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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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물공급계약의 법적 성질과 그에 대한 적용 법률

【판결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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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의 주문에 따라 자기 소유의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물건을 공급할 것을 약정하고 이에 대하여 상대방이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이른바 제작물공급계약은, 그 제작의 측면에서는 도급의 성질이 있고 공급의 측면에서는 매매의 성질이 있어 이러한 계약은 대체로 매매와 도급의 성질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그 적용 법률은 계약에 의하여 제작 공급하여야 할 물건이 대체물인 경우에는 매매로 보아서 매매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나, 물건이 특정의 주문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부대체물인 경우에는 당해 물건의 공급과 함께 그 제작이 계약의 주목적이 되어 도급의 성질을 띠는 것이다.

【참조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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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563조, 제664조


【참조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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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7. 7. 21. 선고 86다카2446 판결(공1987, 1380)

대법원 1990. 3. 9. 선고 88다카31866 판결(공1990, 859)


【전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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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피상고인】 주식회사 세화환경


【피고,상고인】 정림 디·에스·피·산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건호)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4. 7. 14. 선고 93나50118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피고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그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에 터잡아 원·피고가 이 사건 장치공사 도급계약시 중원산업에 설치된 장치와 동일한 기종을 제작 공급하기로 한 약정은 대체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기계장치의 견본매매계약이라고 판단하고, 이어서 다량 제작되어 판매되는 공산품 매매의 경우와는 달리 소량으로 주문제작되어 대체가 어려운 기계장치의 공급계약의 경우에는 매수인으로서는 성능 및 기종의 특정을 위하여 견본으로 제시된 장치상에 계약된 성능에 이르지 못하는 하자가 있는 경우 그 하자를 계약된 장치상의 하자와 동일시할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매수인이 견본장치의 하자를 이유로 계약된 장치의 성능검사를 요구하면서 그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 매도인은 계약된 장치가 특정을 위해 견본으로 제시된 장치와는 다르다는 점을 증명할 계약상의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고, 더욱이 이 사건 장치공사 도급계약시 피고가 사용하는 모든 자재는 원고의 검사를 거쳐야 하고 또한 모든 제작품은 원고의 중간 검사를 받아 조립하기로 약정한 바 있으므로 중원산업의 장치상의 하자를 발견한 원고로서는 이 사건 장치의 설치 전에 피고에게 이 사건 장치에 대한 정상가동 가능성 확인을 위한 중간검사를 요구할 수 있는 계약상의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며, 더구나 피고가 중원산업에 제작공급한 장치상의 증발관이 순동으로 제작되어 있어 증발관 교체를 위하여 수시로 가동이 정지되는 사실을 알고 있던 중 피고의 이 사건 장치 제작공장에서 가져온 그 장치상의 주요부품인 증발관이 순동임을 확인한 원고로서는 그것이 시방서와 같이 구리니켈합금으로 제작되었는지 여부의 확인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경우 피고로서는 이 사건 장치의 설계에 앞서 원고의 요구에 따라 이 사건 장치가 중원산업에 설치한 장치와는 구조 및 설계, 성능이 다르며 증발관도 시방서대로 제작되었다는 점을 증명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거부한 채 이 사건 장치의 설치만을 고집한 것은 피고가 이 사건 장치공사 도급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원고가 이를 이유로 위 계약을 해제한 것은 적법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의 주문에 따라 자기 소유의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물건을 공급할 것을 약정하고 이에 대하여 상대방이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이른바 제작물공급계약은, 그 제작의 측면에서는 도급의 성질이 있고 공급의 측면에서는 매매의 성질이 있어 이러한 계약은 대체로 매매와 도급의 성질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그 적용 법률은 계약에 의하여 제작 공급하여야 할 물건이 대체물인 경우에는 매매로 보아서 매매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나, 물건이 특정의 주문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부대체물인 경우에는 당해 물건의 공급과 함께 그 제작이 계약의 주목적이 되어 도급의 성질을 띠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당원 1987. 7. 21. 선고 86다카2446 판결 참조).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은 대체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기계장치의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서 도급의 성질을 띠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를 견본매매라고 본 것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다.

3. 그런데, 원고의 이 사건 계약의 해제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계약서 제9조에 의한 약정해제권의 행사임이 기록상 명백하고, 위 계약서 제9조 제1항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시(C)항에 계약조건에 위반하여 그 위반으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를 들고 있으므로 피고가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계약의 조건을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위반으로 인하여 이 사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어야만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인바, 원심이 적법히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계약체결시 피고는 원고에게 이미 피고가 1991. 4. 20. 소외 중원산업(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과의 사이의 계약에 따라 대전 대덕구 대화동 413의 12 소재 소외 회사의 공장 내에 설치하기로 한 것과 동일한 기종의 폐수처리시설 및 순수제조장치를 설치하여 주기로 하되, 폐수처리용량은 시간당 25톤씩 1일 20시간씩 가동하여 1일 합계 500톤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폐수정화시설 처리 후의 수질의 오염도가 원심 판시 별지목록 2항 기재 수치 이하로 될 수 있는 기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증발관튜브는 니켈카퍼로 제작 설치하도록 약정한 사실, 그런데 1992. 3. 3. 소외 대전지방환경청에서 피고가 소외 회사와의 계약에 따라 1992. 2. 말경 소외 회사에 설치를 완료한 소외 회사의 폐수처리시설을 시험가동하여 위 폐수처리시설을 통과한 폐수의 오염도를 분석한 결과 C.O.D.를 포함한 20여 개 항목의 오염도가 원·피고 사이의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당시 약정한 기준치인 위 별지목록 제2항 기재 수치를 훨씬 초과한 같은 목록 제3항 기재의 수치를 기록할 뿐만 아니라 소외 회사에 설치된 위 폐수처리시설의 1일 가동시간 역시 4시간 정도에 불과하고, 이 사건 장치와 마찬가지로 중원산업장치의 가장 주요한 부품인 증발관튜브가 순동튜브로 설치되어 부식됨으로 인하여 그 교체를 위하여 수시로 가동 중지된 사실, 이러한 사실을 안 원고는 피고의 이 사건 장치 제작공장에서 가져온 증발관튜브를 검사한 결과 순도 99.75%의 구리로 제작되었음을 밝혀 내고 1992. 3. 28. 및 1992. 4. 21. 피고에게 위 중원산업에 설치된 장치의 성능확인을 구하였으나, 피고는 이에 응하지 아니하고 제작 조립된 이 사건 장치의 시운전을 위한 설치만을 고집하자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는 통보를 한 사실, 한편 피고는 원고와의 위 계약시 모든 제작품에 대하여 중간검사를 받아야 하고, 이 공사에 사용되는 모든 자재는 현장 반입 전에 원고의 승인을 얻은 다음 사용하도록 약정하였음에도 이러한 의무도 이행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이 시방서에 기재된 대로의 재료를 사용하지도 아니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위 계약에 규정된 중간검사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아니함으로써 위 계약상에 규정된 중간검사의무 등을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고, 또한 피고가 원고에게 설치하여 주기로 한 것과 같은 기종인 소외 회사에 설치한 장치의 성능이 앞서 본 바와 같이 계약 당시 원고와 피고가 약정한 이 사건 폐수처리장치의 성능에 훨씬 미달되어 이 사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장치의 주요한 부품인 증발튜브관이 시방서대로 제작되지 아니하고 위 소외 회사에 설치된 장치와 같이 순동으로 제작된 점, 원고는 피고에게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문제점들을 들어 피고가 소외 회사에 설치한 동일 기종의 기계장치의 성능 확인을 수차에 걸쳐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계속하여 이에 응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기계장치에는 위와 같은 중대한 문제점이 발생하여 이 사건 장치의 정상작동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위와 같은 문제점이 상당한 기간 내에 해결될 가망이 없었다고 보이므로 결국 이 사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며,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계약에 기한 약정해제권의 행사는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그 이유를 달리하지만 원고의 이 사건 계약의 해제가 적법하다고 인정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심리미진, 이유불비, 도급계약의 해제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논지는 결국 모두 이유 없다.

4. 이에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지창권(재판장) 천경송(주심) 안용득 신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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