 규명하기 위하여 자기의 학문을 깊고 넓게 확장시켜 가면서 해결하여 나갔다. 이리하여 미신과 점성술(占星術)에 굳게 붙어 있던 천문현상이 점차로 과학화해 왔다. 그러나 천문현상에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너무도 많다.

천문학이 우리의 생활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에 대하여는 비교적 국한되어 있다. 정확한 시보(時報), 역(歷)의 편찬, 측량(測量), 지도의 작성, 항해술과 항공술 등에 이용되는 정도이다. 그나마도 이들의 일은 국한된 몇몇 전문가만 있으면 넉넉하고, 모든 사람이 알아두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현재 세계 각국에서 초등학교로부터 대학 교양학부에 이르기까지 과학교재 중 천문교재의 상당한 양(量)을 도입한 이유는 이 교재의 교육적 가치가 매우 크다는 데에 있다.

첫째,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본질을 가장 광대하고 유구한 시공세계(時空世界)에서 찾음으로써 좌표계(座標系)에 대한 근본개념을 파악하고 자연과학적인 인식의 기초를 체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항상 공간축(空間軸)과 시간축(時間軸)의 교점에서 우주를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천문학이 현대의 정밀과학의 원형이라는 점이다. 멀리 희미한 성운에서 오는 빛을 받아서 사진을 찍고 이것을 분석하는 일도 세밀한 일이지만, 특히 역법(曆法)에서 다루는 유효수치는 그 자릿수가 엄청나게 크다는 데에 놀랄 것이다. 셋째, 천문학의 연구방법이 가장 넓은 범위에 걸쳐서 연역적인 동시에 귀납적이고, 분석적인 동시에 종합적이므로 과학적 훈련에 매우 좋다. 넷째, 세계 각국에서 동일 천체현상을 대상으로 관측하고 연구할 수 있으므로 국제적 협조의 좋은 자료이다. 다섯째, 천문학사(天文學史)를 통하여 고대인이 가졌던 우주관(宇宙觀)과 인생관의 변천을 알 수 있으며, 이와 동시에 천문학은 현대인으로서의 우주관·인생관·철학관을 확립하여 인격의 소유자가 되기에 도움을 준다.

백만년 미만 되는 인류의 역사는 유구한 우주의 연령에 비하면 너무나 짧다. 그 동안 우주는 꾸준히 변천하여 왔으며, 현재도 변하여 가고 있다. 태양을 비롯한 모든 별들은 점차로 늙어가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새로운 별들이 생기는 증거도 보인다. 현대의 과학으로는 우주는 팽창하는 중이고, 은하계를 비롯한 수많은 은하가 회전하고 있다고 설명된다. 지구와 달의 공전주기에도 미미한 변동이 있는가 하면, 태양의 흑점도 그 수효와 형상이 항시 달라진다. 이와 같이 우주는 항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주가 과거에 어떠한 방법으로 생겨났으며, 현재의 상태는 어떠한 것인지, 또 장래 어떻게 진화될 것인지는 구구한 학설이 있을 뿐이고, 그 이하의 많은 현상도 더욱 연구가 없이는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우주개발(宇宙開發)이라는 거창한 사업 때문에 우주공학(宇宙工學)과 우주의학(宇宙醫學)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부산물로 생기고, 재료과학(材料科學)이 갑자기 발달되었다. 또 거대과학진(巨大科學陣)을 동원할 줄 알았고, 방대한 정보를 재빨리 처리하는 훈련을 받았다.

얼핏 보아서 무질서한 듯이 느껴지는 천문현상에는 질서와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의 사회도 이러한 천리(天理)에 발맞추어 나아가기를 바란다.

<李 殷 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