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상해 [대법원 1994. 2. 22., 선고, 93도428, 판결] 【판시사항】 강제이득죄의 요건인 재산상 이익의 의미

【판결요지】 형법 제333조 후단의 강도죄, 이른바 강제이득죄의 요건인 재산상의 이익이란 재물 이외의 재산상의 이익을 말하는 것으로서 적극적 이익(적극적인 재산의 증가)이든 소극적 이익(소극적인 부채의 감소)이든 상관없는 것이고, 강제이득죄는 권리의무관계가 외형상으로라도 불법적으로 변동되는 것을 막고자함에 있는 것으로서 항거불능이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 협박을 그 요건으로 하는 강도죄의 성질상 그 권리의무관계의 외형상 변동의 사법상 효력의 유무는 그 범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고, 법률상 정당하게 그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도 강도죄에 있어서의 재산상의 이익에 해당하는 것이며, 따라서 이와 같은 재산상의 이익은 반드시 사법상 유효한 재산상의 이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외견상 재산상의 이득을 얻을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사실관계만 있으면 된다.


【참조조문】 형법 제333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7.2.10. 선고 86도2472 판결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백수일

【원심판결】 대구고등법원 1993.1.13. 선고 92노706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가. 이 사건 공소사실중, 피고인이 1992. 4. 25. 17:30경 당시 피고인이 입원해 있던 안동의료원 311호실에서 자신과 룸싸롱을 동업한 적이 있는 피해자 를 전화로 불러 오게 한 다음 / 가슴에 품고 있던 식칼을 피해자의 목에 들이대고 "위 룸싸롱을 경영하면서 손해를 보았으니 피고인의 채권자인 공소외 엄동수에게 금 20,000,000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지불각서를 쓰라"는 취지로 협박하다가 피해자가 망설인다는 이유로 위 칼로 피해자의 오른쪽 어깨를 1회 찔러 항거를 불능케하고 그로 하여금 위와 같은 취지의 지불각서 1매를 쓰게 한 다음 이를 강취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견갑부열상을 입힌 것이라는 강도상해의 점에 대하여,

나. 피고인이 위와 같이 피해자를 협박하여 지불각서 1장을 써 받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사실은 모두 인정되나

다. 피해자가 쓴 지불각서는 피고인이 가지고 있던 종이를 피해자에게 내놓고 칼로 위협을 하면서 부르는 대로 쓰라고 하여 피해자는 그대로 기재만 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각서의 재물로서의 소유권은 당초부터 피고인에게 있었다 할 것이고, 피해자가 그 종이 위에 채무부담에 관한 기재를 한 것만으로 그 각서의 소유권이 피해자에게 귀속한다거나 피고인이 피해자로 하여금 그와 같은 기재를 하게 한 행위가 곧 타인의 재물을 강취한데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라. 피고인의 행위가 재산상 이득에 관한 강취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의 점에 관하여는, 재산상 이득에 관한 강도죄가 성립하려면 예컨대 어음, 수표와 같은 유가증권에 강제로 서명날인하게 하여 이를 발행받는다거나 채무면제의 의사표시를 하게 하는 경우와 같이 폭행, 협박에 의한 피해자의 행위로 인하여 적어도 외형상으로나마 권리의무관계의 불법적인 변동이 있어야만 할 것이고, 설사 범인이 폭행, 협박에 의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강제로 어떤 행위를 하게 하였으나 그로 말미암아 권리의무관계의 외형적인 변동조차도 일어나지 아니하는 경우라면, 형법 제324조의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강도죄가 성립할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인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요하여 한 행위는, 피고인의 위 엄동수에 대한 채무를 피해자가 대신 부담하여 지급할 것을 강요하면서 피고인이 부르는 대로 받아 쓰도록 하여 "돈 20,000,000원을 1992.5.24.까지 엄동수에게 지불한다"는 내용의 증거서류를 만들어 내도록 한데 지나지 아니하고, 피해자가 그와 같은 지불각서를 피고인이 부르는 대로 받아 쓴 것만으로는 피고인이나 위 엄동수에 대하여 도대체 어떤 채무부담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위 엄동수의 승낙이 없이는 채무인수행위로서의 효력도 생기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그로써 피고인 또는 위 엄동수에게 곧바로 어떤 재산적 이득이 돌아간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에 의하여서는 피해자등의 권리의무관계에 외형적, 형식적 변동조차 일어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그 밖에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피고인 자신이나 위 엄동수가 어떤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였다고 인정할 증거없으므로,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가 권리행사방해죄 내지 상해죄에 해당함은 별론으로 하고 강도상해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2. 형법 제333조 후단의 강도죄, 이른바 강제이득죄의 요건인 재산상의 이익이란 재물이외의 재산상의 이익을 말하는 것으로서 적극적 이익(적극적인 재산의 증가)이든 소극적 이익(소극적인 부채의 감소)이든 상관없는 것이고, 같은법 제337조 소정의 강도상해, 치상죄의 성립에는 강도범행의 기수나 미수 여부도 불문하는 것이다 ( 당원 1969.9.23. 선고 69도1333 판결; 1986.9.23. 선고 86도1526 판결; 1988.2.9. 선고 87도2492 판결등 참조). 그러므로 피해자에게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 협박을 가하여 채무를 부담하게 하거나 채권의 포기나 채무면제의 의사표시를 하게 한 경우와 같이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결여된 상태하에서 처분행위의 외형을 지니는 행동에 의한 이득도 재산상의 이익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 경우 피해자의 의사표시는 사법상 무효이거나 적어도 강박을 이유로 취소가 가능하겠지만 강제이득죄는 권리의무관계가 외형상으로라도 불법적으로 변동되는 것을 막고자 함에 있는 것으로서 항거불능이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 협박을 그 요건으로 하는 강도죄의 성질상 그 권리의무관계의 외형상 변동의 사법상 효력의 유무는 그 범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고, 법률상 정당하게 그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도 강도죄에 있어서의 재산상의 이익에 해당하는 것이며, 따라서 이와 같은 재산상의 이익은 반드시 사법상 유효한 재산상의 이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외견상 재산상의 이득을 얻을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사실관계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 당원 1987.2.10. 선고 86도2472 판결 참조).

3. 만일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요하여 판시와 같은 지불각서를 작성하게 하였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로 하여금 거기에 쓰여진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게 한 것이 되어 외형상은 그 서면에 따른 채무부담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 되는 것이고, 이 서면이 동시에 그 의사표시에 관한 증거서류가 되는 것 뿐이며, 의사표시나 채무부담행위의 존재를 전제로 하지 아니하는 증거서류만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검사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 엄동수에게 위 지불각서를 주면서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으라고 하였다고 기재되어 있고, 검사작성의 피해자에 대한 진술조서에 의하면 피고인은 지불각서 작성후 피해자로 하여금 집(피해자의 처)으로 전화하여 사람을 보내면 돈을 주도록 하라고 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 바,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피해자의 채무부담의 의사표시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부분의 사실관계도 살펴보아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위 지불각서를 작성 교부한 것이 피고인의 엄동수에 대한 채무를 인수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인지, 이에 의하여 권리의무관계의 외형적인 불법적 변동이나 피고인의 재산상의 이익의 취득이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4. 원심판결에는 강도죄에 있어서의 재산상 이익에 관한 설시에 이유불비나 이유모순 아니면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배만운(주심) 김주한 정귀호